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이턴 숲의 은둔자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4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이 포스팅은 북하우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중세 미스터리의 고전'으로 불리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 열네번째 작품 『에이턴 숲의 은둔자』는 숲처럼 깊고 고요하면서도 한번 빠져들면 결코 벗어날 수 없는 매혹을 품고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 캐드펠은 허브밭을 가꾸는 평화로운 일상을 잠시 멈추고, 살인과 납치 사건, 위장된 신분, 권력의 음모로 얽힌 진실을 파헤쳐 나간다.
1142년 내전의 혼란 속, 에이튼 숲에 은자 커스러드와 청년 히아신스가 숨어든다. 그는 '신의 사람'으로 존경받지만 과거와 정체는 불투명하다. 이때 에이튼의 영주가 죽고, 상속자인 어린 리처드를 둘러싸고 할머니 디오니지어의 재산욕과 수도원의 보호 의지가 충돌한다.
숲속 은자인 커스러드는 수도원에 히아신스를 보내며 갈등을 고조시킨다. 그는 수도원장이 리처드를 디오니지어에게 돌려주지 않으면 더 큰 재앙이 닥칠 것이라 경고한다. 그러던 중, 리처드가 사라지고 수도원 투숙객 드로고 보시에가 숲에서 살해된 채 발견되는데...

캐드펠은 농노의 도망, 신분 위장, 결혼 강요, 은밀한 서신 등 조각난 퍼즐을 하나씩 맞춰가며, 숲속 은자와 청년이 숨기고 있는 비밀, 그리고 어린 소년 리처드를 둘러싼 진실에 다가가는 여정에 나선다.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숲'은 진실을 숨기는 어둠의 공간이자, 위장된 신분과 음모가 얽혀 있는 미로로 그려진다.
특히 숲의 이미지는 이번 시리즈에서 사건의 미스터리성을 극대화한다는 점을 포인트로 두고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허브를 가꾸는 평화로운 수도승이지만, 정의와 자비 사이에서 갈등하며 인간 심리의 복잡성을 통찰하는 캐드펠의 면모가 더욱 깊이 묘사된다는 점도 눈여겨 보자.
한편 할머니 디오니지어의 탐욕과 수도원의 보호 논리 등은 12세기 중세시대의 상속과 권력 관계를 반영하여 사건 전개에 사실감을 부여한다는 점에 주목된다. 이번 작품도 '중세 미스터리+인문학적 성찰'이라는 캐드펠 시리즈의 정수를 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숲속 은자와 히아신스의 숨겨진 진실, 어린 리처드의 실종 사건은 추리 이상의 이면에서 인간적인 질문을 던진다.

『에이턴 숲의 은둔자』는 권력과 신념, 탐욕과 연민 사이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보여주는 지적인 미스터리이다. 사건 해결의 재미를 넘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새로운 미스터리 소설을 찾고 있다면 올여름 무더위를 날려줄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추천한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