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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스탄불 - 아는 만큼 보여주는 인문기행
이재천 지음 / 바른북스 / 2022년 7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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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팬데믹 상황으로 바뀌면서 한동안 이동하는게 자유롭지 못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여행도 마찬가지였다. 과거의 오랜 기억처럼 먼발치에서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소환해 이야기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지금은 좀 더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마스크는 최소한의 예방책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행은 새로운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다. 어떤 풍경과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몰라 가슴을 설레게 한다. 취재를 다니다 보니 알게 모르게 이곳저곳 많이 다녀봤지만 개인적인 여행은 많이 다녀보지 못했다. 아쉽게도 유럽에는 아직까지 가본 적이 없어서 유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책이든 여행 프로그램이든 챙겨보는 편이다.
이번에 읽게 된 <그래서 이스탄불>은도 유럽 여행에 대한 동경으로 더 궁금했다. 이 책은 동서양의 문명이 골고루 섞인 터키(지금은 튀르키예)의 이스탄불을 한 달 동안 여행하고 돌아온 저자가 쓴 책이다. 그는 의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여행을 통해 역사와 문화 등을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한다.
p.33
늘 그렇듯 항공권을 결제하고서야 떠날 준비를 시작하는 기분이 들었다. 2020년 연말에 첫 번째 행선지로의 비행기 표를 예약했다. 2021년 9월 중순 출발의 이스탄불행 아시아나항공 OZ551편. 한두 달 후에 조회해 본 항공운항정보에서 이스탄불행 아시아나항공편(OZ551)이 2020년 9월 이후로는 한차례로 운항하지 않았다!
p.64
현재 우리가 사용 중인 터키 알파벳은 1928년에 공표된 것으로, 이전에 우리가 억지로 한자를 사용했던 것처럼, 그 이전에는 아랍문자를 차용해 사용해왔다. 아랍 문자를 예술적으로 표현한 서예와 캘리그래피가 있었고, 식물을 그리거나 식물의 일부를 반복적으로 그려 만든 소박한 무늬는 옷감 문양, 실내 장식, 공예품 등에 사용했다. 이를 아랍식이란 뜻의 '아라베스크'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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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기는 이스탄불에서 한 달 동안 지내면서 둘러본 이모저모를 블로그에 포스팅하고 이번에 한 권의 책으로 묶어서 펴냈다. 따라서 감성적인 기행문 대신, 이스탄불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고 지명이나 이름은 되도록 터키어(튀르키예어)로 표기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물론 여느 여행지를 소개한 여행책처럼 이스탄불의 다양한 풍경과 문화, 거리, 사람들을 흥미롭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또한 저자의 말처럼 역사와 문화를 알고 여행길에 나서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들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는 이스탄불을 여행하기에 앞서 저자가 직접 다양한 자료들을 모으고 여행지에서 보고 느낀 점들을 꼼꼼하게 기록해 소개했다. 특히 비잔틴 제국, 오스만 제국, 지금의 터키(튀르키예)를 통틀어 역사, 문화, 건축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아야소피아와 이를 추종한 건축물들에 대해 상세하게 기술했다.
p.117
기원후 330년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천도로 시작된 비잔틴 제국은 독자적 문화가 있는 당시 최강의 제국이었다. 그 비잔틴 제국이 오스만 제국에 패망하기 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역사적 사건이 만지케르트 전투다. 만지케르트 전투의 결과로 이슬람 세력인 셀주크는 아나톨리아에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p.135
'이스탄불 한 달 살기' 동안 지금까지 보아왔던 것 중 가장 예술성이 높은 아치를 발견했다. 이스탄불대학교 정문과 그랜드 바자르 사이에 있는 베이아즈트 모스크 안에서다. 기독교 교회 건축에는 십자가를 상징하는 양 날개가 있는 열십자 평면이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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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여행기도 아니고 TV 예능 같은 개인의 여정을 글로 남기는 것도 좋아하진 않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기록에 충실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게 된 이유는 여행 책자와 검색으로 습득했던 정보가 팬데믹 이후의 상황에서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지도상에서 볼 수 있는 이스탄불(과거엔 콘스탄티노플)은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혜안이 돋보이는 지정학적 요지 중의 요지라고 소개했다. 북쪽으로 흑해를 통해 현 러시아, 우르라이나 등과 바닷길로 이어져 있고, 남쪽 에게해를 통해 지중해로 진출하기에 좋은 곳이라는 점을 들었다.
동서양의 여러 문화가 뒤섞여 변화해온 이스탄불만의 매력을 저자의 발걸음을 따라가 보시기 바란다. 이 책은 팬데믹 중에 이스탄불로 향하는 여행의 준비 과정과 터키 문화에 대한 역사와 문화적인 특징들을 잘 뽑아서 설명해 이스탄불 가이드로도 충분해 보인다.
p.172
비잔틴 제국의 공용어였던 그리스어에서 'H'가 묵음이 되면서
'이스탄불 한 달 살기' 동안 지금까지 보아왔던 것 중 가장 예술성이 높은 아치를 발견했다. 이스탄불대학교 정문과 그랜드 바자르 사이에 있는 베이아즈트 모스크 안에서다. 기독교 교회 건축에는 십자가를 상징하는 양 날개가 있는 열십자 평면이 흔하다.
p.215
19세기에 들어 실크로드를 통한 무역이 쇠퇴하면서 진지 한과 주변 마을은 쇠락의 길을 걷지 않을 수 없었다. 400여 년의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해온 시프란블루는 1994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었고, 1,008채의 가옥이 보존 가옥으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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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을 때 하고, 사고 싶을 때 사고, 먹고 싶을 때 먹고, 가고 싶을 때 가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으로 들린다. 그동안 여러 책들과 여행 관련 프로그램들을 통해 세계 곳곳의 여행지를 많이 봐왔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이스탄불은 꼭 한번 가보고 싶다.
오랜 세월 동안 세계 역사의 주요 무대였던 이스탄불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특이한 공간이다. 과거의 역사적 유물도 많고 다양한 민족들과 오랜 역사를 통해 생겨난 사회, 문화적인 풍습도 볼거리다. 혹시라도 이스탄불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이 책을 꼭 참고해 보시기 바란다.
이 포스팅은 바른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