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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클래식 - 천재 음악가들의 아주 사적인 음악 세계
오수현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8월
평점 :
대학시절 만돌린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잠시 활동할 때만 해도 매일 클래식 연주를 듣고 연주해 보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IT 분야의 직장에 다니면서부터는 가요나 팝 위주로 듣다 보니 클래식과는 거리감이 생겼다. 바쁜 일상에 잠시 쉴 수 있는 곡보다는 그때그때 흥겨운 리듬에 더 끌렸던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재미난 클래식 책을 읽다 보니 과거의 기억과 함께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 바로 천재 음악가들의 사적인 음악 세계에 초점을 맞춘 <스토리 클래식>인데 하이든, 모차르트, 브람스, 베토벤, 슈베르트 등 16명의 천재 음악가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곁들여져 있어 흥미를 끈다.
p.21
위대한 음악가들의 삶은 대개 양극단으로 나뉩니다. 우선 비극으로 점철된 삶입니다. 천재적 음악성을 타고났지만 내내 고통이 끊이지 않으며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하죠. 35세 나이에 급사한 모차르트와 청각을 잃은 베토벤이 이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이런 음악가들이 삶은 한 편의 드라마 같아서 영화나 소설로 곧잘 다뤄지곤 합니다.
p.34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 푸치니의 아내 엘비라, 그리고 하이든의 아내 마리아 안나 켈러, 이들 세 여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음악사상 3대 악처로 꼽히는 여인이라는 것입니다. 콘스탄테는 엄청난 낭비벽, 엘비라는 광적인 의부증의 소유자였고, 마리아는 강한 질투심에다 음악에 대한 무지로 똘똘 뭉쳐 있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음악이 좋으면 사람이 궁금해졌는데,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시험을 보기 위해 바흐가 독일 사람인지, 이탈리아 사람인지, 그의 음악 사조가 바로크인지 고전주인지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좋아하면 알고 싶어지는 이유라고 이야기했다.
이 책은 천재 음악가들의 아주 사적인 삶을 이야기해 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근엄한 초상화와 웅장한 교향곡으로 박제된 이들의 이미지 대신 그들의 진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음악가의 삶의 궤적을 아우를 수 있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모차르트는 '어른아이', 브람스는 '짝사랑', 멘델스존은 '과로'라는 키워드를 생각해냈다고 한다.
p.65
베토벤은 당대 최고의 음악가였던 모차르트와 하이든의 작품을 연구하며 음악가의 꿈을 키워갔고, 20세가 됐을 무렵엔 원숙한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18세기 말은 모차르트, 하이든, 베토벤이라는 고전주의 음악의 3대 음악가가 모두 활발히 활동했던 매우 흥미로운 시기였던 것입니다.
p.118
쇼팽을 흠모하던 수많은 여성 중 상드가 쇼팽의 애인이 된 것은 정말 의외였습니다. 둘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듯한 상극의 성격이었거든요. 쇼팽은 부드러우면서도 예민하고 소극적인 성품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잔병치레를 자주 했는데, 그의 성품은 병약함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이 책을 볼 때는 스마트폰과 이어폰을 준비하는 것도 필수다. 책 본문에는 음악가의 삶에서 중요한 순간과 연결되는 곡들을 QR코드로 담아 놓았다. 따라서 언제든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어서 어떤 음악인지 들어볼 수 있다. '꼭 알아야 할 클래식 음악 100선' 같은 선곡은 아니란 점도 흥미롭다.
이 책에는 교향곡의 아버지로 불리는 하이든이 그때 그 시절엔 하인이었다는 사실이 꽤나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베토벤에게서 찾는 ‘빌런’의 기원이나 한 여자를 사랑했던 브람스와 슈만의 새드 러브 스토리 등도 이채롭다. 기존에 알고 있지 못했던 클래식 거장들의 이면을 새롭게 들여다볼 수 있다.
p.158
리스트가 전도유망한 피아니스트에서 전설의 피아니스트로 도약하기 시작한 건 그의 나이 21세 때였습니다. 이때 그의 음악 인생을 전환시키는 사건이 일어났죠. 바로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리던 니콜로 파가니니의 연주를 눈앞에서 처음 보게 된 것입니다.
p.200
슈만이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던 생애 마지막 2년 동안 브람스와 클라라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음악사의 미스터리입니다. 클라라가 브람스에게서 받은 편지를 모두 폐기했기 때문입니다. 브람스가 클라라에게 플라토닉한 사랑 이상의 마음을 갖고 있었던 건 분명한 듯하지만, 실제로 연인 관계로 발전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 책은 전문 연주자나 음대 교수들을 위한 책이 아니다. 평범한 직장인이나 클래식 음악을 들어 보고 싶지만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어려운 사람들에게 천재 음악가들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이와 더불어 클래식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16명의 음악가들의 뛰어난 음악도 들어볼 수 있도록 친절하게 가이드해 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어 보면 300년이 가까운 시간 동안 그들의 작품이 칭송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들의 작품 세계는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 등 클래식 음악의 세계로 한 걸음 더 빠져들게 될 것이다.
이 포스팅은 블랙피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