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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 위의 세계 - 지리 선생님이 들려주는 세계의 식량
전국지리교사모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7월
평점 :

이 포스팅은 인물과사상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요즘 유튜브는 물론 TV 방송에서도 먹방 장면들이 꾸준히 업로드되고 있다. 매일 아침 마시는 커피 한 잔, 점심에 먹는 밥 한 공기, 그리고 가끔 간식으로 즐기는 초콜릿 한 조각. 이처럼 일상적으로 먹고 마시는 음식들 속에 그동안 잘 몰랐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전국지리교사모임에서 펴낸 『접시 위의 세계』는 음식이라는 친근한 소재를 통해 세계의 역사와 정치, 경제, 환경 문제까지 아우르는 흥미진진한 여행을 제안한다. 이 책은 쌀, 밀, 옥수수라는 세 가지 주요 곡물이 어떻게 서로 다른 문명을 만들어냈는지에 대해 소개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물이 풍부한 아시아에서 자란 쌀은 공동체 중심의 협력적 문화를 낳았고, 넓은 평야에서 자란 밀은 개인주의와 민주주의가 발달한 서구 문명의 토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아메리카 대륙의 선물인 옥수수는 현재 바이오 연료부터 공업 원료까지 다양하게 활용되며 현대 산업사회의 핵심 자원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복잡한 세계 문제를 음식이라는 친근한 소재로 쉽게 풀어냈다는 점이다. 지리 교사들이 쓴 책답게 공간적 사고와 지리적 상상력이 돋보인다. 음식 하나하나가 어떤 지역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식탁에 오르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들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이 책은 단순해 보이는 곡물 하나가 문명의 성격을 결정했다는 관점을 부각시킨다. 특히 지리적 환경이 문화를 만들고, 그 문화가 다시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냈다는 지리학적인 사고는 음식을 통해 어떤 변화들이 생겼는지 재미난 이야기로 들려준다.
커피, 카카오, 아보카도 같은 기호식품의 이야기도 이러한 맥락에서 다루고 있다. 특히 우리가 즐기는 음식들의 어두운 면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커피 한 잔 뒤에는 저임금에 시달리는 농민들이 있고, 달콤한 초콜릿 뒤에는 아동 노동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있다.
'슈퍼푸드'로 각광받는 아보카도조차 생산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 파괴를 일으킨다고 설명한다. 평소 무심코 소비해 왔던 음식들을 통해 공정무역의 필요성과 윤리적 소비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먹고, 왜 먹으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유도한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세 번째 장 '식량 불평등과 농업 문제'에서 다룬다. 세계에는 음식이 넘쳐나는데 왜 여전히 굶주리는 사람들이 있을까? 식량은 가난한 나라에서 생산되어 부유한 나라로 팔려 나가고, 정작 그것을 기른 사람들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식량 시스템의 구조적인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특히 아동 노동으로 만들어지는 초콜릿의 현실은 충격적이다. 우리가 달콤하게 즐기는 그 맛 뒤에 아이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숨어 있다니. 이런 불평등한 구조를 바꾸기 위한 공정무역의 의미와 한계도 함께 다룬다. 이는 식량이 어떻게 전쟁과 갈등의 원인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작물과 관련된 위기와 전쟁' 파트에서 자세히 알 수 있다.
바나나 때문에 벌어진 중남미의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식량 가격에 미친 영향, 인구 증가와 식량 확보를 둘러싼 국가 간 경쟁 등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식량이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국가의 힘이자 지정학적 무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지속 가능한 식량'은 가능할까? 이 책에서는 기후 변화가 우리 식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다룬다. 이상 기후로 인한 작물 피해, 식료품 가격 상승, '기후 플레이션'이라는 새로운 현상까지. 지구 온난화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님을 실감하게 한다. 또한 드론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스마트 농업, 수직 농장, 대체 단백질, 유전자 변형 작물 등 기술 발전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서도 조망한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