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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시답지 않아서
유영만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월
평점 :

이 포스팅은 21세기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2025년 1월 29일, 설날이다. 프롤로그부터 에필로그까지 한 편의 시로 시작해 또 다른 한 편의 시로 끝나는 책을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맘에 드는 구절을 찾아보고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시험을 보기 위해 시를 외우고 분석했던 때 말고는 시를 접할 일은 많지 않았다.
대학에서 교양으로 들었던 인문학 강의에서 고전 시를 접했을 때는 입시로 배웠던 시와는 느낌부터 달랐지만 살면서 시와 마주할 일은 많지 않았다. 직장을 다니면서 블로그에 서평 글을 꾸준히 쓰기 시작하면서 간간이 시를 접하곤 했다.
하지만 시는 함축된 의미들이 많아 소설 한 편을 읽을 때보다 어떤 때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이 책 <인생이 시詩답지 않아서>도 첫 에필로그를 읽으면서부터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먼 산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p.37
길모퉁이에 돌아가다 수줍은 듯 피어나는
구절초의 우여곡절 삶에 눈길이 간
당신은 으스러지도록 빛나는 달빛의 우수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밤길에도 재촉하며
새벽을 잉태하는 적막한 방랑객입니다.

<인생이 시詩답지 않아서>는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유영만 교수가 자신이 살아오면서 느꼈던 삶을 대하는 사고방식과 철학을 시적인 언어에 담아 소개해 수필 같기도 하면서 한시 같기도 한 독특한 매력을 주고 있다. '삶이 시답지 않아도 사람은 시답게 살아야 사람답게 산다'는 메시지를 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책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지나치기 쉬운 소소한 순간들을 새롭게 바라보고 일상 속에서 시적 순간을 발견했을 때의 느낌을 시인의 감성을 담아 소개하고 있다. 단순하게 사물을 관찰하는데 그치지 않고, '시'라는 틀에 맞춰 적고 있지만 시적인 언어를 취사, 선택함으로써 그 속에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계절이 변하는 풍경,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 가슴 깊이 남겨진 대화의 여운, 시골 장터의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와 웃음소리, 바람을 따라 은 날리는 낙엽 등. 스쳐지나는 짧은 순간들 속에서 삶에 깊이를 더하는 언어들을 찾을 수 있을까? 나의 언어를 시로 물들일 수 있을까?
p.115
당신은 수많은 소수점 사이에서
위로 상승할지
아래로 추락할지 절체절명의
절벽 난간에서 몸을 떨고 기다리다
간신히 구사일생하는 반올림입니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한가롭게 시를 읽을 시간이 어딨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바쁠수록 돌아가라고 했듯이 시는 일상적인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새롭게 할 수 있다. 시를 쓰는 건 어렵지만 읽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다. 다만 텍스트에서 시인의 감수성과 경험,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숨은 그림 찾듯 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는 타인의 감정과 상황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워주는데 탁월하다. 시를 읽는 과정에서 독자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삶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철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
그저 시를 읽고 문장의 숨을 뜻을 찾다 보면 자기 이해를 높이고, 삶에 대한 통찰력을 증진시키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시를 읽어야 한다. 우리의 감수성과 자기 이해, 그리고 언어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