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삼국지 인생공부 - 천하를 움직인 심리전략 ㅣ 인생공부 시리즈
김태현 지음, 나관중 원작 / PASCAL / 2025년 10월
평점 :

이 포스팅은 파스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중학생 때 처음 『삼국지』를 읽었을 때는 단지 ‘전쟁과 계략의 이야기’로만 느껴졌다. 유비와 조조, 제갈량이 펼치는 전투와 술수는 숨 가쁘게 이어졌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 속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다시 마주한 『삼국지』는 그때와는 전혀 다른 책이었다. 싸움보다 더 치열한 ‘삶과 인간관계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이번에 읽은 『삼국지 인생 공부』는 그 깨달음을 한층 깊게 만들어준 책이다. 사람과의 관계, 조직 내 갈등, 결단의 순간처럼 인생의 전환점마다 삼국지 속 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떠올리게 한다. 그들의 선택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의 내면이 얼마나 복잡하고, 또 얼마나 보편적인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인문학자 김태현은 이 책에서 “삼국지는 전쟁의 기록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를 해부한 책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삼국지를 ‘심리전략서’로 재해석하며, 조조의 냉철함, 유비의 포용력, 제갈량의 지혜, 사마의의 인내를 통해 ‘인간을 움직이는 기술’을 탐구한다.
책에는 삼국지 속 명문장 30개가 수록되어 있다. 단순한 명언집이 아니라, 그 문장이 탄생한 배경과 결과를 함께 풀어내며 고전 속 언어에 생생한 숨을 불어넣는다. 그중에서도 “흐름을 읽는 자가 기회를 얻는다”라는 문장이 유독 마음에 남았다. 저자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지녔더라도 결국 패망한다고 말한다.

조조가 천하의 영웅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싸움의 기술이 아니라 ‘시대의 공기를 읽는 감각’이었다는 분석이 인상 깊었다. 나 역시 인생의 방향을 고민하며 ‘지금 하는 일이 앞으로도 의미 있을까?’라는 질문을 반복해왔다. 변화를 감지하지 못해 과거의 방식에 머물렀던 경험들이 떠올랐고, 그 안에서 ‘흐름을 읽는 감각’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또 하나의 문장, “인간은 관계로 완성된다”도 오래 남았다. 직장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신뢰’와 ‘협력’임을 느낄 때가 많다. 유비가 제갈량을 세 번이나 찾아가며 인재를 얻었던 것처럼, 진정한 리더십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데서 시작된다. 저자는 이를 ‘사람을 믿는 용기와 기다림의 힘’으로 설명한다. 나 역시 누군가를 진심으로 믿고 맡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이 문장은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았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고전을 오늘의 언어로 끌어온다’는 점이다. 적벽대전이나 관도대전 같은 역사적 장면을 단순히 되풀이하지 않고, 오늘날의 협상과 리더십, 갈등 관리의 은유로 풀어낸다. 조조의 용인술은 “성과보다 사람을 먼저 본다"라는 현대 인사관리의 본질로, 제갈량의 공성계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창의적 사고”의 사례로 제시된다. 이런 연결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나 역시 ‘나만의 인생 삼국지’를 떠올리게 되었다.
저자는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삼국지를 치르고 있다"라고 말한다. 직장에서의 경쟁과 협력, 관계에서의 오해와 신뢰, 인생의 갈림길에서 내려야 하는 결단들. 결국 삼국지의 전장은 곧 우리의 일상이다. 조조처럼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때가 있고, 유비처럼 사람을 품어야 할 때가 있으며, 제갈량처럼 묵묵히 준비하고 견뎌야 할 때도 있다.

고전은 늘 같은 자리에 있지만, 우리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예전엔 단지 ‘흥미로운 이야기’였던 삼국지가, 지금은 ‘삶의 지혜’로 다가오는 이유다. 김태현 저자는 『삼국지 인생 공부』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가, 어떻게 사람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결국 이 책은 단순히 영웅을 재조명하는 작품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삶을 전략적으로 바라보는 법’을 일깨워 주는 고전의 재해석서다. 책을 덮고 나면, 자연스레 내 인생의 지도를 펼치게 된다. 어디서 멈춰야 할지, 언제 결단해야 할지, 그리고 누구와 함께 걸어가야 할지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