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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말 공부 - 사람과 삶, 마음을 잇는 어휘의 힘
이오덕김수업교육연구소 지음 / 상상정원 / 2025년 1월
평점 :

이 포스팅은 상상정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말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이어주기도 때로는 말로 인해 관계가 끝나기도 한다. 한 사람과의 관계는 말에서 시작해서 말에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말이 주는 무게감이 큰데, 누군가 구사하는 말속에는 많은 것들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말은 한 사람의 인격과 교양, 됨됨이를 가늠하는 기준 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오덕김수업교육연구소가 펴낸 말을 다듬고 삶을 가꾸는 어른들의 말 공부 안내서인 <어른의 말 공부>에서는 '말이란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담는 그릇이다'라고 정의했다. 삶이 뚜렷하고 힘이 있으면 말도 굳세지고, 말이 갈피를 잡지 못하면 삶도 제 갈 길을 잃고 만다는 말에 공감한다.
p.48
도토리의 옛 이름은 '도토밤' 또는 '도톨왐'이었습니다. 돼지의 옛말 톨에 밤이 붙었으니 돼지가 먹는 밤, '돼지밤'으로 풀 수 있지요. 경상도에서는 굴러다니는 밤이라고 '굴밤'이라고도 합니다. 산에 가면 막 굴러다니지만 그것도 없으면 멧돼지나 다람쥐가 겨울을 나기 어렵습니다.
p.94
"여기, 라면 사리 하나 주세요." 하고 말하면 식당 주인이 넣어 주지요. 인기가 좋다 보니, 요즘에는 찌개에 넣어 먹을 수 있게 수프가 없는 사리면도 나옵니다. 하지만 사리면도, 라면 사리도 잘못된 말입니다. 사리는 새끼나 국수, 실처럼 가늘고 긴 것을 동그랗게 포개어 뭉친 것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둥글게 뭉친 것이라 '냉면 한 사리, 국수 두 사리처럼 세는 단위로 쓰기도 합니다.

<어른의 말 공부>를 보다 보니, 우리말인데 참 모르고 잘 못 쓰고 있는 말들이 많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특히 이 책은 우리말의 어원을 탐구하며 삶과 사람을 잇는 말의 깊이를 조명하고 있어 국어학을 공부하거나 작가를 꿈꾸고 있다면 꼭 참고해 봐야 할 책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요 주제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우선 이 책은 우리말 어원의 탐구에 초점을 맞췄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익숙한 단어들의 뿌리를 찾아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삶을 북돋는 말의 힘과 어른들의 지혜를 전달하고 있다.
말의 변화와 의미에 대해서도 짚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단어의 의미와 쓰임새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살펴보며, 언어의 생명력을 조명하고 있다. 또한 토박이말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우쳐 준다. 우리는 한자어나 외래어를 많이 쓰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사라져 가는 토박이말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그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p.157
별도 달도 없는 한밤중에 갑자기 불을 켜면 어떤 느낌일까요? 어둡고 깜깜한 방안이 갑자기 밝아지겠지요. 그럴 때 쓰는 말로 '불현듯'이 있습니다. '혀다'는 '켜다'의 옛말인데, 지금 말로 하자면 '불 켠 듯'입니다. 깜깜한 밤처럼 도모지 생각이 나지 않다가 갑자기 떠오르면 '불현듯 기억이 떠올랐다'라고 하지요.
p.191
씨름판에서만 하던 샅바 싸움을 일상생활에도 쓰게 되었습니다. 회사끼리 협상을 하거나 나라끼리 협정을 맺을 때도 미리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합니다. 그때는 심판이 없으니, 샅바 싸움만 하다 끝날 때도 있지요.

이 책에서는 언어가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우리의 삶과 어떻게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즉 말과 삶의 연결성에 주목했다. 또한 품격 있고 성숙한 어른으로서의 어떤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지, 그런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재차 짚어주고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 하나하나에는 우리의 역사와 정서, 그리고 공동체의 가치관이 스며들어 있다. 따라서 단어마다 갖고 있는 어휘의 깊이를 이해하고 이를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사람 간의 관계에서 좀 더 깊은 공감과 소통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또한 말로 인해 우리의 삶이 더욱 풍요롭게 느껴질 것이다.
<어른의 말 공부>는 우리말이 피워 낸 삶의 이야기와 그 속에 담겨 있는 깊은 울림과 사유의 세계로 우리들을 초대하는 책이다. 우리말의 뜻과 뿌리 속에 담긴 삶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말이 어떻게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고, 우리의 삶에 얼마나 큰 힘을 주는지 알려 준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