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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턱 멍키 - 탐닉의 대가
제임스 해밀턴-패터슨 지음, 박명수 옮김 / 로이트리프레스 / 2025년 9월
평점 :

이 포스팅은 로이트리프레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원숭이는 바나나를 움켜쥔 채 항아리에 빠져나올 수 있지만 손을 펴지 못해 스스로 갇힌다. <스턱 멍키―탐닉의 대가>에 나오는 정글의 ‘항아리 덫’은 바나나를 움켜쥔 원숭이의 손처럼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은유다.
영국 작가 제임스 해밀턴-패터슨은 이 비유로 현대인이 집착하는 편리함과 취미, 작은 즐거움이 결국 지구를 파괴하는 ‘바나나’임을 드러낸다. 반려동물, 정원 가꾸기, 골프·스포츠, 자동차, 패션, 웰니스, 휴가 등 일상 영역 전반을 분석하며, 숨은 환경 비용을 통계와 연구로 제시한다. 한국판 부제 ‘탐닉의 대가’는 이 문제의식을 정확히 포착한다.
저자는 “진짜 문제는 석유만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반려동물 사료와 위생 제품, 정원용 비료, 스포츠 장비, 패스트패션 등 일상의 소비 구조를 추적한다. 그는 독자에게 죄책감을 강요하기보다 “우리가 과소평가하는 영역이 어디인지”를 직시하게 만든다. 이런 이유로 저자의 시선은 “무자비한 분석”처럼 느껴진다.

<스턱 멍키―탐닉의 대가>는 ‘친환경 소비’가 오히려 더 큰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그린워싱과 리바운드 효과를 비판하며, “덜 해로운 소비”가 “더 많은 소비”로 변질될 위험을 경고한다. 한국판 소개문이 내세운 “우리의 죄책감마저 이용당하는 시대”라는 문구는 이 논점을 집약한다.
제임스 해밀턴-패터슨은 절망 대신 실행 전략을 제시한다. 개인은 “왜 이걸 움켜쥐고 있나”를 자문하며, 소유보다 공유, 대체보다 감량을 선택하는 생활 방식을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사회적으로는 교통·에너지·폐기물 정책이 개인의 감축 노력을 돕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의지”보다 구조의 마찰을 줄이는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자의 문체는 시인·소설가 다운 비유와 풍자가 살아 있으며, 영국 언론이 평한 대로 예언자적 분노가 배어 있다. 그러나 책의 목적은 죄책감이 아니라 해방이다. ‘덜 소유하고 덜 이동하며 덜 새것을 사는 선택이 박탈이 아니라 자유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관통한다.

<스턱 멍키―탐닉의 대가>는 환경·기후 문제에 관심은 있지만 ‘어디서부터 줄일지’ 모르는 독자에게 실질적인 감축 우선순위를 제시한다. 기업의 ESG 담당자와 정책 관계자에게는 소비 구조와 제도 설계를 잇는 인사이트를, 취미와 일상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개인에게는 사고 전환의 계기를 제공한다.
이 책이 제시하고자 하는 핵심은 명확하다. “더 착하게 소비하라”가 아니라, “더 적게, 더 다르게 즐겨라”에 있다. 움켜쥔 손을 펴야 우리도 항아리에서 손을 뺄 수 있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