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그리다
박상천 지음 / 나무발전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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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시집 한 권을 읽었는데,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그녀를 그리다>는 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그녀와의 추억을 한 편 한 편의 시로 적어내려간 시인의 마음을 담아냈다. 그 마음을 온전히 다 알 수는 없지만 오래전에 아버지를 떠나보냈던 내게도 가끔 그분이 생각날 때면 울컥한 기분이 들다 보니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인은 아내가 세상을 떠난 지 내년이면 벌써 10년, 결혼 30주년을 한 해 앞두고 아내가 떠났다고 이야기했다. 아내가 떠나긴 했지만 그녀는 늘 자신의 곁에 있다며, 아내와의 추억을 시로 이야기하고 있다. 마트에 갔을 때, 쑥갓을 먹다가 옆에 있는 것 같지만 지금은 어디에도 없는 아내와의 흔적을 시 한 편에 담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가을을 지나 겨울 / 그리고 그 겨울이 깊어졌지만 / 어느 날 문득 / 덮고 있는 이불이 여름 거 그대로임을 알았다

〈이불〉 중에서...


화초 위에 맺힌 물방울로 / 성모자상 앞에 놓인 묵주로 / 잘 닦인 싱크대의 반짝임으로 / 아침이면 커피 내리는 소리나 그 향기로 / 신문 위에 놓인 붉은 테의 돋보기로 / 때로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로 / 가을만 되면 이미 소파에 놓여있던 담요로 / 당신은 늘 거기에 그렇게 있습니다

<흔적> 중에서...




그는 늘 있지만 늘 없는 아내를 생각하며 10년간 쓴 시를 모아 한 권의 시집으로 펴냈다. 급작스럽게 아내를 떠나보내고 시인은 의미 없는 시간의 한구석에 버려졌다는 느낌을 토로했다. 아내와 이별한 후 어둠 속에 버려진 삶에 관한 시들이라고 이야기했다.


아내가 없다는 것은 여러 가지 삶의 균형을 깨는 요소가 되었다고 시인은 말했다. 다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혼자 보내는 시간들이 익숙해지고 있다는 점도 이야기했다. 시인은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기 위해 삶의 곳곳에 남아 있는 아내의 흔적들에 대한 시를 쓰기 시작했다며, 그것이 삶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신이 떠난 뒤 / 난 엄살을 부릴 수 없네요 / 지난 연말 백내장 수술을 했어요 / 딸이 걱정이 되었는지 / 직장 휴가를 내고 병원에 따라오겠대요 / 난 아주 간단한 수술이니 걱정 말라고 / 내가 뭐 어린애냐고 / 니가 보호자냐고 / 웃으며 완강하게 오지 못하게 했지요

<엄살> 중에서...


'살다 보면'이라는 노래가 있다 /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진다 /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진다 / 당신이 세상을 떠난 후 나는 / 차를 몰고 가다가 길가에 세우고 / 한참을 울던 시간도 있었지만 / 살도 보니 살아졌다

<살다 보면 살아진다> 중에서...




시인은 아내에 대한 시를 쓰는 것이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안정시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마음속에는 늘 있지만 현실에는 없는 아내를 생각하며 시를 쓰는 시인은 아내와의 추억이 자신의 삶을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어쩌면 우리는 늘 옆에 있어서 그 사람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건 아닐까? 평소에 소중한 사람을 소홀하게 대했다면 오늘은 그 사람을 위해 한 편의 시를 써보는 건 어떨까?



이 포스팅은 씨즈온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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