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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석 기차 여행 ㅣ 당신을 위한 그림책, You
다니 토랑 지음, 엄지영 옮김 / 요요 / 2022년 10월
평점 :
어느 날, 오후
도시의 단조로운 대기 속으로
기적 소리가 흘러간다.
클레멘티나의 마음도 함께 흘러간다.
저 먼 곳을 향해.
단조로운 주말 아침이다.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길목에서 어제부터 내린 비로 아침은 조금 쌀쌀하다. 보일러 온도를 조금 높이고 책 한 권을 펼쳐든다. 2022 볼로냐 아동 도서전 선정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작품으로 선정된 <일등석 기차 여행>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클레멘티나 델피다. 기차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주근깨 핀 얼굴에 빨간 머리카락을 가진 델피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표지를 내건 이 책은 책장을 넘기면서 그림만 봐도 재미난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델피 씨네는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가난하진 않았지만 델피 씨가 만족할 만큼 부유하지도 않다. 델피 씨는 오랜 세월 행정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쌓은 인맥으로 딸에게 좋은 신랑감을 구해주고 싶어 평생 딸에게 상류 사회의 매너와 에티켓을 가르치기 위해 노력했다.
중요한 순간은 항상 뜻하지 않게 찾아온다. 봄이 시작되던 첫날, 절망한 자에게만 드물게 나타는 한 줄기 환한 빛이 클레멘티나의 머릿속에 비쳐 들었다.
클레멘티나 델피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성으로 자랐지만 아버지와 함께 꿈꾸었던 상류층을 향한 욕망은 전쟁과 함께 무너졌다. 아버지, 아버지의 인맥, 그리고 약속된 미래도 폭탄의 연기와 함께 잿더미가 되었다. 도시 전체가 폐허로 변해 버렸기 때문이다.
고아가 된 클레멘티나를 불쌍히 여긴 이웃이 그녀를 위해 작은 다락방 하나를 내어주었는데, 매트리스 하나와 잿더미밖에 보이지 않는 작은 창문이 있는 방에서 그녀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봄이 시작되던 첫날, 그녀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락방을 나왔다.
아버지가 은행에 저축해 놓은 몇 푼 안 되는 돈을 찾아 돈의 절반으로 민트색 실크 드레스 한 벌과 줄무늬가 있는 커다란 모자를 샀다. 우아하게 차려입은 클레멘티나는 남은 돈을 탈탈 털어 일 년 동안 일등석을 타고 여행할 수 있는 기차표를 샀다. 일 년 동안 이 나라에서 가장 부유한 신사들과 어울리고 아버지가 바라던 좋은 신랑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기차 여행을 시작한다.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한 짐꾼이 이마의 땀을 훔치더니 클레멘티나에게서 가방을 받아 기차에 실으며 말했다. "기차에 탑승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는 민트색 실크 드레스 속에 자기만큼이나 쓸쓸한 여자가 웅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클레멘티나 델피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성으로 자랐다.'라는 문장에서 남자들이 그녀에게 호감을 가질 것이란 건 이미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녀에 대한 이야기 없이 아버지의 경제력, 아버지의 삶의 목표, 아버지의 노력만으로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찾을 수 있을까?
긴 인생의 터널을 지나듯 그녀가 탄 기차는 바다를 지나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길거리를 지나면서 세 명의 남자 '은행가, 장군, 왕'을 만나는 이야기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으로 이어진다. 그녀는 누구와 어디에 누구와 정착했을까?
2022 볼로냐 도서전 선정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뽑혔다고 해서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이 아닐까 싶었는데, 이 책은 클레멘티나의 일등석 기차 여행을 통해 우리에게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서 내려 어떻게 살 것인지 묻고 있다.
이 포스팅은 요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