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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글오글 씁니다
감지원 외 지음 / 시간여행 / 2024년 12월
평점 :

이 포스팅은 시간여행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입장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오글오글'이라고? 참 재밌는 말이지 않은가? 보통 유치하고 민망한 느낌이 들 때, 특히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펼쳐지는 로맨틱하지만 손발이 오글거리는 장면이나 대사가 나올 때 쓰는 말에 이런 표현을 쓴다. "어휴, 대사가 너무 오글거리지 않니?" 또는 "손발이 다 오그라든다"라고 말할 것이다.
여기서 잠깐! 갑자기 웬 '오글오글'이냐고? 여러 교사들이 자신들의 교육 경험을 통해 글쓰기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 보면 쓴 <오글오글 씁니다>는 글 쓰는 일이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이란 점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오글오글'이란, '오늘도 글 쓰고 오래오래 글을 씁니다'라는 표현을 줄여서 쓴 말이라고 한다. 이 책의 저자 중 이정은 작가는 오늘은 독자지만 내일의 작가가 될 당신에게 '나도 한번 글을 써볼까?'라는 용기 한 줌이라도 줄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올해 나의 목표도 책 한 권 쓰기다. 그동안 여러 번 생각만 하다가 과다한(?) 업무에 시달리고,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품에 안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읽고 또 읽다 보니 내 이야기를 쓸 시간을 내지 못했다. 요즘 취미로 하고 있는 종이접기에 빠져 있다 보니 또 쓸 시간을 내지 못했는데, 나도 이제 '오글오글' 해볼 생각이다.
p.33
가게들을 지날 때마다 출입문을 찾듯이 외관 유리를 유심히 살폈다. 결식아동 카드로 인한 습관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가게인지 아닌지, 정확히는 내가 당당히 들어갈 수 있는 가게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했다. 내 걸음이 허락된 곳이면 머릿속 지도에 음식점을 저장했다.
p.105
사람마다 좋아하는 활동이 있다. 누구는 등산, 누구는 마라톤, 누구는 축구, 누구는 종교활동, 누구는 동물 돌보기 등. 남이 보기에는 그 귀찮은 걸 어떻게 하냐고 하지만 당사자는 그것을 통해 얻게 되는 기쁨이 크기 때문에 귀찮은지 모르고 지속한다. 아침 일기는 나에게 그런 활동이다.

내가 올해 책쓰기에 도전해 볼 생각을 확고하게 굳히기까진 친구 배모씨가 결정적인 도우미(?) 역할을 했다. 경제과 졸업하고 그 녀석도 나처럼 전공과는 무관하게 이런저런 일들을 하더니 어느 날 건물관리소장에게 필요한 소방, 전기 등의 자격증을 5개쯤 따더니 한 건물을 총괄 관리하는 관리소장으로 등극했다.
남들은 은퇴하고 할 일 없어 파고다공원을 기웃거릴지도 모른다는 80세에도 그 녀석은 현역으로 일할 생각에 또 다른 자격증을 따겠다며 지난 연말 모임에서 열정을 불태웠다. 언제고 내게도 은퇴하라는 압박이 올 것이다. 아니 어쩌면 12.3 내란 사태 이후 업체들이 후원을 멈추고 관망세로 일관하고 있는 요즘, 직장에서 나온다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지금은 아찔한 기분이 든다. 설 연휴에 임시 공휴일이 하루 더 늘어 길어졌다고 해도 어디를 놀러 갈 생각을 하기보단 사업계획서를 쓰고, 뭐라도 나도 자격증 하나는 따야 하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그 녀석이 갖고 있는 자격증을 어찌어찌 내가 딴다고 해도 과연 관리소장이 될 수 있을까? 밑바닥부터 새롭게 그 분야의 경력을 쌓지 않는 한, 자격증이 웬 말이냐?
차리리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니,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조금 보태기를 더해서 글쓰기로 책 한 권 쓰기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매일매일 남들이 써 놓은 책을 읽고 있으니 책 쓰기에 필요한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출퇴근 길에 사람들과의 관계들을 살펴 한 편의 글을 써보면 어떨까.
p.173
종이 냄새, 정돈된 분위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는 에너지, 도서관과 서점에 가면 느낄 수 있는 기운이다. 책장 넘기는 소리와 함께 서점에 가면 느낄 수 있는 기운이다. 책장 넘기는 소리와 함께 책 냄새를 맡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p.211
'냉장고에 코끼리를 넣는 방법'이라는 문제가 유행했던 때가 있었다. 고민 끝에 각양각색의 답, 듣는 재미가 있다. (중략)
골똘히 고민하던 나를 허탈하게 만든 답은 굉장히 간단했다.
첫째, 냉장고 문을 연다.
둘째,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다.
셋째, 냉장고 문을 닫는다.

<오글오글 씁니다>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마음을 나누는 학교에서'에서는 교사로서 학교에서 경험하고 느꼈던 바를 솔직하게 풀어놓았다. 2장 '은밀하고 사적인 퇴근 후에'에서는 저자들이 학교 밖, 일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을 엿볼 수 있고, 3장 '글과 마주하는 책상에서'에서는 책과 글쓰기에 대한 저자들의 경험을 담았다.
이 책에는 11명의 저자가 참여했다. 저마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겪게 된 경험들과 그로 인해 변화하는 모습들을 소개했다. 특히 자신의 민낯을 살펴보고 있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발전시켜 왔는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방법으로 글쓰기를 모색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80세 넘어 수필집을 내신 작은 아버님의 책 <삼팔선을 넘어>에서도 많은 감흥을 받았다. 그 책이 특별할 건 없을지 몰라도 자신만의 경험과 그때 느꼈던 감정들을 상황에 맞춰 잘 설명한 그런 책을 쓰고 싶다. <오글오글 씁니다>의 저자들처럼 오늘도 글 쓰고, 오래오래 글을 쓰고 싶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