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섹타겟돈 - 곤충이 사라진 세계, 지구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까,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올리버 밀먼 지음, 황선영 옮김 / 블랙피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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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모기떼의 극성에 밤잠을 설쳤던 기억이 올해도 강렬하게 남아 있다. 그런데 곤충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구가 망해도 바퀴벌레는 살아남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는 만큼 곤충의 생명력이 강력하단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선뜩 동의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미국 <가디언>의 환경 전문 기자로 활동하며 전 세계 지구 환경의 위기를 피부로 겪어 왔다는 올리버 밀번 기자는 4억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곤충이 사라지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전 세계 곤충학자들의 다양하고 방대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유례없이 가속화되고 있는 곤충의 멸종 현상을 추적해 왔다고 한다.


인류가 지구 환경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때를 말하는 인류세는 현재 기후변화로 나타나고 있고, 저자는 곤충에게 닥쳐온 멸종 위기가 그렇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올겨울에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오고 있다. 한여름에 유럽은 40도에서 50도를 육박할 만큼 뜨거운 한여름을 경험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상이변 현상들은 속속 관찰되고 있다.


환경파괴의 주범인 인류는 한편으로는 자연과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도시에서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 나서는 올여름에 꿀벌을 봤었나 하고 떠올려 보니 별로 못 봤던 것 같다. 저자는 곤충의 위기가 인간의 삶을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이를 막을 방법은 없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p.30

그러다 갑자기 모든 것이 달라졌다. 대중이 곤충의 위기를 자각하게 된 것이다. 마치 파도를 맞는 것처럼 여러 번에 걸쳐 대중이 위기를 인식하게 되었고, 이런 일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곤충의 위기가 사람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시점은 2017년 10월 18일이라는 구체적인 날짜로 거슬러 올라간다.


p.63

유럽에 사는 곤충들은 북미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1890년과 1980년 사이에 포획한 나비 12만 종을 검토한 자료와 나비 수백만 마리를 관찰한 더 최신 데이터를 종합해 보면, 네덜란드에 서식하는 나비의 수가 최소 84%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어렸을 때를 떠올려 보면 어디를 가나 곤충을 볼 수 있었다. 모기, 파리, 바퀴벌레가 들끓었다. 기록에 따르면 인간에게 알려진 동물 종의 4분의 3을 곤충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4억 년간 있었던 다섯 번의 집단 멸종에서도 곤충은 생존했었다고 하니 그 생명력이 놀라울 뿐이다.


그런데 그렇게 강력한 생명력을 갖고 있는 곤충이 놀만 만한 속도로 죽어가고 있다고 하니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여름에 극성스럽게 귀가를 맴돌고 피를 쪽쪽 빨아먹는 모기나 음식에 아무렇게나 걸 터 앉아 경악하게 되는 파리는 없어졌으면 좋을 해충이다.


이 책을 읽어보니 해충이란 개념은 인간의 눈과 잣대로 바라본 결과일 뿐 곤충들에게는 별개의 문제인 셈이다. 인간이 정해 놓은 해충 개념은 결국 인간에게 피해를 주거나 협오스럽다는 기준으로 적용될 뿐이지 않은가?


곤충이 없으면 인류 문명이 얼마 견딜 수 없다고 한다. 요즘처럼 기후변화가 심해지고, 코로나19 이후 대재앙의 조짐이 하나둘 현실화되면서 이러한 논리에 신빙성이 더해지고 있다. 그런데 <인섹타겟돈>에서는 지금 곤충에게 멸종 위기가 닥쳐 오고 있다며 이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p.127

예를 들면 말벌은 소풍을 즐기는 사람들을 괴롭히며 물기도 한다. 꿀을 만드는 것과 같은 사랑스러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신물을 돌돌 말아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말벌마저 기쁜 마음으로 때려잡으려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행동의 여파는 엄청날 것이다.


