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네 생각만 할게
나태주 지음 / 시공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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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한 바람이 불어 아직 봄이라는 걸 실감하게 되지만 한낮에는 더운 여름이라도 된 듯 긴 소매를 걷어입거나 반팔을 챙긴다. 계절이 바뀔 때면 어김없이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는데, 이제는 그것도 가물가물하다. 나태주 시인의 새 시집을 보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너만 생각할게 했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는 것을...


읽으면 포근함을 느끼게 되는 나태주 시인의 신작 시집에 새로 나왔다. 올해 벌써 나태주 시인의 나이가 여든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그의 감수성은 16세 소년, 소녀의 감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것 같다. <그래, 네 생각만 할게>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세월의 무게를 건너 순수했던 10대 시절로 나를 이끈다. '안녕, 그대 그리운 그 한 사람이여'



[별을 보며 생각한다]



내가 너를 생각하는

마음 하나와

네가 나를 생각하는

마음 하나가


땅 위를 헤매다가

하늘에서 만나면

별이 되지 않을까!

별을 보며 생각한다.




이 시집은 그리운 사람을 기억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편 한 편 알알이 새겨진 낱말들 속에서 나도 추억의 여행을 잠시나마 떠나볼 수 있었다. 세월이 지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감수성은 저 멀리 달아나고 현실적이고 동물적인 생존 경쟁 본능만 앞세우게 되는데, 잠시나마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숨 고르기를 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가 있을까.


어렸을 적에는 시집도 많이 읽고 암송도 했었는데, 아무리 외모를 젊게 꾸민다고 해도 이제는 귀밑머리부터 시작된다는 흰머리를 감추기에 바빴다. 그러니 시 한편 맘 편하게 읽을 여유는 애당초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늘 업무를 처리하느라 밤늦게까지 야근을 하고도 모자라 주말에도 담 주에 할 일들을 걱정하느라, 내 팔자에 시는 무슨... 먹고살기도 바쁜데.



[병원간날]



더도말고

이집에서

당신이랑

십년만더

살고싶어

눈물글썽

다리휘청.





<그래, 네 생각만 할게>에서 시인은 깊은 성찰을 따스한 시구에 담아 세월의 무게가 아무리 깊고 진하다고 해도 잊히지 않는 누군가의 얼굴을 떠오르게 한다. 잊고 지냈던 그 사람이 오늘따라 유난히 머릿속에 또렷이 맴돈다. 지금은 뭘 하고 있을까.


<그래, 네 생각만 할게>는 삶이 유한하고 사랑타령을 하기엔 나이가 솔찬히 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사랑할 힘이 있고, 사랑할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고마운 시집이다. 과거의 그녀 못지않게,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시집 한 권 읽어볼 시간이 없는 삶은 고달픈 인생이 아닐까. 이 책을 사서 보든 도서관에서 빌리든 서점에서 눈동냥을 하든. 이 책 꼭 한번 읽어보시길 강력히 추천드린다.



이 포스팅은 시공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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