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
정명섭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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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가장 덥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더울 때는 시원한 아이스크림과 함께 호러나 스릴러 영화 한 편 보면 좋겠단 생각이 드는데, 최근에 읽언 본 정명섭 작가의 <재생>은 좀비 스토리로 무더위를 사냥하고 있다.


더위를 싹 가시게 해줄 정도로 처음 보는 신선한 스토리는 아니라 점에서 살짝 아쉬웠지만 작가가 만들어 놓은 공간 속에서 주인공 장현우는 왜 좀비가 됐고, 어떻게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겪게 되는지 흥미롭게 풀어나가고 있다.


죽었다가 같은 장면에서 깨어나길 반복하는 모습은 타임루프 갇힌 인간병기의 활약을 그린 톰크루즈의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Edge of Tomorrow)>를 닮았다. 가상과 현실을 오가는 네오 앞에 진실을 알려줄 선택의 시간에서 빨간 알약과 파란 알약 중에서 무엇을 고를지 고민하던 <매트릭스>와도 닮아 있다.


p.22

"으아악!"

악몽은 비명과 함께 사라졌다. 너무 격하게 비명을 지르다 보니 숨이 막혀서 기침이 나왔다. 장현우는 한 손으로 목을 부여잡으며 숨을 헐떡였다. 좀 진정이 되자 좁아터진 방 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꿈이 너무나 생생해서 좀처럼 빠져나올 수 없었다.


p.51

"꿈이랑 똑같잖아."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려고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리모컨을 들고 TV를 틀었다. 화면을 보던 장현우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뭐, 뭐야!"

화면에서는 꿈에서 봤던 여자 아나운서가 똑같은 내용을 말하고 있는 중이었다.



소설 <재생>은 죽었다 살아나는 일상을 반복하는 한 남자, 장현우의 이야기다. 그것도 좀비에게 물리는 일상이 반복되고 자신도 좀비가 된다. 인간성은 사라지고 누군가를 물고 뜯고 싶은 본성만 남은 야수처럼. 그리고 또 다른 하루가 재생된다.


매일 똑같은 장면이 반복되고 캐릭터가 조금씩 성장해 최종편에서 왕과 한판 승부를 겨루는 게임 속 이야기와도 겹치는 부분이 있다. <워킹데드>, <Z네이션> 시리즈를 비롯해 <창궐>, <킹덤>, <부산행>, <반도>, <지금 우리 학교는>과 같은 좀비 드라마 혹은 영화의 스토리와 비교해 보면서 읽어 보면 더 재밌을 것이다.


평범한 회사원인 장현우는 여자 친구에게 프로포즈 할 생각에 들뜬 아침을 시작하는데, 출근 길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지하철에서 누군가의 비명 소리를 듣게 된다. 그러다 자신도 물려서 좀비가 되고, 또 다른 사람을 물어 죽이고 싶은 본성만 가득차게 된다.


p.77

"망할, 대체 뭐지?"

영화 같은 데서 같은 시간대나 하루가 반복되는 것을 본 적은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거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장현우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어떻게 된 게 무슨 수를 써도 좀비가 되어 버리는 거지?"


p.99

"뭐지?"

여자 친구가 살고 있는 원룸 근처의 다세대 빌라 옥상에 누군가 서 있는 게 보였다. 붉은색 후드를 쓴 작은 체구의 젊은 여성이었는데, 비를 맞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좀비로 안 변했네?"




이 소설의 제목인 ‘재생’은 '다시 살아난다'는 의미와 함께 '같은 삶이 반복된다'는 이중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주인공 장현우는 어느날 좀비가 되는 일상이 반복된다. 그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조금씩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게 되고, 지금 꿈을 꾸고 있는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 되는데...


아침 출근 시간이 반복되고, 좀비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좀비가 되기 전의 모습으로 눈을 뜨게 되는 장현우는 조금씩 같은 하루가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프로포즈 하려고 했던 여자 친구를 구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는데...


그는 타임루프를 끊을 수 있을지, 여자 친구는 구할 수 있을지. 평범해 보이지만 조금씩 다르게 묘사되는 하루를 작가가 어떻게 풀어내는지 살펴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다. 재생이란 제목의 영문네임인 'RE-LIFE'는 게임 속 주인공이 되어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듯 반복되는 상황을 파악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p.106

이유를 알 수 없는 하루가 계속 반복되었다.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고, TV에서는 이상한 빛이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뉴스를 이상한 전문가가 소개했다. 그 후 비가 내리고, 비를 맞은 사람들이 좀비로 변했다. 비를 맞지 않은 사람들은 좀비들에게 물려서 변해 버렸다.


p.135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좀비들이 옥상으로 몰려와서는 옥탑방의 지붕으로 올라오려고 시도했다. 장현우는 지붕에 있던 위성 안테나를 뽑아서 닥치는 대로 휘들렀다. 하지만 사방에서 올라오는 좀비들을 막기에는 어림도 없었다.



주인공 장현우는 반복되는 재생 속에서 좀비를 퇴치하는 방법을 조금씩 익혀나가고 여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스테이지 클리어 이후에 보상이 주어지듯 이전 보다 성장한 모습으로 해결책을 찾아나선다. 또 다른 하루, 열 번째 날에 등장하는 붉은 후드를 입은 여인이 등장해 왜 장현우가 같은 시간대에 갇히게 됐는지 이야기를 하면서 이야기의 클라이막스로 향해 간다.


장현우와 닮은 또 다른 장현우가 등장하고 좀비가 되어 죽었지만 다시 살아나고 또 다른 하루 같지만 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재생>의 핵심은 좀비와 타임루프를 연결했다는 점이다. 또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알게 되지만 가상과 현실 속에서 어떻게 주인공이 게임 속 주인공으로 거듭나게 되는지 살펴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


이야기 구성 면에서는 신선하지만 내용적인 면에서는 좀비의 등장으로 기존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것 같은 신선도가 다소 떨어지는 느낌이 들지만 올해처럼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수박에 얼음 동동 띄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옆에 두고 읽으면 좋을 스릴러 장르의 소설임에는 틀림 없다.




이 포스팅은 아프로스미디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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