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愛 물들다 - 이야기로 읽는 다채로운 색채의 세상
밥 햄블리 지음, 최진선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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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 빨강, 노랑, 파랑 등 무지개색이 다 들어 있는 색종이를 좋아했었다. 종이학 한 마리를 접더라도 어떤 색깔의 색종이로 접으면 더 멋져 보일까 고민하기도 했다. 빨갛고 노란 꽃들을 비롯해 파란 하늘 등 그림을 그릴 때도 어떤 색을 쓸지 고민했는데, 오히려 옷은 여러 가지 색깔이 들어 있는 것보단 단색이나 무채색의 옷을 좋아했다. 지금도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컬러는 트렌드를 민감하게 반영한다. 해마다 올해의 색이 선정되면 집안을 꾸미는 인테리어는 물론 옷이나 신발, 액세서리 등 일상의 모든 것들이 유행 컬러로 무장한다. 색상이 주는 느낌이나 메시지가 궁금할 때가 있었는데, 알아두면 쓸모 있는 여러 가지 색에 얽힌 재미난 책에서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컬러애 물들다>는 자연의 색이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 일상에 깃든 색에서 받는 자극까지 색채의 세계로 초대한다.


p.18

공식적으로 올해의 색은 팬톤이라는 색채 연구 기업이 매년 12월에 다음 해의 색을 선정하고 발표한다. 팬톤이 개발한 색상 표준 체계는 PMS(팬톤 컬러 매칭 시스템)으로 디자이너가 색상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관리한다. 그로 인해 그래픽 디자인, 산업 디자인, 자동차 디자인, 패션, 홈 퍼니싱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색상 체계의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중략)

물론 선정된 색이 모든 사람의 마음에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해의 디자인이나 산업에서 주목할 만한 색임은 틀림없다.


p.42

엘리자베스 1세는 당시 바다의 절대 강자였던 스페인 무적함대와 맞서기 위해 '씨독(See Dogs)'이라는 함대를 조직했다. (중략) 즉, 씨독은 여왕이 직접 임명한 해적이나 다름없었다. (중략) 연지벌레는 인체에 무해한 작은 곤충으로 연지벌레가 만들어내는 강렬한 붉은색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색감으로 인기가 높았다. 공해상에서 벌어진 대규모 약탈 중 하나는 연지벌레 27톤을 싣고 가던 스페인 함선 3척을 씨독이 나포한 사건이다. 스페인인들은 무료 3백 년 넘게 이 붉은 염료의 비밀을 숨겨왔다. 나중에 이를 안 유럽인들은 성냥개비 머리만한 연지벌레의 가치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깨닫고 연지벌레를 찾는데 혈안이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일러스트레이터 밥 햄블리는 색감은 스치듯 지나더라도 순간의 강렬함, 은은하게 스미는 우아함, 품격을 갖춘 고귀함 등 글로 설명할 수 없는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감성과 감정 기분까지 자극한다고 이야기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색이 들려주는 문화와 전통, 역사와 자연의 섭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요즘에는 이발소를 많이 볼 수 없지만 이발소를 상징하는 줄무늬 회전 간판의 유래가 흥미로웠다. 1500년대 이전의 이발소는 이발과 면도 외에도 많은 편익을 제공했다고 한다. 머리에서 이를 잡아주고, 치아도 뽑아주고, 피 뽑기 같은 간단한 외과적 시술을 행했다고 한다. 특히 피를 뽑으면 몸속 체액의 균형이 바로잡혀 병이 치료된다고 믿어 이를 이발소에서 행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이발소 회전 간판을 상징하게 됐다고 한다.


p.21

회전 간판 기둥 맨 위에 붙어 있는 놋쇠 공은 환자의 피를 모아두는 놋쇠 양동이를 의미한다. 기둥은 이발사가 혈관을 잘 찾을 수 있도록 환자가 꼭 붙잡던 막대기이다. 빨간색과 하얀색의 줄무늬는 사혈 과정에서 사용된 붕대를 뜻한다. 하얀색은 깨끗한 붕대를, 빨간색은 수술 후 피로 물든 붕대를 나타낸다.


p.84

여러 문화에서 흰색은 '선'을, 검은색은 '악'을 상징한다. 범죄자, 조직폭력배, 다스 베이더가 그랬듯이 영화에 등장하는 악당은 주로 검은색 옷을 입는다. 언어적 감수성 차원에서 보더라도 검은색이 들어간 단어는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할 때가 많다. 블랙볼(반대투표자), 블랙메일(공갈, 협박), 블랙리스트(요주의 인물 명단), 블랙마켓(암시장) 등 어감이 불쾌해지는 단어들이다.



이 책에는 보라색이 생명을 보호하지만 국기에 쓰이지 않는 이유, 위조를 막는 녹색 잉크, 블랙박스는 검정이 아니다, 소화전 색에 담긴 의미, 빨간 머리는 왜 공공의 적이 되었나, 하얀색 웨딩드레스는 누가 처음 입었을까, 분홍이 폭력을 잠재우고, 세상에서 가장 불쾌한 색은, 블루는 신뢰를 말하게 됐는지 등 색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는 색은 세상을 이루는 기본적인 요소로 우리의 기분을 좌우하고 매혹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색으로 이루어진 목차를 따라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진기한 색에 얽힌 이야기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될 것이다. 특히 이 책에는 멋진 색상과 디자인, 사진들이 함께 들어 있어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다.


p.100

색으로 자기를 지키려는 동물의 생존방식을 1890년 영국의 동물학자 에드워드 배그널 폴턴은 '경계색'이라고 명명했다. 메리엄 웹스턴 사전에는 경계색을 "눈에 띄는 밝은 몸 색깔을 이용해서 포식자에게 자신이 독성이 있음을 알리거나, 잡아먹을 시 불쾌할 수도 있음을 경고하기 위해 사용하는 신호이다."라고 정의한다. '경계색 aposematism'의 어원은 '멀리'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apo'와 '신호'라는 의미의 'sema'에서 파생되었다.


p.130

슬프게도 역사는 빨간 머리를 가진 사람들에게 냉정했다. 중세 시대에는 빨간색 머리가 초자연적인 힘을 가졌다며 이들을 마녀라고 낙인찍었다. 스페인 종교 재판에서는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을 유대인으로 간주하여 모진 박해를 가했다. 지금도 빨간 머리에 대한 선입견으로 '고집불통', '겁쟁이', '당근 머리', '성냥개비', '빨간 머리의 괴물' 등과 같이 부정적인 이미지로 불린다.



이 책은 다양한 컬러와 관련된 그동안 어렴풋이 알고 있던 이야기와 함께 전혀 몰랐던 흥미로운 이야기 속으로 초대하고 있다. 컬러에 특별한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라도 이 책을 읽어보면 컬러마다 갖고 있는 특징과 그것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 차이가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나라마다 문화마다 다른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듯 컬러도 그러한 역할을 한다는데 놀라게 될 것이다.



이 포스팅은 리드리드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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