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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잘데기 있는 사전 - 말끝마다 웃고 정드는 101가지 부산 사투리
양민호.최민경 지음 / 호밀밭 / 2025년 7월
평점 :

이 포스팅은 호밀밭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말은 지나간 시간을 품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사투리는 고향의 땅과 바다, 사람의 체온을 담고 있는 언어다.
『쓰잘데기 있는 사전』의 첫 장에 적혀 있다는 이 문구를 보고 무릎을 탁 쳤다. 이보다 더 이 책에 대해 ’단디(틀림없이, 제대로)’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이 책은 TBN 부산교통방송 <달리는 라디오>의 목요일 고정코너 ‘배아봅시데이’에서 2년간 소개된 부산 사투리 방송 원고를 토대로 집필되었다고 한다.
경남 진해에 사촌여동생 둘이 있는데, 어렸을 때부터 '문디 오빠야, 니 요즘 뭐하노?' 하는 말투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경상도 사투리가 전혀 낯설진 않다. 하지만 경상도라도 해도 부산 사투리 다르고, 마산 사투리, 대구 사투리도 다르다고 하는데... 난 도통 모르겠다.
아무튼 몇 년 전에 서울에서 김해로 이사한 친구도 있고, 목포에 사는 친구도 있고 해서 경상도는 물론 전라도 사투리도 크게 낯설진 않은데, 영화나 소설에서도 그렇고 서울 말보다 사투리가 찰지단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이런저런 연고로 『쓰잘데기 있는 사전』은 꽤 친숙하게 다가오는 책이다. 이 책은 부산 사투리를 하나씩 소개하는 ‘사전’ 같기보다는, 하나의 ‘삶으로 브랜딩된 언어’이자 ‘함축과 정서를 품은 언어’로서, ‘사람을 이어주는 언어’로서 부산 사투리를 새롭게 바라보길 바라는 의도가 담겨 있다.
저자들은 매주 라디오 방송에서 소개한 101개의 부산 사투리를 풀어서 설명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쓰던 말들이 어떻게 생겨났으며, 부산 사람들의 정서와 삶의 맥락을 어떻게 담고 있는지도 소개한다.
단어마다 그런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사투리가 낯설지 않게 느껴지고, 오히려 정감 있게 와닿는다. 이 책의 핵심은 '사투리도 브랜딩-광고-방송에서 쓰이는 경제적 자산이다'는 점을 강조한다. 속칭 '돈이 되는 언어'라고도 볼 수 있는데, 뭔가 낯설게도 느껴지지만, 사례들을 챙겨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예를 들어, BTS 노래 가사에 등장한 ‘까리뽕삼’이나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에서 나온 ‘살구’, 포켓몬스터 번역의 ‘쌔비냥’ 등등. 이처럼 ‘까리하다’, ‘쌔비다’ 같은 부산어는 단순히 지방어에 머물지 않고, K-컬처에 자연스럽게 섞여들며 그 자체로 유행어이자, 브랜드 자산이 되고 있다.

“이거 와 이리 새그러븐데?” 같은 말투에서 느껴지는 친근함을 비롯해 ‘끼리다’라는 말은 ‘라면끼리는 남자(라끼남)’처럼 하나의 단어 안에 의미를 응축시키고, 혹은 “마!”처럼 단 한 글자로 부름·호소·응원까지 다 해버리는 언어적 효율성은 브랜드 카피나 콘텐츠 제작에서도 부산 사투리는 ‘진한 여운’을 남긴다.
부산 사람들의 말에는 박력, 솔직함, 정감이 묻어 있다. 단어 자체가 짧고 날렵하며, 상황과 감정을 적재적소에 요약해 전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산어의 특징 중 하나는 “짧지만 말에 내포된 뜻이 크다”는 점도 눈여겨 보자.
이처럼 『쓰잘데기 있는 사전』을 통해 사투리는 단순한 방언이 아니라, 그 지역의 감정과 역사, 정서를 담은 소중한 언어라는 점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