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의 과학 - 나와 세상을 새롭게 감각하는 지적 모험,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사라 에버츠 지음, 김성훈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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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은 유난히 뜨겁다. 이미 6월 들어서도 한낮에 30도를 넘는 날이 많았다. 서울을 비롯해 경기 북부 지역은 예년에 비해 많은 비가 오고 있지만 중부와 남부 지방은 비가 많이 오지 않아 가물었다. 6월 들어 열대야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7월 중순인데, 어느 해보다 무덥고 습한 올여름, 얼마나 더 더울지 알 수가 없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나는 요즘, ‘땀’으로 우리의 일상과 세상을 바라본다는 이야기를 하는 책이 새로 나와 관심을 끈다. 평소에도 땀이 어떻게 흐르고 배출되는지, 요즘처럼 더운 여름에 나는 땀은 왜 더 불쾌지수를 높이는지 등이 궁금했다.


오랫동안 과학 기자로 활동해 온 사라 에버츠는 <땀의 과학>에서 땀의 과학적 접근을 시작으로 역사와 문화와 산업을 넘나들며 우리를 ‘땀과 관련된 독특한 세계’로 안내한다. 이 책을 읽어 보면 땀이 왜 나는지, 땀을 흘리는 사람과 동물들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 땀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지식들을 얻을 수 있다.


p.10

땀 냄새는 무엇을 먹었는지, 무슨 행동을 했는지, 누구의 땀인지에 따라서 달라진다. 그러므로 남아 있는 땀자국을 정밀 분석한 결과를 따지면 무엇을 먹은 사람인지, 무슨 일을 한 사람인지, 어떤 체질을 지닌 사람인지 알 수 있다.


p.21

땀이 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거나 땀 냄새를 잡아주는 땀억제제나 체취제거제에 전 세계가 매년 750억 달러의 돈을 쓴다. 물론 그런 제품을 쓴다고 해서 100퍼센트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중략) 우리는 땀을 억제하려고 그렇게 애를 쓰면서 한편으로는 담을 비 오듯 쏟아내기 위해 막대한 돈을 쓴다. 땀을 한 바가지 흘릴 수 있도록 해준다는 운동법은 끊이지 않고 유행한다.



잘 알고 있듯이 땀은 체온을 조절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땀에 대해 이렇게 묻고 있다. “우리 모두 경험하고,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생물학적 과정을 프로답지 못한 민망한 일로 여긴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과학 수사를 비롯해 의복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땀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냄새 매칭 데이트 행사 같은 땀과 관련한 이색적 이벤트를 비롯해 땀의 노폐물 배출 효과와 스포츠음료의 효능처럼 땀에 대해서 잘못 알려진 상식도 재미난 부분이다. 또한 ‘데오드란트’ 발명사, 땀을 너무 많이 혹은 너무 적게 흘려서 고생하는 사람들의 사연 등도 읽을수록 재밌다.


본격적으로 더워지고 비가 내려 더 습해진 무더운 여름이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고, 에어컨이 없으면 한밤중에도 잠을 설치게 된다. 말끔하게 차려입어도 얼굴과 몸에 땀이 흐르면 쉽게 멈추지 않는다. 이렇게 무더운 여름에 지하철, 혹은 버스라도 타게 된다면 주변 사람들의 열기가 더해져 불쾌지수는 지붕 뚫고 하이킥을 날려버리고 싶게 만든다.


p.29

땀으로 체온을 조절하는 동물은 인간이 거의 유일하다. 대부분 종은 다른 방식으로 체온을 식힌다. 그중에는 특이하고 기이하기까지 한 방법도 있다. 예를 들면 코끼리는 체온을 식히는 데 거대한 귀를 이용한다. 개는 혀를 내밀어 헐떡거리고, 콘도르는 자기 똥을 뒤집어쓴다. 이러한 방법 모두가 과도한 열을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인간이 진화시킨 방법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p.93

개의 후각으로 채취한 냄새를 확인하는 전략은 온갖 이유로 비난을 받았다. 가장 큰 이유는 이 방법에 결함이 없음을 그 누구도 입증 한 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많은 법집행관과 과학자들은 개가 사람의 체취를 구분하는 능력이 대단히 탁월하다고 믿고 있다. 어쩌면 개가 뛰어난 후각으로 감지하는 사람들의 체취에서는 미묘한 화학적 차이가 존재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쩌다 땀은 여름의 불청객이자 일상의 훼방꾼처럼 여겨지게 됐을까? 체취제거제, 향수, 땀억제제 등에 돈과 시간을 쏟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발바닥에 땀나게 뛰고 싶을 때가 있다. 일부러 땀을 내기 위해 시간과 돈은 물론 정성과 노력을 기울인다. 어떤 사람을 땀을 내기 위해 사우나를 찾고, 어떤 사람은 피트니스나 요가, 필라테스트를 하면서 적극적으로 땀을 내기도 한다.


저자는 만약 땀이 나지 않는다면 인간의 체온 냉각 메커니즘은 효율성이 크게 떨어졌을 것이고, 냄새도 지독했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어떤 학자들은 땀 흘리기 능력이 인간이 자연계를 지배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고도 한다.


땀은 수치심과 민망함, 오염과 악취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몸과 마음을 정화하거나 때로는 성적 매력과 활력을 떠올리게도 한다. 이처럼 땀 하면 느껴지는 여러 가지 상황들이 떠오르는데, 이런 생각을 가지고 책을 읽다 보면 내 생각과 맞거나 혹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p.153

건강하고 몸에 털이 많은 남성이 타탄체크무늬의 테리 직물로 짠 킬트와 선글라스만 착용한 채 내 앞으로 걸어갔다. 그가 온천의 남녀공용 탈의실을 지나가는 걸 보며 그도 나와 똑같은 행사를 향해 가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바로 사우나 극장 월드 챔피언십이다. (중략) 듣기로는 이 사우나 극장이 유럽의 유로비전과 비슷하다고 했다. (중략) 사우나 극장도 그만큼 다양한 출연진이 참여한다. 다만 섭씨 85도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벌거벗은 관객 앞에서 립싱크로 공연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p.230

가짜 땀이 톨로스의 땀 향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공 땀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전 세계에서 작은 병에 담긴 인공 땀이 유통되고 있다. 법의학계, 직물 산업, 보석 산업 등 다양한 산업 분야들은 가짜 땀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정부 규제를 따르거나 제품의 품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땀 냄새나 체취에서 풍기는 독특한 향기로 상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 때가 있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오래전에 봤던 영화 <향수>가 떠올랐다. 이 영화는 독특한 분위기로 전개되는데, 사람들의 냄새와 체취가 얼마나 강력한 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18세기 프랑스 생선시장에서 사생아로 버려진 장바티스트 그르누이가 천재적인 후각으로 향수제조사인 주세페 발디니의 후계자로가 된다.


파리에서 운명적인 여인의 매혹적인 향기에 이끌리는 그는 향기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고 자신만의 향수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향수에 대한 광기는 살인을 통해서 나타난다. 어찌 됐든 이 책을 읽다 보니 상상의 나래들이 마구 펼쳐지는 기분이다.


저자는 지금까지 땀은 곁눈질을 받을 만큼 받았다며, 이제는 땀을 흘리는 즐거움을 발견할 시간이 되었다고 말했다. 더운 여름, 땀이 날 때 귀찮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땀의 과학>을 읽어 보면, 우리 몸에서 나오는 땀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또한 땀을 통해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나와 다른 사람, 혹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이 포스팅은 한국경제신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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