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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미학적 상상력 - 애니메이션, 스토리텔링 그리고 디지털 문화
에릭 헤르후스 지음, 박종신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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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한울아카데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한 번쯤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보며 깊이 감동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세계 최초의 3D 애니메이션인 《토이 스토리》의 사물 의인화, 곤충의 시선을 빌려 자연을 재해석한 《벅스 라이프》, 어린 시절의 공포와 유머를 절묘하게 엮은 《몬스터 주식회사》, 슈퍼히어로 가족의 일상과 모험을 그린 《인크레더블》까지, 픽사 작품들은 늘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선사해왔다.
픽사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캐릭터의 서사와 화려한 영상미, 기발한 상상력으로 이전에 없던 애니메이션의 세계를 열었다. 에릭 헤르후스의 <픽사, 미학적 상상력>은 바로 그 픽사 작품들이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또 다른 무언가’를 철학과 미학의 시각에서 분석한 책이다.

이 책은 픽사 애니메이션을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라 현대 사회를 비판적으로 성찰할 지적 도구로 확장한다. 저자는 영화 이론가로서 픽사의 세계가 어떻게 구축되었는지, 그 안에 담긴 사회적 의미와 불편한 진실을 철학적 개념과 연결 지어 탐구한다.
특히 각 작품을 칸트의 숭고 개념이나 벤야민의 예술론 같은 철학적 틀 속에 위치시키며 새롭게 조명한다. 예컨대 《토이 스토리》의 살아 있는 장난감들은 디지털 소비사회 속 상품의 독특한 위치를 드러낸다. 버즈 라이트이어가 자신이 유일무이한 영웅이 아님을 깨닫고 좌절하는 모습은 ‘상품 물신주의’가 가진 아이러니한 완전성을 잘 보여준다.

《몬스터 주식회사》에서는 ‘타자에 대한 공포’가 어떻게 합리화되는지를 칸트의 숭고 개념과 연결시켜 설명한다. 《인크레더블》은 초능력 가족을 통해 ‘비범함과 평범함의 갈등’을 탐구하며, 획일화된 사회 속에서 개인의 특별함이 어떤 식으로 억눌리거나 재해석되는지를 보여준다. 《라따뚜이》는 미식 세계를 통해 새로움의 정치학을 드러내며, “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라는 명제가 전통적 권위와 감각의 권력을 어떻게 흔드는지를 분석한다.
이처럼 <픽사, 미학적 상상력>은 픽사 초기 작품들을 깊이 분석하면서 우리가 사랑하는 애니메이션 뒤에 숨은 철학적·사회적 질문을 드러내는 지적 여정을 제시한다. 픽사 팬은 물론, 영화 이론을 공부하는 이들, 애니메이션의 또 다른 의미를 탐구하고 싶은 일반 독자에게도 새로운 시각을 열어 줄 것이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