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들이 희었을 때 - 새로운 시대의 탄생, 르코르뷔지에가 바라본 뉴욕의 도시
르 코르뷔지에 지음, 이관석 옮김 / 동녘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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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즐겨 보는 프로그램이 '텐트 밖은 유럽'인데, 이탈리아의 집과 풍경들이 그림처럼 펼쳐져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그런데, 지중해 지역의 집들이 대부분 흰색이라 의아했었다. 이 지역의 여름이 매우 강한 햇빛과 더운 날씨 때문이란 걸 알았을 땐 무릎을 탁 쳤다. 


흰색은 열을 반사하는 효과가 뛰어나서 집 내부의 온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흰색으로 칠한 벽은 태양빛을 반사하여 열을 줄여주기 때문에 지중해 지역에서는 더위를 피하기 위한 전통적인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대성당들이 희었을 때>란 책 제목을 보고 문득 떠올린 생각들이 지중해 연안의 흰색 집들이었다.


이 지역에 많은 섬이나 해안 지역은 강렬한 햇빛 아래에서 푸른 바다와 대비되는 흰색 건물들이 더욱 독특한 풍광을 만들어내면서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더해 주는데,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건축가로 손꼽히고 있는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가 이런 도시들의 매력에 포인트를 주는 건물들을 지었다.


르코르뷔지에의 대표적인 건축 철학은 "집은 살기 위한 기계"라는 명언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집을 단순히 거주 공간이 아니라 효율적이고 기능적인 삶의 도구로 보았다. 그가 바라보았던 젊은 도시 뉴욕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위로만 뻗어 올라가는 고층 건물을 그는 어떤 시선으로 보았을까?


p.17

나는 이 나라 프랑스와 이 시대의 가장 아름다운 것들, 특히 건축 관련 발명과 용기 그리고 창의적 천재성을 파괴하거나 공격하는 데 악착같이 힘쓰는 자들을 양심의 가책과 후회로 이끌고자 한다. 건축은 이성과 시가 공존하며, 지혜와 기획이 연합하는 분야다.



르코르뷔지에는 기술의 진보가 압도하는 뉴욕을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 그가 처음 본 것은 하늘 높이 솟은 마천루와 시선을 사로잡는 도시의 스카이라인, 그리고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새로운 세계였다. 그는 새로운 시대의 이정표가 된 뉴욕의 장엄한 광경에 매혹되면서도 그 안에 감춰진 문제점들을 날카롭게 바라보았다.


그는 뉴욕을 ‘환상적인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마천루는 기계 문명의 절정을 보여주는 상징이었지만, 동시에 인간과 자연의 균형을 잃어버린 혼란의 시대를 상징한다. 르코르뷔지에는 이 혼란 속에서 건축과 도시 계획이 단순히 기술적인 성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로운 시대의 건축은 인간의 생물학적, 심리적 요구를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다.


르코르뷔지에는 이 시기의 도시를 마치 7세기 유럽의 흰색 대성당들이 웅장하게 솟아 있던 시기와 비교해 보았다. 그 시절의 대성당은 당시 가장 첨단의 건축물이었고, 사람들에게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상징물이었다.


<대성당들이 희었을 때>는 그의 철학이 담겨 있는 책이다. 그는 필로티(기둥), 평평한 옥상 정원, 자유로운 평면, 수직으로 긴 창문, 자유로운 파사드라는 5가지 건축 원칙을 제시한 인물이다. 이 원칙들은 그의 건축 기술을 통해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는 한편, 빛과 공기를 최대한 끌어들이는 설계로 이어졌다.


p.128

이 도시에는 나무가 없다! 그렇다.

나무는 인간의 친구이며, 모든 유기적 창조물의 상징이다. 나무는 완전한 구조의 이미지다. 흠잡을 데 없는 질서 속에서도 가장 환상적인 아라베스크 아래에서 우리에게 나타나는 매혹적인 광경이다. 새로운 손이 벌어지며 봄마다 증식되는 나뭇가지들의 수학적으로 측정된 유희다.



이 책은 대성당들이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각 시대의 사상과 영혼을 품고 있는 존재라는 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 속에서 등장하는 대성당은 단순한 예배 공간을 넘어 그 시대 사람들의 열망과 철학, 신앙이 스며든 장소로 표현된다. 시간을 거슬러 빛을 발하는 유럽의 대성당이 그의 입을 빌려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이 책에서 르코르뷔지에는'역사의 숨결'과 '빛을 통한 영혼의 표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대성당들은 신앙의 중심이었고, 빛을 활용한 건축은 영적인 깨달음과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고안되었다. 이러한 주제를 통해 그는 인간이 어떻게 역사를 남기고, 후세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철학적인 생각으로 풀어냈다.


이 책은 역사와 건축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특히 대성당 건축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사람들이 참고해 보면 좋다. 또한 종교적 상징성과 예술적 깊이를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큰 영감을 줄 것이다.



이 포스팅은 동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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