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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의 손길 ㅣ 페르세포네 × 하데스 2
스칼릿 세인트클레어 지음, 최현지 옮김 / 해냄 / 2022년 9월
평점 :
새롭게 현대판 로맨스 판타지로 태어난 '페르세포네×하데스' 시리즈는 총 3권으로 출간되었는데, '그린 라이트'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큰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리스 로마 신화 속의 이야기와 새롭게 각색된 이야기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면서 읽어보면 좀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다.
'페르세포네×하데스'의 1권 <어둠의 손길>에서는 신들의 세계를 마다하고 인간 세계로 내려와 평범한 기자로 살고 싶어 하는 '페르세포네'와 인간 세상에서 클럽 네버나이트를 운영하며 내기를 통해 사람들의 영혼을 구속하려는 지하 세계의 왕 '하데스'의 사랑 이야기가 주된 테마였다.
하데스는 이기는 게임 내기를 좋아하는데, 네버나이트를 찾은 사람들은 자신의 영혼을 걸고 그와 카드 게임을 하고 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인간 세상에서 조용하게 살고 싶었던 페르세포네는 하데스와의 내기에서 지고 6개월 동안 지하세계의 정원을 가꾸는 계약을 맺는다. 그런데 그녀의 손에 닿는 모든 식물은 시드는데...
p.16
페르세포네는 신의 형상을 하고 싶지 않았다. 신적인 힘을 갖기 전까지는 스스로 여신이라고 느끼기도 어려웠고, 하데스의 숭배에 힘입어 자기 안의 마법이 화르르 되살아날 때까지도 그 점만큼은 변함없었다. 마법을 갖는 것과 그것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일은 별개라는 사실을 빠르게 깨달았다.
p.53
그 기사를 쓰거나 일을 관두는 것 외에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떠올리느라 머리가 팽팽 돌았다. 대학교 1학년 때 전공을 신문방송학으로 바꾸기로 결심하면서부터 그녀의 오랜 꿈은 뉴 아테네 뉴스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진실을 밝히고 불의를 폭로한다는 그들의 사명을 철석같이 믿었다.
죽음의 신 '하데스'와 봄의 여신 '페르세포네'의 사랑 이야기가 지난 1편에 이어 2편에서도 이어진다. 1권이 끝나기 전에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는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페르세포네는 하데스를 사랑하면서도 그런 감정을 감추기 위해 애써 왔다. 하지만 하데스에 끌리는 감정은 불꽃처럼 활활 타오른다.
지하세계의 이모저모를 알아가고 있던 페르세포네는 하데스의 옛 연인들에 대한 질투심도 함께 폭발한다. 특히 하데스의 주변을 여전히 맴돌고, 하데스가 자신 외에 다른 여자들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두는 것에 페르세포네는 참을 수 없었다.
페르세포네의 또 다른 근심거리는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였다. 어머니의 구속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인생을 살고 싶었지만 하데스와의 만남은 순탄치 않았고, 하데스에 자신이 속박되는 감정도 느낀다. 또한 하데스의 기사가 온라인에 유출되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게 되고, 2편에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하데스의 연인임을 알고 있다.
p.77
'불경한 자'는 신들을 거부하는 자들로, 신들을 향한 숭배와 희생 대신 공정성과 자유의지, 그리고 자유를 주창했다. 그들이 대화 거부 시위를 한다는 건 놀랍지 않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긴 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불경한 자는 수면 아래서 잠잠했으니까.
p.133
월요일, 페르세포네는 회사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 화면에 떠 있는 기사를 노려보고 있었다. 헤드라인을 예측하는 솜씨로만 보면 그녀 역시 오라클이 될 만했다. 하데스의 전 애인을 마추는 일까지 예측할 수 있었더라면.
이 책을 쓴 작가인 스칼릿 세인트클레어는 그리스 신화, 미스터리, 로맨스, 환생 등의 주제에 탐닉했고, 풍부한 상상력과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현대판 로맨스 판타지로 재해석됐다. 지난 리뷰에서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3권 모두 '손길'이라는 제목이 들어가 있다. '손길'은 누군가와 연결됨을 의미하면서도 그 손길을 거두면 남처럼 되는 이중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책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처럼 수위 높은 로맨틱 판타지가 펼쳐진다. 따라서 아이들과 함께 읽는 건 삼가야 한다. 로맨스 소설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하데스는 키가 크고 잘 생겼으며, 돈과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또한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매력의 수치는 인간과 비교도 되지 않는다.
