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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마지막 서점
매들린 마틴 지음, 김미선 옮김 / 문학서재 / 2022년 4월
평점 :
오랜만에 읽은 장편소설 한 권이 인상적이다. <런던의 마지막 서점>은 2차 세계대전이 벌어졌던 1939년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가 매들린 마틴은 독일군의 런던 대공습(THE BLITZ)으로 인해 살고 있던 삶의 터전에서 전쟁의 참상을 맞닥뜨린 런던 시민들의 이야기를 한 편의 소설로 담아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도 두 달 반이 지나고 있다. 전쟁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을 소설 속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시대를 뛰어넘어 전쟁으로 인한 상실, 사랑. 그리고 문학의 영속적인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절체절명의 전쟁에 휩싸인 사람들이 어두운 시대를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는지, 특히 암울한 절망 속에서도 피어나던 문학의 힘이 이루어낸 기적을 사실감 있게 다루고 있어 흥미롭다.
p.53
종소리가 잦아들자 무거운 침묵이 비좁은 공간을 가득 메웠다. 그레이스는 남자가 일찍부터 서점에 머물러 있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완전히 알고 있다. 드레이튼에 있는 가게였다면 몇 개 추천도 하며 남자를 도우려 했을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가 그레이스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모양새다.
p.119
저녁을 먹으며 그레이스는 콜린의 얼굴을 다시 한번 살폈다. 참 좋은 사람이며 예의 바르고 진실로 착했다.
그는 다 쓴 전구를 교체하는 일부터 소소한 수리까지 집 안의 모든 잡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해롯의 동물들을 돌보는 것뿐만 아니라 그의 주요 관심사는 모두가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도록 하는 것이었다.
p.163
그레이스는 속이 쥐어짜는 느낌이 들자 조지가 준 책을 손으로 꼭 쥐었다. 그래야 혼돈에 빠진 감정을 어떻게든 다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히틀러가 무력으로 유럽 전역을 휩쓸자 런던은 전쟁 준비에 돌입한다. 그레이스 베넷은 절친인 비브와 함께 웨더포드 아주머니가 살고 있는 브리튼가에 도착한다. 그녀는 도시에서 살게 될 날만을 꿈꿔 왔지만, 현실 속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공습 대피소와 등화관제 커튼뿐이었다.
대공습이 점차 격렬해지며 등화관제와 공습에 시달리는 동안, 그레이스는 런던의 중심부에 위치한 먼지 자욱한 책방인 프림로즈 힐 서점에서 일하게 된다. 1939년, 유럽을 강타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저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에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바랐던 런던 시민들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해야 할 곳에 무차별 폭탄이 떨어지는 참혹한 시절을 겪게 된다.
그레이스는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를 한데 묶어주는 이야기의 힘을 발견하게 되면서 전쟁으로 인한 어두운 시기를 이겨내게 되는데, 바로 전쟁 중에도 문을 열었던 서점이 있었고, 책을 읽어주는 여인과 책을 찾는 독자들이었다.
p.213
그렇다. 이따금 공습경보가 울리기는 했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울렸다. 같은 편 비행기를 독일 전투기나 그 비슷한 것으로 잘못 판별하여 일어나기도 했다. 사람들 대부분은 이제 방공호로 가지도 않았다. 가서 뭐해?
p.263
그레이스가 재빨리 말했다.
"자네가 할 수 있다는 거 나도 알지."
그는 손을 뻗어 그레이스의 어깨를 잡으며 애정을 담은 손길로 토닥였다.
"자기 자신도 잘 돌보도록 해, 응?"
"그럴게요."
그레이스가 약속했다.
p.293
그날 밤 공습경보를 업무를 준비하는 데에는 엄청난 용단이 필요했다. 옷깃에 핀을 꽂을 때에도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무엇보다 그날 밤에는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결단코 알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도 오천 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수많은 전쟁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어려움을 극복해 낸 세월들이 있다. 1950년 시작된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땅에서 70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면서 세계인들이 우러러보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일궈냈다.
이 책을 읽어 보면 전쟁에 공포가 얼마나 사람들을 피폐하게 만드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희망으로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려는 의지와 열망 등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해가는 그레이스의 심경의 변화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고 힘을 합쳐 딛고 일어날 수 있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오월은 가정의 달이다. 잔혹한 전쟁의 상황에서도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 친구들과 함께 위기를 극복해 내고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이야기 <런던의 마지막 서점>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이 포스팅은 문학서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