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어드 -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
조지프 헨릭 지음, 유강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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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전후로 한류 열풍이 더 뜨거워졌다. 전 세계가 우리나라의 한글을 비롯해 우리의 문화, 콘텐츠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과거 70~80년대에 미국과 유럽 문화를 동경하던 분위기와는 180도 달라졌다. 하지만 서구 문화를 동경하는 분위기는 전 세계에 여전하다.


여행을 가더라도 동아시아나 아프리카보단 미국이나 유럽에 가보고 싶어 한다. 동양 문명이 서양 문명보다 먼저 발전하고 꽃을 피웠지만 2차 세계대전 전후로 현대 서구 문명은 전 세계에 걸쳐 폭넓게 영향력을 미치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대 서구 문명의 번영을 가져온 이유에 대해, 하버드대 인간진화생물학과 조지프 헨릭 교수는 <위어드>라는 책에서 '서구의(Westren)', '교육 수준이 높은(Educated)', '산업화된(Industrialized)', '부유한(Rich)', '민주적인(Democratic)'라는 5가지 키워드로 분석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p.29

갑자기 16세기에 읽고 쓰는 능력이 서유럽 전역에 전염병처럼 퍼지기 시작했다. 1750년 무렵부터 네덜란드, 영국, 스웨덴, 독일이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코스모폴리탄적 도시들을 뛰어넘어 세계에서 가장 문해율이 높은 사회로 발전했다. 이 나라들에서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글을 읽을 줄 알았고, 출판업자들은 신속하게 책과 소책자를 만들어 냈다.


p.96

인간 본성에서 문화가 차지하는 중심적 위치를 이해하는 방법은 '학습'이나 '사회화'에서 근거한 설명을 가지고 '진화론적' 또는 '생물학적' 설명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 그 대신 연구자들은 자연선택을 통해 우리의 영장류 뇌가 어떻게 만들어져서 어떤 생태적, 사회적 환경에서든 생존하고 번성하는 데 필요한 사고와 믿음, 가치, 동기, 관행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게 되었는지 질문을 던짐으로써 확대된 진화적 접근법에 문화를 포함시켰다.




그는 이 책에서 서구의(Western)에서 교육 수준이 높고(Educated), 산업화된(Industrialized), 부유하고(Rich), 민주적인(Democratic) 사람들을 가리켜 ‘WEIRD(위어드)’라고 규정하게 된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우리가 알고 있는 인간 심리 실험의 결과들의 대부분이 서구 사회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각하게 편향된 표본을 살펴보면 실험 참가자의 96%는 북유럽, 북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이었는데, 이 가운데서도 70%가량이 미국의 대학생이었다는 것이다.


어찌 됐든 오늘날 국제 사회의 주류라고 여겨지는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가진 이 집단은 역사 속에서 등장한 세계의 많은 지역, 그리고 지금까지 살았던 대다수 사람과 달리 대단히 개인주의적이고, 자기에 집착하고, 통제 지향적이며, 남들 하는 대로 따라 하지 않고, 분석적인 동시에 낯선 사람을 신뢰한다는 특징이 있다고 소개했다.


p.147

최소한 100만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인간 진화사의 많은 시기 동안 기후는 더 차고 건조하고 변덕스러웠다. 약 13만 년 전부터 농경과 목축의 기원에 이르기까지 몇 세기마다 기온이 극적으로 바뀌면서 식물을 재배할 수 없었다. 작물로 삼으려면 특정한 기후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낮아져서 식물 생장이 저해되면서 초기의 농경은 생산성이 낮아지고 야생 식물 먹거리가 널리 흩어지게 되었다.


p.201

수백 년 동안 지중해부터 인도까지 휩쓴 신과 신의 제재에 관한 믿음의 소용돌이 속에서 기원전 500년 무렵부터 특정한 행동에 상과 벌을 주는 능력을 완전히 갖춘 보편적 신(또는 우주적 힘)을 지닌 새로운 종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경쟁에서 현대까지 살아남은 종교로는 불교, 기독교, 힌두교 등이 있다. 나중에는 이슬람이 합류했다.




<위어드>는 서구 사회의 독특한 심리와 문화, 제도가 세상의 주류가 된 점에 대해 6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소개하고 있다. 본문 외에 부록 겸 주석으로 소개하는 자료만 150페이지가 넘는다. <총균쇠> 이후 이렇게 많은 분량의 책을 읽게 될 줄은 몰랐다. 어떤 부분은 여전히 다시 읽기를 반복해야 할 만큼 어려운 대목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주목해 봐야 이유는, 이들은 관계와 사회적 역할보다 자기 자신, 즉 자신의 특성과 성취, 열망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 같지 않은가? 요즘 MZ세대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거에도 X세대, Y세대를 이야기할 때도 비슷한 이야기들을 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WEIRD에서 보이는 이러한 현상들을 통해 집단은 어떻게 이런 독특한 심리를 갖게 됐는지, 또 이런 심리적 차이가 지난 몇 세기에 걸친 산업혁명과 유럽의 전 지구적 팽창에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p.276

세계경제포럼에서 가져온 데이터는 이 결과를 보완하면서 친족 기반 제도가 강한 나라의 중역들이 고위 관리직에 친척을 더 많이 고용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WEIRD는 이를 '족벌주의'라고 부르지만, 다른 이들은 '가족에 대한 충성'이라고 지칭하면서 믿을 만한 직원을 구하는 현명한 방법으로 간주한다.


p.354

교회는 성매매와 성노예를 종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공동체가 남성의 성적 행동을 감시하고 위반하는 것을 공개하도록 만드는 사회 규범을 만들어냈다. 물론 남성과 여성 모두의 성적 위반을 감시하고 처벌하기 위해 신이 동원되었고, 그에 따라 기독교의 죄와 죄의식 개념이 발전했다. (중략)

이는 아테네나 기독교 이전 로마 같은 다른 일부일처 사회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 고대 사회들에서는 남성이 부인을 한 명만 두었지만 그 밖에 다른 제약은 받지 않았다. 남성은 쉽게 이혼을 할 수 있었으며 또한 성노예를 구입하고, 외국인을 첩으로 들이고, 수많은 저렴한 유곽을 이용할 수 있었다.




<위어드>는 방대한 질문과 이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인류학, 심리학, 경제학과 진화생물학 등 다양한 연구와 실험, 사례들을 하나로 엮고 있다. 가족 구조, 결혼, 종교의 기원과 진화를 탐구한 끝에 저자는 이 제도들이 인간이 생각하고, 느끼고, 세계를 지각하는 방식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담아냈다고 분석했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오랫동안 연구해온 인간 사회의 진화에 대한 인류학적 관점을 기반으로 서구 사회의 심리, 문화, 제도 등이 어떻게 세상의 주류로 자리 잡게 됐는지 살펴볼 수 있지만 시간을 내서 차근차근 시간을 들여 보시길 추천드린다. 앞서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후루룩 읽기엔 분량도 많고 설명하는 내용을 집중해서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 포스팅은 21세기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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