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에 읽는 자본론 - 풍요의 이름으로 우리가 놓친 모든 것에 대하여
임승수 지음 / 다산초당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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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다산초당(다산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얼마나 가져야 더 이상 불안하지 않을까?" 이것이 우리 시대에 던지는 가장 절실한 물음이다. 과거에 비하면 꽤나 부유한 삶을 살게 됐지만, 우리는 여전히 만족하지 못한다.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지인들의 삶과 자신을 비교하며, 더 많이 갖지 못한 자신이 행복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정서적 불안과 박탈감이 지배하는 시대. 그 모순의 정체가 무엇일까?


임승수 작가의 『오십에 읽는 자본론』은 단순한 경제학 입문서가 아니다. 중년 세대를 위한 현실적 해설서로, 『자본론』을 '삶의 철학'으로 풀어낸 책이다. 자수성가한 자본가와 30년을 마르크스주의자로 살아온 한 작가가 와인을 마시며 벌이는 대화 속에서, BBC가 선정한 '역사상 가장 중요한 철학자' 마르크스와의 유쾌하고 인간적인 만남이 펼쳐진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부자를 몰아내자는 혁명서로 오해받곤 하지만, 임승수 작가가 포착한 핵심은 훨씬 더 따뜻하다. 이 책이 진정으로 말하는 것은 "아무 성과를 내지 못해도, 당신은 인간이다"라는 가장 인간적인 선언이다. 작가는 생계와 경쟁 속에서 '인간다움'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다시 한번 묻는다. "당신은 지금 누구의 시간 속에서 살고 있는가?"


KDI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의 76%가 자신이 실제보다 가난하다고 믿는다. 이 책은 그 모순의 근원을 '노동과 가치의 소외'에서 찾는다.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가치'가 오직 돈으로만 환산되고, '노동'이 자기 존재의 표현이 아니라 생존의 수단으로만 여겨지는 세상. 그곳에서 인간은 점점 자신을 잃어간다.



성공과 효율이 미덕이 된 사회에서 사람들은 끝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고 느낀다. 성취를 향한 끝없는 질주는 결국 인간을 소모품으로 만든다. 『오십에 읽는 자본론』은 바로 그 지점에서 멈춰 서게 한다. 불안을 동력으로 살아가는 삶에서 벗어나야 '다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작가의 일갈이 깊이 남는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대화'라는 형식을 빌렸다는 점이다. 마르크스주의자 작가와 자본가 아버지가 "딸의 진로 문제"를 두고 벌이는 논쟁은 학문보다 생생하고 논문보다 인간적이다. 때로는 날카로운 질문이 오가고, 때로는 깊은 사색이 흐른다. 『자본론』이라는 무거운 고전을 이야기의 틀에 담아내면서, 독자는 웃으며 읽다가 어느 순간 스스로의 내면과 마주하게 된다.


마르크스의 '가치론'이나 '노동 소외' 같은 개념이 일상의 언어로 풀리고, 자본가의 시선과 작가의 시선이 교차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현대판 변증법'이다. 복잡한 경제학 용어는 자녀 교육비, 퇴직금, 시간 부족이라는 현실의 언어로 번역된다.


특히 현재의 오십대 세대는 청년 시절 사회 변화를 꿈꾸던 세대다. 더 풍요롭고 평등한 세상을 믿었다. 그러나 IMF, 구조조정, 부동산 불안, 자녀 교육을 거치며 그 이상은 현실에 묻혔다. 살아남기 위해 달려온 지난 20~30년.



여전히 불안한 현재를 마주하며 이 세대는 문득 이런 질문을 던진다. "그때 우리가 믿었던 세상은 정말 허상이었을까?" 이 책은 정확히 그 질문에 답하려 한다. 단순히 과거의 혁명서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삶의 거울로서 마르크스를 다시 꺼내 드는 것이다.


임승수 작가는 인공지능 시대를 '새로운 생산력의 전환점'으로 본다. 산업혁명 시기 기계제 대공업이 인간의 팔과 다리를 대신했다면, 인공지능은 이제 인간의 '정신노동'을 대체하고 있다. 회계·법률·예술·글쓰기까지 기술이 잠식하면서,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의미에 대한 질문이 더욱 절박해진다.


단순 일자리의 변화를 넘어 인간 자체가 대체되는 시대. 마르크스의 통찰은 이럴 때 다시 빛난다. 새로운 기술이 인간을 해방시킬 수도, 완전히 대체할 수도 있는 기로에서, 『자본론』은 여전히 인간의 존엄을 회복하는 길을 제시한다.


작가는 말한다. "이 책 한 권 읽는다고 마르크스주의자가 될 리는 없지만", 『오십에 읽는 자본론』을 펼친 독자들은 어느 순간 이 질문에 마주한다. "나는 지금 내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가?" 이것이 마르크스가 던진 가장 인간적인 물음이자, 이 시대가 그에게 다시 귀 기울여야 할 이유다.



이 책은 '돈보다는 시간', '경쟁보다는 관계', '효율보다는 인간'의 균형을 되찾는 것이 바로 마르크스가 말한 해방의 시작이라 말한다. 성취와 효율의 쳇바퀴에서 벗어나 '다시 나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할 여지를 준다. 그것이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자, 허투루 쓰고 있는 시간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보게 한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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