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헤르만 헤세 지음, 김윤미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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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으면 집중도 잘 되고 편안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책도 종류에 따라 듣는 음악도 조금씩 달라진다. 때로는 책보단 음악에 빠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소설이나 자기계발서 같은 책을 읽을 때는 잔잔한 음악을 틀어 놓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가사 없는 클래식이나 연주곡도 좋다.


기획안이나 리포트를 써야 할 경우, 책에서 자료를 찾는 경우가 많은데 아는 노래가 나오면 흥얼거리다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럴 땐 음악을 안 듣는 게 좋은데, 음악도 너무 좋아하다 보니 그것도 쉽진 않다.<데미안>으로 유명한 헤르만 헤세도 꽤나 음악을 좋아했던 모양이다. 그의 시를 음악으로 제작한 곡들도 상당하다고 한다.


헤르만 헤세가 생전에 기록했다는 음악의 단상을 모은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가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은 헤세가 젊은 시절부터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가 쓴 글에서 음악과 관련된 글을 추려내고 뽑아낸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의 문학적 감수성이 어쩌면 음악에 깊은 조예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p.34

우리 삶에 음악이 없다면! 꼭 연주회에 가야 하는 건 아니다. 대부분은 한 번의 피아노 소리면, 고마운 휘파람이나 노래나 흥얼거림이면 족하다. 아니면 잊을 수 없는 몇 마디를 소리 없이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p.55

모차르트구나! 생각과 동시에 내 내면의 삶에서 가장 아끼고 존엄하게 여기는 이미지를 불러냈다. 이때 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환하고 차디찬 웃음, 인간에겐 엄청난 장소인 피안에서 태어난, 고난과 신들의 익살 저편에서 태어난 웃음이었다.



* 일요일 오후의 '마술피리' 영상으로 보기 >>

https://youtu.be/zpvx7V_QneE




이 책은 1부 ‘완전한 현재 안에서 숨쉬기’와 2부 ‘이성과 마법이 하나 되는 곳’이라는 두 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서로 다른 시간대에 다른 내용들로 씌여져 있지만 글을 읽다 보면 유기적으로 결합된 것처럼 느껴진다. 또한 음악을 대하는 헤세의 기분이나 느낌들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1부는 헤세의 음악에 대한 독자적인 시작품들을 모았다. 산문과 소설, 시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시는 몇 번이고 다시 읽게 된다. 2부는 신문과 잡지에 기고한 글, 편지, 일기, 메모 등을 집필 순서에 따라 배치되어 있다. 특히 2부에 실린 글은 1부에 실린 글보다 자전적이며 작가의 직접적인 고백이 담겨 있다는 점에 주목된다.


헤세는 독일 문학사를 통틀어 가장 많이 음악화된 가곡 시인 중 한 사람으로 불리고 있다. 헤세 시에 곡을 붙인 작품의 상당수가 상대적으로 비슷비슷하게 주로 낭만적 낭만주의적 음조로 씌어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재밌는 건 우리나라에서도 소설가나 시인의 글을 소재로 만든 음악들이 많다는 것이다.


p.151

오늘 저녁 연주회는 여태 가던 공연과 많이 달랐다. 생소한 도시에서 생소한 언어에 둘러싸인 가운데, 낯설고 아늑하지도 않으며 건축도 변변찮은 연주회장에서,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관객 속에 앉아 피아노 공연을 보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연주 목록이 탁월했기에, 또 무엇보다 비르투오소 때문에 기꺼이 찾아왔다.


p.217

나는 천체의 화음을 듣는 일이 최고로 간절한 행복인 것 같다. 나는 이 행복에 사뿐히 맞닿기를 소중하고 간절하게 꿈꿔왔다. 우주의 건축과 모든 삶의 총체가 빚어내는 그 신비로운 태초의 화음을 한순간이라도 들을 수 있다면.



이 책을 통해 평생에 걸쳐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헤세의 음악 탐색 과정이나 변화의 과정도 엿볼 수 있다. 그는 젊었을 땐 음악에 대해 평을 하면서 감정적인 면들을 많이 묘사했다. 반면에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회적, 정치적인 이슈를 현실에 빗댄 의식적인 글들을 많이 썼다.


무엇보다 이 책은 헤세가 쓴 음악에 대한 자기의 감정을 드러낸 최초의 책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헤세가 들었던 음악이나 그가 생각했던 음악가, 음악 작품, 그리고 연주회에 자주 참석한 청자로서 그는 자신이 느낀 음악에 대해 다양한 견해로 글을 썼다.


책 뒷부분에는 헤세의 시에서 영감을 받았거나 그의 글을 주제로 만들어진 수많은 음악 작품들의 목록을 볼 수 있다. 정말 깜빡 놀랄 만큼 많다. 헤세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시간을 내서 이 책을 읽어 보시기 바란다. 헤세의 또 다른 작품과 만날 수 있다. 또한 그동안 잘 알지 몰랐던 헤세의 또 다른 면을 새롭게 알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 포스팅은 북하우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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