p.156

한 식물학 비교 연구에 따르면, 스위스 취리히에서는 수분 매개자를 위한 먹이로 가득한 식물들이 지난 100년에 걸쳐 사라져버렸고, 스웨덴에 있는 반자연적 목초지는 10%만 남았다고 한다. 유럽 농지에 사는 새의 수도 줄어들었다. 화학물질로 범벅이 된 들판에서 생성되는 질소가 해안 지대에 조류를 만들어내고 습지를 가는 바람에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온실가스가 대기로 대량 방출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여기서 말하는 ‘인섹타겟돈(Insectageddon: Insect+Armageddon)’이란, 과학자들이 곤충 멸종 사태를 부르는 말이다. 과학자들은 이 재앙이 지구의 ‘여섯 번째 대멸종’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곤충이 없으면 곡식 농사가 불가능해지고 생태계가 무너져버리면 인류는 몇 달 못가 비참하게 살다가 멸종할 것이라는 끔찍한 결과를 내놓고 있다.


저자는 ‘곤충’이 사라져가는 현상을 집요하게 추적해 왔는데, 추적 과정에서 밝혀진 중요한 사실은 곤충의 멸종이 꿀벌처럼 특정 생물종에 국한된 해프닝이 아니라는 점이다. 잉글랜드에서는 2001년 이후 반딧불이 개체 수가 4분의 3이나 줄어들었으며, 유럽에 서식하는 호박벌 중 4분의 1이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고 한다.


또한 이탈리아에서는 쇠똥구리가 사라졌고, 일본에서는 나비의 수가 줄어들고 있으며, 핀란드에 있는 개울에선 더 이상 잠자리를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이처럼 종을 초월한 방대한 양의 곤충이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은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그럼 곤충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전 세계 식량 작물 생산량의 3분의 1 이상이 벌, 나비, 파리, 나방, 딱정벌레 같은 곤충의 수분 작용에 의지한다고 한다. 따라서 곤충이 사라지면 식량 생산 시스템이 붕괴돼 세계적으로 영양 결핍이나 기아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p.225

사망자 수로 따져보면 모기는 단연 지구상에서 인간에게 가장 위험한 동물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기를 처치하려는 마음이 너무 앞선 나머지 부수적인 피해가 속출하게 하는 무기를 사용할 때가 많다. 화합물인 DDT는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모기 퇴치제였다. 그 당시에는 모기가 DDT에 내성이 생기기 전이었고, DDT가 다른 야생동물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사용이 금지되기 전이었다.


p.269

양봉업자들은 꿀벌 중에서도 여왕벌에게 관심을 더 많이 쏟는다. 벌집의 운명에 대한 책임이 주로 여왕벌에게 있기 때문이다. 여왕벌은 알을 낳는 기계나 마찬가지이며 하루에 알을 2,000개나 낳기도 한다. 여왕벌이 알을 충분히 낳지 못하면 꿀벌 군집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곤충이 사라지면 곤충이나 식물을 먹이로 삼는 작은 동물부터 차례로 생태계가 무너져 내리며, 생물 다양성이 감소될 것이라는 점도 우려된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곤충의 죽음은 새, 쥐, 개구리 등의 개체 수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곤충이 하는 일은 단순히 식물 수분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고 하니, 이에 대한 연구 결과도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곤충의 능력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을 뛰어넘는다. 잠자리는 최신형 헬리콥터를 추락시킬 정도로 강한 바람 속에서도 공중에 안정적으로 떠 있을 수 있고, 시야가 무려 360도에 이른다고 한다. 흰개미의 건축 능력은 불모지를 비옥한 밭으로 변신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벌침에 있는 독은 몇몇 암이나 비듬 치료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규모 농업을 짓기 위해 해충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너무 많은 살충제를 살포하고, 정원을 가꾸기 위해 곤충에게 이로운 환경은 모두 치워버리고 있다. 이처럼 인류 문명이 초래한 기후변화 역시 곤충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저자는 인간이 곤충 멸종 사태를 둘러싼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세계 각지에서 인간과 곤충이 함께 생존할 수 있기 위한 첨단 기술과 프로젝트가 시도되고 있다. 새해가 시작되는 계묘년, 2023년에는 곤충이라는 작은 생명체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지 이 책을 통해 확인해 보고 관심을 조금 더 가져보시기 바란다.



이 포스팅은 블랙피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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