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대로 하세요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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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희곡 한 편을 읽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중 가장 많이 연극 무대에 올려졌다는 <뜻대로 하세요(As You Like It)>는 '사랑'을 주제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요즘 시대의 사고방식으로 이 작품을 보면 다소 투박해 보이지만 등장인물들의 대사 속에 담겨 있는 내면의 이야기까지 들여다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다.


이 작품은 <한여름 밤의 꿈>, <베니스의 상인>, <말괄량이 길들이기>, <십이야>와 함께 셰익스피어 5대 희극으로 손꼽힌다.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들에서 보이는 특유의 이중 플롯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물론 셰익스피어 작품 전반에 흐르는 특유의 위트와 유머, 극 중 캐릭터들의 재치 넘치는 대사들은 지금 봐도 무릎을 칠만큼 인상적이다. 극 전개도 지루할 틈 없이 흘러간다.


롤란드 드 보이스 경의 죽음 이후, 그의 모든 권리와 재산은 관습과 법에 따라 장남인 올리버에게 상속된다. 올리버는 아버지로부터 동생들을 잘 보살피라는 유언을 받지만, 막냇동생인 올란도를 시기하고 질투한다. 그의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대목을 보면 정확하게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한마디로 특별히 뭘 하지 않아도 잘나 보이는 동생이 싫은 거다.


p.24

올리버

그 녀석이 끝장나는 꼴을 봐야겠어.

왜 이렇게 꼴 보기 싫은지 모르겠다니까.

학교에 다닌 것도 아니고 따로 배운 것도 없는데

어찌 그리 예의 바르고 생각도 남다른지.

모든 사람이 홀린 듯 그 녀석을 좋아하니

늘 세상의 주인공 같잖아.


p.32

터치스톤

똑똑한 자들은 바보처럼 떨어대기도 하는데

바보들은 똑똑한 사람처럼 말하면 안 된다니.

참 애석한 일이군요.



어느 날 프레드릭 공작의 주최로 레슬링 대회가 열리고, 이 시합에서 올란도는 공작의 레슬링 선수인 찰스와 맞붙게 된다. 올리버는 이 시합에서 올란도를 제거할 음모를 꾸미지만 올란도의 승리로 레슬링 경기는 막이 내린다. 하지만, 우연히 그곳에 있던 로잘린드를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는 말이 이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올란도는 레슬링 경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올리버의 늙은 종인 아담은 올란도의 목숨을 노리는 올리버의 음모에 대해 경고하고, 이에 올란도는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궁정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레슬링 경기 이후, 프레드릭 공작은 로잘린드를 궁정에서 추방하기로 한다. 사건 전개가 빨라지면서 캐릭터들의 변화가 시작되는 대목이다.


이에 로잘린드는 아덴 숲으로 도망치기로 결심하고, 로잘린드를 따라 프레드릭 공작의 딸 실리아도 함께 궁정을 몰래 떠난다. 안전한 여행을 위해 로잘린드는 남자로 위장한 뒤 가니메데스(하느님의 시동이란 뜻)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실리아는 평범한 양치기 복장을 한 후 알리에나(라틴어로 나그네란 뜻)라는 이름을 쓴다. 여자가 남장을 한다는 설정은 여러 가지 복선을 만들 수 있어서 희극적인 요소를 더해준다는 생각이 든다.


p.61

실리아

그 어릿광대는 나와 함께 간다면

이 세상 어디라도 따라올 거야.

그를 꾀어내는 건 나한테 맡겨.

어서 가서 보석과 재물을 챙기자.

우리가 도망치고 나면

추격대가 뒤쫓아 올 거야.

그들에게서 몸을 숨기려면

적당한 시간에 가장 안전한 길로 떠나야 해.

우리는 추방당하는 게 아니라

자유를 찾아 홀가분하게 떠나는 거야.

(모두 퇴장한다)


p.108

아미엔스

(노래한다)

"불어라, 불어라, 겨울바람아.

너는 은혜를 모르는 인간처럼

그리 몰인정하진 않구나.

네 숨결은 거칠어도

네 이빨은 그리 날카롭지 않구나.

너는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노래하자. 저 푸른 호랑가시나무를 위해.

대부분 우정은 가식, 사랑은 바보짓일 뿐.

인생은 참으로 즐겁도다.



프레드릭 공작은 딸의 실종으로 분노하고 아덴 숲에서 살고 있는 전임 공작과 그의 추종자들을 섬멸하기 위해 군대를 일으킨다. 한편 가니메데스와 알리에나로 변장한 로잘린드와 실리아는 숲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로잘린드는 똑같이 사랑에 빠진 올란도를 만나게 되고, 그녀를 젊은 청년으로 받아들인 올란도는 로잘린드를 향한 그의 애정을 고백하는데... 결국 당사자에게 사랑 고백을 하는 것이 아닌가?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로잘린드는 속임수를 끝내기로 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다음 날 결혼식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채 모습을 감춘다. 한편 프레드릭 공작은 그의 군대와 함께 전임 공작을 공격하기 위해 행진하는 동안 세속적인 욕망을 버리고 전임 공작인 형에게 공작의 지위를 넘긴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로잘린드는 결혼의 신 히멘과 함께 등장하는데... 아덴 숲에 머물던 사람들은 곧 궁정으로 돌아갈 날이 멀지 않았음을 알게 되고 사랑과 축제의 불꽃은 다시 피어오른다.


이 작품의 핵심을 관통하는 주제는 '사랑'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알기까지 수많은 고비들을 넘겨야 하는 과정들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이 책은 기존 번역서들과 다르게 현대적인 언어로 순화하고, 우리말로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되어 있다. 산문보다는 운문 형태에 맞춰 편집되었고, 스마트폰에 익숙한 요즘 사람들을 위해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본문 좌우로 배치해 가독성을 높였다. 읽기도 쉽고 내용도 재밌다.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이 포스팅은 레인보우퍼블릭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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