이러한 설정은 페르세포네가 인간계에 내려와 살고 싶어 하면서도 지하세계의 여왕이 되고 싶은 무의식적인 욕망을 서서히 드러내게 된다. 사랑 없이 영원의 삶을 홀로 살아온 지하 세계의 왕도 페르세포네의 순수함과 당돌함, 때로는 오만함 등에 강하게 끌린다. 복잡하게 얽힌 운명의 실타래는 관능적인 사랑으로 표현되고 금지된 사랑을 파멸의 길로 이끌 것인가?
p.163
그는 계속해서 걸어갔다. 어떻게든 그의 마음이 아프길 바랐다. 왜냐하면 그는 정말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으니까. 화가 끓어올랐다. 혈관에 불이 난 듯 뜨겁더니 일순간 타일 바닥에서 검은 가시들이 솟구쳐 올라와 독사처럼 하데스를 향해 움직였다.
p.200
페르세포네는 하데스에게 폭 안긴 채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몸이 이렇게 닿아 있을 때 느껴지는 감촉이 좋았다. 혼자 보냈던 모든 밤을 지나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 것 같은 감각이었다. 숲에서 사랑을 나누고 돌아와 목욕을 마친 참이었다.
페르세포네는 인간들 세상에서 평범한 기자로 살고 싶어 하면서도 하데스가 보여주는 손에 힘을 쥐는 게 어떤 건지 궁금함 아니 호기심을 참지 못한다. 자신에게 어둠을 어루만지게 해주겠다는 하데스의 유혹을 뿌리치기는커녕 어둠에 자신의 손길로 새로운 꽃을 피우고 싶어 한다.
우리는 지하 세계를 살아생전에는 경험해 보하기 때문에 궁금한 것들이 너무나 많다. 이 책에서 그리고 스틱스 강둑을 따라 거니는 페르세포네가 되어 고대 지하 세계는 어땠을지 상상해 보는 재미가 있다. 하데스는 자신의 가장 큰 약점이자 가장 깊은 두려움, 가장 귀중한 자산이 페르세포네라며 끊임없이 구애를 아끼지 않는다.
이들은 데메테르의 방해와 인간들의 시선을 피해 둘만의 사랑을 키워가면서도 때때로 불같이 화내고 서로를 향해 비수를 날린다. 페르세포네는 하데스를 사랑하면서도 그의 마음을 할퀴고 그를 수치스럽게 만들고 싶어 한다. 반대로 하데스는 그녀를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
p.185
"믿어봐요. 이 광경이 꽤 볼 만할 테니까."
그가 손가락을 한 번 튕기자 페르세포네는 뼛속까지 피부가 꽉 조여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었다. 거울 안에 숨고 나서도 그 느낌은 가시지 않았다. 마치 폭포 뒤에서 흐릿한 바깥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p.201
그녀는 그의 온기를 가까스로 밀쳐내곤 소파에 놓아두었던 배낭을 어깨에 둘러맸다. 문을 나서다 말고 그녀는 잠시 멈춰 섰다.
"그 지도는 당신이 가장 신뢰하는 이들에게만 다 보인다고 했죠. 죽은 자들의 신에게 신뢰를 얻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그는 한 단어로 답했다. "시간"
하데스는 막강한 힘을 지녔다. 천상은 아니지만 그가 가진 환생과 부활, 윤회, 죽음을 감지하는 능력, 그리고 영혼을 거두는 능력과 사라지는 능력 등등. 어느 하나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파워를 가지고 있다. 2편에서도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사랑싸움은 계속되는데, 3편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것인지 궁금하다.
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좀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또한 신화 속 이야기와 로맨스 판타지로 새롭게 각색된 이야기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면서 읽으면 더 재밌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10월에 로맨틱 판타지 소설을 좋아한다면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책이다.
이 포스팅은 해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