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기쁘다 - 한강의 문장들 푸른사상 교양총서 23
민정호 지음 / 푸른사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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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푸른사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문학 세계를 깊이 있게 조명한 새로운 비평서이자 에세이가 나와 관심을 끈다. 동국대학교 민정호 교수는 <봄에는 기쁜다 - 한강의 문장들>에서 지난 20여 년간 한강 문학과 함께 해온 개인적 여정을 바탕으로, 한강 작가 특유의 문장이 지닌 힘을 탐구해 소개했다.


민 교수는 20대 대학생 시절에 처음 읽었던 한강의 <내 여자의 열매>에 대한 솔직한 고백으로 책을 시작한다. 당시 느꼈던 '이해의 한계'를 인정하며, 20년이 지난 후 다시 만난 한강의 문장들을 통해 '시대의 아픔과 인간의 심리'를 통찰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저자는 "그 터널 속 문지방을 넘어보려는 시도"라고 표현하며, "몸부림쳐보니 이제 뭔가 조금 알 것도 같다"라는 겸손한 고백을 통해 문학과 독자 사이의 성장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p.30

네가 고기를 안 먹으면, 세상 사람들이 널 죄다 잡아먹는 거다.

<채식주의자>, 61쪽


p.32

남편은 의도적으로 장모 생일에 모인 가족이 육식과 관련해서 영혜를 질책하도록 유도한다. 그날 의도적으로 육식 중심의 메뉴를 선정한 언니는 다른 가족들과 같이 육식을 해야 건강해진다. 고른 영양분이 필요하다, 육식을 하지 않으면 힘을 낼 수 없다 등의 논리를 동원해서 억지로 육식을 강요한다. 이는 모두 영혜 입장에서 가족이라는 이름하에 자행된 또 다른 욕망의 강압적 폭력이 아니었을까?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체계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접근 방식이다. '봄', '호기심', '뒷모습', '출가', '만남', '꽃', '물구나무', '어른', '위로', '연결', '재건', '영원히', '의미', '기억', '우리', '황홀', '가면', '사랑', '선', '관찰', '뒷면' 등 20여 개의 키워드를 통해 한강의 문학 세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각 키워드마다 저자의 개인적 감상과 해석이 더해져, 복잡하고 심층적인 한강의 문학 세계를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특히 이 책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소년이 온다>에서 제기된 근본적 질문에 대한 탐구다.


한강 작가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의 비극을 소개로 한 <소년이 온다>에서 던졌던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과거의 상처가 현재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있게 분석해 소개한 점이 눈에 띈다.


p.119

아마는 나의 새가 아니다.

이런 고통을 느낄 만큼 사랑한 적도 없다.

<나무>, <작별하지 않는다> 152쪽


p.122

슬라보에 지젝은 <향락의 전이>에서 "증오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 속에 거주하는 악을 타자에게 외재화하고 전이함으로써 그 악에 직면하는 것을 회피한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것들을 직면할 용기가 없어, 타자에게 그 부정적인 것들을 전이시켜 회피한다는 주장이다. 아마도 그 시절 내가 권태에 빠졌던 건, 다른 사람들도 다 그래, 다 무관심해, 심드렁하고, 비판할 거면, 그 사람들부터 먼저 비판하는 건 어때? 왜 나한테만 이러는 거야? 뭐 이런 식으로 타자에게 외재화해서 정작 나 자신은 회피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봄에는 기쁘다 - 한강의 문장들>은 여러 독자층에게 각기 다른 의미로 다가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한강의 작품을 사랑하는 애독자들에게는 작품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반면 한강의 작품을 아직 제대로 접하지 못한 독자들에게는 훌륭한 입문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문학을 통한 개인적 성찰을 원하는 독자들과 문학 교육자 및 연구자들에게도 유용한 참고 자료가 될 전망이다. 개인의 성장과 시대적 아픔, 그리고 문학이 주는 위로와 통찰이 균형 있게 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출판계 관계자는 "이 책이 단순한 작품 분석을 넘어서, 문학이 한 개인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지를 보여주는 귀한 기록"이라며 "한강 문학의 깊이를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그의 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 좀 더 깊이 있게 한강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 이런 책의 소개로 한국 문학에 대한 이해가 더욱 넓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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