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늙었지만 아무도 죽지 않는다 - 초고령화 시대, 웰다잉을 위한 죽음 수업
오쿠 신야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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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입에 올리기 힘든 단어가 있다. 바로 '죽음'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요즘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까 싶기도 하지만 사실 탄생의 기쁨과 달리 슬픔, 이별, 절망 등 죽음과 연관되어 떠오르는 단어들은 그다지 행복한 느낌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부신 의학의 발전으로 우리는 현재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해 있다.


일본의 의학자인 오쿠 신야는 <모두가 늙었지만 아무도 죽지 않는다>에서 '미래의료학'의 관점으로 현대 사회의 고령화 문제, 그중에서도 죽음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평균 나이 80세를 넘어 100세 혹은 120세를 이야기하는 요즘, 인간에게 주어진 기나긴 시간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글쎄...


p.21

가까운 미래에 인류는 전염병의 위협에서 해방될 것이다. 물론 전염병이 소멸한다는 뜻은 아니다. 앞으로 새로운 전염병이 등장해도 의료 대책이나 백신 및 치료법 개발이 예전과 비교도 안 되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십중팔구 병을 억제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p.56

의료 세계, 특히 진단 과정에서는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AI가 데이터 분석과 대조를 하고 최종 결과를 참고해서 '인간 의사'가 진단하는 방식이 주류가 될 것이다. AI가 인간 의사를 대신할 시대가 이제 머지않았다. 이는 곧 우리의 수명이 점점 더 늘어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는 죽음과는 먼 것처럼 이야기한다. 다음 주 혹은 다음 달, 내년에 뭘 할 것이지 다양한 계획들을 세우고 하나씩 실천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짜기도 한다. 그런데 죽음이 사어(死語)가 된 초장수 시대를 맞아 의료미래학자가 던지는 죽음을 둘러싼 거의 모든 질문과 답변들을 담은 책을 읽다 보니 웰빙 못지않게 웰다잉이란 말이 새롭게 다가온다.


이 책은 의학의 힘을 빌려 평균 120세까지 살 수 있을 거라고 전망되는 현대 의학이 새롭게 내놓는 유병장수라는 라이프 스타일을 살아가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논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는 금기시되어 왔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이야기하는 책을 읽는 것이 쉽진 않지만 한 번쯤 진진하게 고민해 봐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p.97

20세기의 죽음은 ①돌연사 유형이든 ②공포 유형이든 예측 불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잘 갖춰진 응급 의료 체계도 효과적인 치료법도 없어서 저항하고 싶어도 저항하지 못했다. 병에 걸린 사람은 대부분 손도 쓰지 못하고 그저 죽음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p.116

'죽음을 받아들이는 5단계 이론'을 주장하며 미국의 호스피스 설립에 큰 영향을 미친 미블러 로스도 자신의 죽음의 과정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중략)

오랜 세월 죽음을 바라본 퀴블러 로스도 자신의 죽음을 직시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러니 우리가 바로 해답을 찾아내지 못해도 한탄할 필요는 없다. 이 사실을 기억해 두자.



우리는 태어나는 것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어쩌면 죽는 순간을 선택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평균 수명이 늘어난 세대에 120살까지 살 수 있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쉽게 답변이 떠오르지 않는다. 저자는 이 책에서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하나는 '여러분은 몇 살까지 살게 될까요?"이고, 또 다른 하나는 "여러분은 몇 살에 죽고 싶습니까?"였다.


이 책에서는 초장수 시대를 바라보는 일본 의학자인 저자는 의학의 기술의 발전으로 연장된 노후로 인해 우리가 겪게 될 경제적 문제를 비롯해 뇌사, 고독사, 안락사 등 스무 가지 현실적인 키워드를 던지며 소중한 삶의 한 단락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죽음을 디자인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웰다잉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묻고 있다.


p.139

수긍할 수 있는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 '연명 치료'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둘 필요가 있다. 연명 치료란, 환자가 회복할 전망이 없어 임종이 얼마 안 남았다고 판단했을 때, 임종을 늦추는 목적으로 하는 치료를 말한다.


p.171

스스로가 수긍할 수 있는 삶의 마지막을 생각할 때, 장기 의식과 장기 기증에 관해서도 알아두어야 한다. '그게 지금 나랑 무슨 상관이람?'이라고 여길 수 있는데, 여러분이 당장 내일 불의의 사고를 당해 뇌사 상태에 빠지면 뇌사 판정을 거쳐 장기를 꺼내 이식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제공할 수도 있다.



죽음이란 말을 떠올리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고 보면 큰 사고가 나지 않는 이상 나이가 들어도 여기저기 아픈 곳이 있어도 의학의 힘을 빌려 삶을 조금씩 더 연장하며 살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AI, 로봇 수술, 인공 장기, 예방 의학 등등. 의학이 급속도로 진보하면서 인간의 수명은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저자는 이제 죽음이란 예측 불가능한 가능성(과연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을 넘어서서 디테일한 면(어떻게 죽을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각자가 자문하고 고심해 봐야 할 때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많겠지만 인생 계획에 죽음을 명확히 넣고,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지 의식하며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당신은 몇 살까지 살고 싶은가?"



이 포스팅은 알에이치코리아(RHK)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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