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파리의 한국문학 전도사
임영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2월
평점 :

이 포스팅은 자음과모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전문 번역가의 삶은 어떨까? 영어를 좀 더 잘 해볼 생각으로 영어 번역가를 잠시 꿈꿨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고, 취재 기사를 작성하다 보니 번역 일에 몰두할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 더욱이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고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새롭게 창작해야 하는 영역으로 확대된 번역가의 길은 나와는 멀어 보였다.
최근에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읽다가, 노벨문학상을 받는데 큰 변수가 되었던 번역서에 관심을 갖고 있다가 <The Vegetarian>을 구매해서 읽고 있다. 원작과 번역서는 어떻게 다를까 궁금했는데, 어떤 단락은 한글판과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번역은 또 다른 창작이라고 했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파리의 한국문학 전도사>는 번역가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임영희 번역가는 프랑스에 정착한지 30년이 넘었고, 20년 넘게 프랑스에서 한국문학을 알리는 전도사로 살아오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어떻게 프랑스에 가서 번역 일을 하게 됐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고, 누구와 만났는지 등에 대해 소소한 일상 속에 녹여 냈다.
p.42
처음이라 긴장되고 떨리기도 했지만 막상 해보니 할만했다. 통역에 대한 교육은 전혀 받지 못해서 동시통역은 어려웠지만 번역가로서 작품 내용을 꿰뚫고 있으니 순차 통역은 가능했다. 하다 보니 점차 재미까지 느끼게 되었다. 작가들과 친해지는 계기는 물론이거니와 신문 기자, 독자, 여러 출판 관계자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는, 고독한 번역 작업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세계의 경험을 맛보았던 것이다.

그녀는 교육자의 길을 걷는 대신 번역가의 삶을 선택한 일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니 번역가의 길로 들어선 것에 감사와 행복을 느낀다고 이야기했다. 지금까지의 삶이 그랬듯이, 출구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난다며, 그것이 자신의 삶을 전진하게 만든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전했다.
그녀는 프랑스에서 한국 문학의 아름다움과 독특한 매력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해온 경험들을 공유해 왔는데, 지난해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프랑스에서도 한강 작가의 작품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고, 이미 많은 작품들이 프랑스어로 번역되었다고 한다.
<나는 파리의 한국 문학전도사>는 한국 문학이 어떻게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지, 그리고 프랑스 독자들에게 얼마나 깊은 감동을 주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강 작가 외에도 정유정, 김영하, 신경숙 작가 등의 작품이 프랑스에서 번역되면서 큰 반응을 얻고 있다.
p.141
책상 앞에 앉아 아무리 생각을 가다듬어도 첫 문장이 쉽게 쓰이지 않았다. 나는 당시 읽고 있던 쟝 피아제의 <구조주의>와 <발생론적 인식론>, 두 권의 프랑스어 원서를 여러 차례 이 잡듯이 뒤지면서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대체해 넣을 수 있는 적절한 프랑스어 문장들을 찾아내어 한 문장 한 문장 엮어나가기 시작했다.

임영희 번역가는 "모든 예술 분야가 그러하듯, 문학번역 역시 열정으로 하는 작업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한 나라의 문화 사회적인 이해와 시각을 다른 나라의 언어로 옮긴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지만, 특히 단어나 문장 표현의 반복을 싫어하는 몰리에르의 언어로 매끄럽게 옮기는 일이란 여간 까다롭고 섬세한 작업이 아니다"라고 말해 번역가의 길이 쉽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녀는 김진경 <고양이 학교>, 김탁환 <방각본 살인사건>, 반디 <고발>, 공지영 <도가니>, 정유정 <완전한 행복>, 김호연 <불편한 편의점> 등을 프랑스에 번역해 소개하며 한국문학의 전도사 역할을 해왔다. 이 책에는 한국의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역사, 그리고 한 시대를 반영했던 우리나라의 이야기를 프랑스에 전파해온 번역가의 이야기 속에서 무엇이 좋은 번역인지, 번역가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을 것이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