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물리학 - 거대한 우주와 물질의 기원을 탐구하고 싶을 때
해리 클리프 지음, 박병철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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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이 다정하다고? 물리학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테니 호불호가 있지 않을까? 중학교 때는 물리 과목이 무척 재밌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는 시험 문제를 풀기 위해 암기 위주로만 공부하다 보니 별다른 재미를 느끼진 못했다.


물리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진 못했지만 관성의 법칙이라든가,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고 얼음이 얼고 물이 끓는 것 같은 물리 법칙들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영화나 드라마, 다큐멘터리에서도 물리 법칙을 활용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다룰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푹 빠져 보게 된다.


최근 다산북스에서 재미난 물리학 책이 새로 나와 눈길을 끈다. <다정한 물리학>은 500페이지에 가까운 방대한 분량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물리학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다면 한 번에 쭈욱 읽기에는 다소 부담스럽다. 하지만 이 책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떻게 탄생했을까에 돋보기를 기울이고 있다.


p.23

스티븐 호킹은 우주 만물의 궁극적 기원을 알아내려는 행위를 두고 "신의 마음 헤아리기"라는 거창한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나는 칼 세이건의 실용적이고 담백한 표현이 훨씬 피부에 와닿는다. 사과파이에서 시작하여 점점 잘게 잘라 나가면,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최소 단위에 도달하여 물질의 궁극적 기원을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신의 마음까지는 알 수 없겠지만, 적어도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사과파이를 만드는 방법은 알 수 있지 않을까?


p.51

돌턴이 에든버러에서 발표한 원자론과 얼마 후 출간된 논문 <화학철학의 새로운 체계>는 라부아지에의 화학원소와 고대 그리스의 원자 가설을 하나로 연결하는 가교의 역할을 했다. 돌턴의 이론에 의하면 모든 물질은 "단단하고, 더 이상 분할되지 않으면서 절대로 파괴되지 않는"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든 화학원소는 특정 질량을 갖는 고유한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저자인 해리 클리프는 케임브리지대학교 물리학 교수다. 그는 입자물리학자이자 실험물리학자로, 20대 중반에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연구소인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진행된 세계에서 가장 큰, 강입자 충돌기(Large Hadron Collider) 실험 프로젝트의 멤버가 되었다고 한다.


그는 2013년 역사적인 힉스 입자 발견의 순간에 한 축을 담당했으며,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TED에서 ‘현대 물리학의 끝과 다음’이란 주제로 강의를 하기도 했다. 현대 물리학의 가장 큰 질문인 모든 것의 기원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그는 오늘도 제네바 지하 100미터 아래에서 거대 입자 탐지기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는 세상을 놀라게 한 '힉스 입자(Higgs particle, Higgs boson)' 발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하는데, 힉스 입자는 우주를 구성하는 가장 근본적인 입자의 하나라고 한다. 힉스 입자를 직접 대면했다고 하니 저자가 들려주는 우주와 모든 물질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고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p.156

프레드 호일은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가장 많은 논쟁을 일으킨 천문학자였다. 잉글랜드 북부 요크셔에서 가난한 양모상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에 툭하면 학교를 빼먹으며 허송세월을 하다가, 어느 날 동네 도서관에서 과학책 한 권을 빌려 읽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 책은 아서 에딩턴이 집필한 <별과 원자>였는데, 이 두 가지 주제는 향후 호일의 삶을 지배하게 된다.


p.214

내가 대형강입자충돌기의 데이터를 처음 접한 것은 2010년 4월의 어느 금요일 아침이었다. 그날 나는 새로 지은 캐번디시 연구소의 책상 앞에 앉아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연구소는 원래 도심에 있었는데, 날로 커지는 연구 규모를 감당하지 못하여 1970년대에 케임브리지 외곽의 넓은 들판에 볼품없는 콘크리트 건물을 짓고 이사했다.



영화 [인터스텔라], [앤트맨과 와스프], [어벤저스 엔드게임] 같은 영화에서는 양자역학 같은 물리학의 이론들이 현실 속에서 구현되는 장면 연출로 큰 호응을 받기도 했는데, 잘 알지는 못해도 현대물리학이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발표된 이후 큰 변화를 맞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어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수많은 아이들의 우주로 향하는 꿈을 꾸게 만든 다큐멘터리 <코스모스>를 제작한 칼 세이건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사과파이를 만들려면 먼저 우주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책의 저자인 해리 클리프는 이 말대로 궁극적인 사과파이 조리법을 알기 위해 우주의 기원을 밝히는 일에 동참했다고 하는데, 뭐든 시작이 중요한 것 같다.


저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입자연구소 CERN에서 모든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를 찾았고, 거대한 지하실험실인 그랑사소 연구소에서 유령 같은 입자, 뉴트리노(중성미자)로 태양의 심장을 들여다보는 등 전 세계를 놀라게 한 힉스 입자의 존재를 증명하는 등 물리학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용이 그렇게 쉽게 읽히진 않지만 물리학에 관심이 많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이 포스팅은 다산사이언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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