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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의 섹슈얼리티 - 내 몸 내 마음 내 감정에 관한 소녀들의 성 상담
이수지.노하연 지음 / 한언출판사 / 2022년 9월
평점 :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이라면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와 성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나누는 부모들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특별히 부끄러워할 일도 감출 일도 아니지만 유교 사상이 사회, 문화 전반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어서인지, 성에 대한 이야기는 여전히 드러내놓고 이야기하기가 껄끄러운 면이 있다.
요즘에는 가정에서도 나름 성교육을 하고 있지만 디지털 시대에서 자라고 있는 요즘 아이들은 사춘기에 접어들기 전부터 이미 디지털을 통해 성에 눈을 뜨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성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시켜 줄 만한 충분한 성교육과 그에 대한 책임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N번방 같은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들은 누구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상담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일 텐데, 이럴 때 보면 좋을 책이 새로 나왔다. <소녀들의 섹슈얼리티>는 성에 대한 관점을 넓히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이 책의 저자들은 청소년기에 접어든 10대 청소년들에게 성은 감춰야 할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p.20
혹시 SNS에서 본 친구와 너를 비교하고 있니? 네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외모와 너의 모습을 비교하고 있다면 이것 하나만 기억하자. 그 사진은 심혈을 기울인 포즈와 수백 장 찍은 사진 중에서 살아남은 한 장이 혹독한 보정을 거쳐 나온 '작품'이라는 것을.
p.31
우리는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함께 살아가고 있어. 그래서 다른 사람과 널 비교하게 될 수 있어. 나한테 없는걸 부러워하기도 하고, 그래서 속상하고 우울할 수도 있지.
그래도 이건 알았으면 좋겠다. 성형은 단순히 예뻐지고 싶다는 너만의 욕망이 아니라 이를 부추기는 사회의 영향도 있다는걸.
이 책의 저자는 '성문화연구소 라라'의 이수지, 노하연 대표이다. 이들은 소통을 중요시하는 성교육 활동을 활발하게 해온 당사자들이다. 이 책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성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심혈을 기울여 질문을 뽑고 성실하게 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참고로, 성문화연구소 라라는 누구나 성교육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생애주기별 맞춤형 성문화 교육을 전파하는 기업이다. 다년간 성교육 영역에서 쌓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공공의 영역에서 높은 질의 성교육을 제공하고, 성문화 사각지대를 발견하여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책은 이곳에서 일하는 저자들이 청소년들과 직접 나눈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정말로 궁금해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소개하고 있다. 성형, 다이어트, 연애, 가스라이팅, 피임, 임신 등 청소년들에게 직접적이고 현실적으로 다가와 있는 문제에 대해 돌려 말하지 않으면서도 챙겨야 할 것은 무엇인지 친근한 말투로, 때로는 엄격한 말투로 조언을 건네고 있다.
p.75
만약 고민하는 상대방이 동성이라면 이성애 중심인 사회가 동성에게 느끼는 감정을 우정으로, 이성에게 느끼는 감정을 사랑으로 생각하도록 만들기도 하지.
그래서인지 '시간이 흐른 후 생각해 보니 사랑이 아니라 우정이었구나', '우정이 아니라 사랑이었구나'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더라구.
p.96
연애할 땐 기본적으로 소통을 많이 해야 해.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걸 원하는지, 상대방에게 바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지.
말하지 않았으면서 먼저 알아서 해 주기를 원하면 안 돼. 또 반대로 상대방이 요구하지 않을 일을 해 놓고서 그 사람이 알아주지 않았다고 서운해하면 안 되겠지? 이런 경우엔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사랑해 주지 않는다고 화내기도 하는데 결국 이별과 가까워지는 일이라는 걸 잊지 마.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폰을 접한 아이들은 과거와 달리 더 어린 나이에 디지털 기기를 통해 성에 눈뜨고 있다고 앞서도 이야기한 바 있다. 하지만 내 몸에 생기는 변화조차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고 부모나 형제와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면 왜곡된 성의식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아이들과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또한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외모나 연예, 섹스, 자위 등 성과 관련된 많은 것들이 궁금해진다. 하지만 누구에게 물어볼 만한 상황이 아닐 수도 있다. 또한 각종 사회 문제로 등장한 디지털 성범죄나 성평등에 대해서도 여성 청소년들은 알고 싶은 게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저자들은 말한다. 성은 두렵고 조심하고 감춰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일부이고 자유롭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책임과 소통도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청소년기에 접어든 학생들은 보면 좋고, 이들을 키우는 부모가 함께 읽고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이 포스팅은 한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끌리다,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