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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의 밤 (일본어 + 한국어) ㅣ 손끝으로 채우는 일본어 필사 시리즈 1
미야자와 겐지 지음, 오다윤 옮김 / 세나북스 / 2023년 3월
평점 :

이 포스팅은 세나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으로 시작하는 [은하철도 999]는 1980년대 들어 컬러 TV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던 시기에 국내에 방영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작품의 원작은 <은하철도의 밤(銀河鉄道の夜)>으로, 일본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동화 작가인 미야자와 겐지가 수차례 고쳐 쓰며 완성한 작품이다.
미야자와 겐지는 일본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동화작가로 37세에 요절했는데 자연, 우주, 종교, 농민의 삶을 주제로 한 감성적이고 철학적인 작품들을 남겨 일본 문학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일본 최초의 판타지 동화로 평가받고 있는 <은하철도의 밤>은 1924년부터 1931년까지 여러 차례 수정되었으며, 미완성 원고 상태로 남아 있다가 그의 사후에 1934년, 동생 미야자와 세이로쿠에 의해 정리되어 출판되었다.
이 작품의 주인공 조반니(ジョバンニ)는 가난하고 외로운 소년이다. 어머니를 돌보며 힘든 삶을 살던 어느 날, 은하제(銀河祭)날,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은하철도에 승차하게 된다. 그 열차 안에는 친구 캄파넬라(カンパネルラ)도 타고 있었는데, 둘은 은하계를 가로지르며 다양한 풍경과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의 여정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삶과 죽음, 우주와 존재, 이타심과 구원을 탐구하면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실제로 [은하철도 999], [우주전함 야마토]를 만든 만화가 마츠모토 레이지는 “조반니와 캄파넬라처럼, 나 역시 철도를 타고 별을 여행하며, 삶과 죽음, 우주를 이야기하고 싶었다"라며, 자신의 대표작 [은햐철도 999]가 <은하철도의 밤>에 대한 오마주임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또한 일본에서 제작된 철도, 별, 은하를 소재로 한 이야기들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일본 대중문화와 문학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세나북스에서 출간한 <은하철도의 밤 (일본어 + 한국어)>는 ‘한 권으로 일본어+한국어 버전의 스토리를 읽을 수 있고, 필사도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본 문학을 원어로 접하고 싶은 사람이나, 일본어 공부를 하는 학습자에게 추천드린다.
왼쪽 페이지에는 일본어 원문이 들어 있고, 오른쪽 페이지에는 한국어 번역본이 담겨 있다. 또한 책에 직접 필사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읽고 쓰는 것까지 한 권으로 가능하다. 따라서 단순히 책을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직접 문장을 써보면서 의미를 체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작품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모두가 진정으로 행복해지는 그런 곳까지, 우리 둘이 함께 가자」라는 조반니의 대사는 이 책의 주제를 한 마디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행복이란 무엇인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해 볼 수 있다.
일본 문학에 관심이 있거나 일본어를 공부 중이거나,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누구라도 이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꿨던 미야자와 겐지의 진심이 고스란히 담긴 이 책을 통해 마음 한 편이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