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병 - 공감 중독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
나가이 요스케 지음, 박재현 옮김 / 마인드빌딩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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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시는가? 카톡을 비롯해 블로그, 카페,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코로나19 이후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나 글에 공감의 표시로 '좋아요'를 눌러주거나 댓글을 달곤 한다. 바야흐로 공감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수많은 SNS 채널을 통해 한 번도 본 적 없는 타인의 감정에 공감 버튼을 눌러주고 있진 않은가? 공감은 서로를 연결하며 연대를 만드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거창한 수식어를 붙이지 않는다고 해도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 비즈니스나 친구 사이에서도 공감은 상대방과 나를 묶어주는 중요한 요소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시대의 공감은 과잉'이라며, '그 힘센 공감이 과연 모두에게 공평한 친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책이 새로 나왔다. <공감병>의 저자인 나가이 요스케는 '지금 세계는 공감 과잉에 빠져 있다'며, 공감이라는 낭만적인 어조 뒤에 숨은 공감의 진위를 파헤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p.21

최근 심리학 및 뇌과학 분야에서 이뤄진 연구 결과,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타자를 '내 편'과 '내 편이 아닌 사람'으로 구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중략)

결국 공감이란 어려움을 겪는 누군가가 아닌 곤란에 빠진 내 편의 사람에게 작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바야흐로 공감은 차별주의자다.


p.49

공감을 목표로 경쟁하는 모습은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기부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 가두모금, 홈페이지를 통한 기부, 크라우드 펀딩이나 캠페인, 후원자 모집을 위한 광고 등 그 경쟁의 무대는 다채롭다. 그리고 그 하나하나에는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이 응축되어 담겨 있다.



그는 자신이 절대 공감을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며 누군가는 과도한 공감에 지치고, 또 누군가는 희박한 공감에 목말라한다며,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을 알기 위해선 공감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 이해하고 자각했으면 한다는 바램을 표시했다.


그는 적지 않은 사람이 자신이 올린 글이나 사진에 공감해 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많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나도 블로그에 포스팅하고 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 글에 공감하는지 살펴보곤 한다. 때로는 내 글에 댓글을 달아주는 조건으로(?) 자신의 블로그에 댓글을 달아달라는 공감 요구에 지칠 때도 있다.


이 책의 저자도 자극적인 문구로 사람들의 공감을 끌고자 하는 게시글에 한 번이라도 지겨움을 느낀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공감 중독 시대를 슬기롭게 살아갈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이 필요하지만 지나친 공감은 오히려 반감을 살 수도 있다는 말에 조금씩 납득이 가고 있다.


p.58

우리 주변에는 '아무도 내게 공감해 주지 않는다'며 분노에 치를 떨며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사람이 있다. 지나친 과장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 공감에 지나치게 의존한 탓에 자신의 인생을 망쳐 치료가 필요할 만큼 심각한 상태에 놓이는 게 세계적인 현상이다.


p.67

SNS를 통해 선동하고 선동당하는 세상에 진절머리가 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더는 SNS 같은 건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연대'나 '원팀'처럼 단결을 호소하는 구호에 신물 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는 와중에도 '연대'나 '결속'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의 개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모습을 보고 내심 혐오감을 느꼈던 사람도 많다.



이 책의 저자는 소말리아 등의 분쟁 현장에서 테러 단체의 투항병이나 체포자, 폭력단의 과격화 방지를 실시할 뿐만 아니라 테러 단체와 꾸준한 교섭을 시도하며 테러와 분쟁 해결이라는 궁극적인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직접 만난 사람들, 겪은 일들을 토대로 '공감' 안에 내포된 차별과 혐오에 대해 고민한 결과들을 토대로 자기만의 '공감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자신이 대면했던 테러리스트들의 사례가 담긴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비롯해 구투(KUTOO) 운동으로, BBC '세계의 영향력 있는 100인의 여성'에 선정된 이시카와 유미와 일본의 지성 우치다 다쓰루와의 대담 등을 통해 공감의 냉혹한 이면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참고로 '구투(#KuToo)'는 구두를 뜻하는 일본어 '쿠츠(皮靴)'와 고통을 뜻하는 '쿠츠으(苦痛)', 그리고 나도 당했다는 '미투(Me Too)' 운동이 합쳐진 말이다. 일본에서 여성 직원에게 하이힐 착용을 강요해 여성복장 규정 개선을 요구하며 벌어진 서명 운동이다.


p.128 ~ p.131

전략적 대화를 통해 성공에 이르기 위해서는 크게 네 가지 지식이 필요하다.


첫째, 앞에서 말한 대로 전략적 대화의 기본적인 목적은 상대를 이해하는 데 있다. 따라서 상대의 무엇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지가 중요하다.

둘째, 상대와 동일한 차원의 것을 사고하고 발언한다.

셋째, 이해에 깊이를 더할 때 긴장이나 대립이 고조된다.

넷째, 특히 교섭의 뉘앙스가 있는 전략적 대화의 경우에 그 타이밍이 무르익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자신과 공통항을 갖고 있거나 비슷한 경험을 한 대상, 혹은 자신보다 약해 보이는 대상에 좀 더 쉽게 공감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또한 자신이 공감하는 만큼 그 대상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저자는 공감이 개인의 경험과 가치관 등 사적인 영역을 기반으로 피어날 때 함정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즉 대상이 처한 상황에 대한 진실이 아닌, 대상자의 속성이나 배경 등 감정적으로 좌우될 수 있는 사항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공감의 함정에 빠지면 초점이 흐려지고 냉정한 상황 파악이 힘들어지며 결국 진정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그는 공감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두껍게 쌓인 고정관념만큼 주의해야 할 것은 '안으로 굽는 팔'이라고 이야기했다.


공감이라는 이름의 차별주의자는 우리 일상에 깊이 침투해 있다는 말에 공감하는가? 공감을 훈훈하게만 느꼈다면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저자는 공감이라는 단어 속에는 한쪽의 옳고 그름만을 따지지 않는 것이 제대로 된 공감이라고 말했다. 또한 공감이란 단어의 냉혹한 이면도 생각해 볼 때라고 강조했다. 오늘 몇 번이나 공감 버튼을 누르셨는가?




이 포스팅은 마인드빌딩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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