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 그리고 제주
박수현 지음 / 바람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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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언제 가봤더라. 10년 아니 그보다 더 오래된 것 같다. 출장 차 갔던 적도 있었고, 개인적으로 여행을 갔던 적도 있는데, 오래되고 보니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런데 탐라순력도라는 제주 전체를 조망해 보는 화첩을 기본으로 소개한 <탐라 그리고 제주>를 보니 기억 저편에 숨어 있던 제주에 대한 느낌이 조금씩 안개 걷히듯 되살아난다.


이 책은 조선 역사 이야기를 다룬 <궁>의 박수현 작가가 제주에 대해서 다룬 역사기행물이다. 저자는 서울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가장 많이 가본 곳이 제주라고 말했다. 작가는 제주가 선망의 대상이었고 삶을 함께하고 싶은 곳이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제주의 역사와 생활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탐라순력도의 매력에 빠져 300여 년 전의 제주의 모습을 제주의 다양한 면들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은 탐라순력도를 중심으로 제주의 탄생과 역사, 지형적인 특징 등을 소개하고 있는데, 탐라순력도는 1702년 제주목에 파견된 이형상 목사가 10월 29일부터 11월 19일까지 21일 동안 제주 전체를 돌아보며 방어진과 군사들을 살피고 무기와 진상품을 점검하면서 만들어진 책이라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관찰사가 자기 관할 내의 고을을 돌아보며 감독했다고 하는데, 제주의 진들을 방문하고 무기와 인력을 점검하기 위함이었다고 하니, 어쩌면 제주를 관광지로만 생각하는 지금의 분위기로 본다면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제주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제주는 제주 목사가 관할로 담당했는데, 1702년이면 숙종 28년 때를 말한다. 이 당시 제주 목사 겸 병마수군절제사로 부임한 이형목 목사는 자신이 부임한 뒤 제주목, 정의현, 대정현의 읍성과 화북, 조천, 서귀포, 모슬포 등 포를 들렸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는 자신이 방문한 곳의 군사와 말을 정비하고 군수품을 확인하고 풍습과 민생을 살피는 순력 과정에서 화공 김남길로 하여금 41점의 그림을 그리게 했고, 각 그림 밑에 간단한 설명을 달아 화첩 탐라순력도를 완성했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탐라순력도는 세로 55cm, 가로 35cm의 비단으로 장식한 화첩으로 제작됐다. 재질이 두껍고 단단한 장지 위에 먹선으로 윤곽을 잡고 채색을 한 방식으로 각 장은 그림의 제목, 그림, 그림에 대한 설명을 적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탐라순력도는 병와문집에 수록되어 있는데 제주 명칭의 유래 및 자연환경, 사적, 인물, 풍속 그리고 제주의 산물과 공물에 대한 기록인 남환박물은 한국학중앙연구소가 소장한 숙종 시대의 제주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한다.




그럼, 이형상 목사는 누구인가? 그는 전형적인 유학자로, 태종의 둘째 아들 효령대군의 10대 손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 목사로 부임한 후에는 제주에 남아 있던 토속신앙을 없애기 위해 신당과 사찰을 불태웠으며 동성동본 간의 혼인, 근족 간의 혼인과 바다에서의 혼욕을 금지시켰다고 한다.


이 책에서 다룬 첫 번째 장 '제주'는 제주 전체를 살펴볼 수 있는 제주 전체를 그린 '한라장촉'이라는 지도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특히 이 장에서는 제주의 산, 오름, 포구, 돌하르방 등 제주의 역사적인 면들을 짚고 있는데, 호연한 마음으로 거문고를 타며 책을 읽는다는 의미를 가진 '호연금서'도 인상적이다.


이 호연금서는 이상형 목사가 부임을 마치고 제주를 떠나 보길도에서 탐라 개국 설화를 비롯해 보길도에서 한라산을 바라보며 그렸다는 하는데, 탐라순력도에 그려진 그림의 순서로 보면 제일 마지막에 나온다고 한다. 이외에도 진상품인 말을 살펴본 '공마봉진', 감귤을 정리한 '감귤봉진', 망경루 뒤편 귤밭에서 풍악을 즐기는 '귤림풍악'를 통해 조선시대의 정서나 풍류 등을 느낄 수 있다.


두 번째 장 '제주목'은 용연에서 시작해 제주읍성, 화북, 조천, 김녕굴과 별방진을 차례로 방문하고 해녀와 너븐숭이 4.3 기념관에 알아보고 있다. 세 번째 장 '정의현'에서는 우도, 성산포, 수산진, 정의현성, 정방폭포와 서귀포 그리고 천지연을 따라가다 보면 제주를 한바퀴 돌게 될 것이다.




특히 이 책은 제주도로 여행을 가려고 준비 중이거나 제주에 대해 새로운 것들을 알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두꺼운 여행서를 펼쳐보기 전에 이 책 먼저 살펴보시기 바란다. 역사서이자 기행문처럼 구성된 이 책은 제주에 대한 꽤 자세한 정보들을 알 수 있다. 특히 조선시대 제주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 보면서 읽어도 좋다.


참고로 '제주'는 180만 년 전 바다에서 화산활동이 일어나 만들어진 화산섬으로, 화산활동 후 한참이 지난 후인 약 2만 5천 년 전 가운데서 용암이 솟아나 한라산이 만들어졌으며, 주변의 작은 화산들이 터지면서 여러 오름이 생겼다고 한다. 그 후 한라산에서 다시 용암이 솟았는데 점성이 강해 멀리 가지 못하고 분화구를 덮으며 봉우리가 생겨났고 안에서 일어난 폭발로 꼭대기가 무너져 '백록담'이 생겼다.


'깊고 먼바다의 섬나라'를 지칭하는 말이 '탐라'라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됐는데, 이 책을 통해 제주의 탄생 설화를 비롯해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 유적들을 돌아보고, 제주의 다양한 지역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포스팅은 바람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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