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눈물꽃 소년 - 내 어린 날의 이야기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4년 2월
평점 :

대학시절에 처음 박노해 시인에 대해 알게 됐는데, 그때는 노동운동가 박노해에 대한 인상이 깊었다. 본명 박기평. 1957년 함평에서 태어나 고흥의 작은 마을 동강에서 자랐다. 그는 "순정한 흙가슴을 간직한 사람들 속에서 보낸 그 어린 날이 나를 키웠다"고 소개했다.
졸업을 하고 직장에 다니고 나서도 시간이 많이 지났고, 어느 날 다시 시인 박노해를 접하게 됐다.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에세이 <눈물꽃 소년>였다. 이 책은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희망과 사랑을 잃지 않고 성장하는 소년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남도의 작은 마을 동강에서 자라 국민학교를 졸업하기까지, '평이'라고 불렸던 그의 소년 시절의 성장기에 대한 이야기다.
p.10
만나는 이마다 "오매, 평이 혼자서 으딜 간다냐", "요것 좀 보고 가그라", "여그서 이짝으로 쩌기서 저짝으로 가면은", "거시기는 이라고 머시기는 이라고..." 다들 한마디씩 함시롱 가는 길을 일러주었다.
p.80
엄니는 따끈한 장어국을 맛보더니, 밥을 말더니, 점점 빠르게 드시는 거였다.
"맛나게, 잘했네. 아들 밥상을 다 받아보네... 속없이 맛있네."

이 책을 읽다 보니 난 어릴 적에 어떤 아이였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게 된다. 그의 가족과 친구, 선생님 등 소년 시절에 박노해란 사람의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었는지 그들과의 추억에서 그는 무엇을 느끼고 배우게 됐는지를 엿볼 수 있다.
할머니가 장에 다녀오시며 모시 손수건에 싸서 꼬옥 품고 온 빨간 알사탕 한 알을 입에 넣어주시는 일화를 읽다 뭉클해지기도 했고, 여덟 살 때 처음했다는 엄니와 함께 한 갯장어 요리는 처음 닭을 손질해 봤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p.148
아부지가 돌아가신 그날, 열다섯 살의 장남이던 형은 우리 집안의 가장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날, 나는 단 하나뿐인 형을 잃어버려야 했다.
p.187
그때였다.
"나랑 같이 놀래?"
내가 돌아보자 등 뒤에서 수줍게 웃고 있는 아이. 전학 온 내 짝꿍 민지였다.

오랜만에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눈물꽃 소년>은 거창하게는 박노해 시인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게 한다. 하지만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한 생각과 추억, 슬픔과 아픔, 희망과 사랑 등은 감수성을 잃어버리고 사는 것 같은 요즘의 일상에 내게도 좋은 추억이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눈물꽃 소년>은 누구나 읽어 보면 공감하게 될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다. 특히 어린 시절의 순수하고 따뜻한 감성들이 그의 순박한 문체를 통해 하나씩 되살아나고 나의 어린 시절에 비쳐보며 흐뭇한 미소도 짓게 만든다. 33편의 글마다 박노해 시인이 직접 그린 연필그림 감상도 책장을 빨리 넘겨보고 싶게 만든다. 무엇보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소년의 이야기에 매혹될 것이다.
이 포스팅은 느린걸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