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파는 소년 - 청소년 성장소설 십대들의 힐링캠프, 소망 십대들의 힐링캠프 39
김수정 지음 / 행복한나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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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사고판다고?! 최근에 <감정을 파는 소년>이란 재미난 소설을 읽었다. 이 책은 청소년 성장소설이다. 하지만 감정을 사고 판다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10대는 물론 20~30대, 40~50대 이후의 사람들도 함께 읽고 생각해 보게 하는 좋은 이야기보따리를 담고 있다.


사람에게는 사랑, 행복, 증오, 질투, 시기 같은 다양한 감정들이 있다. 별것 아니지만 어떤 것 때문에 기쁘기도 하고, 또 어떤 일 때문에 화가 나거나 열받기도 한다. 이런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어떻게 사고 판다는 것일까?


서울의 신림동 어느 주택가 골목 끝에 수상한 가게가 문을 열었다. 이 가게의 주인인 민성과 정우는 피를 나눈 형제는 아니지만 함께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을 찾아와 자기의 감정을 사달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이 가게를 찾는 사람들은 누구이고, 이들에게 신장을 이식해 주는 것처럼 감정을 사서 다른 사람에게 파는 인물은 누구인가?


p.13

하루는 절판된 책을 찾는 손님이 있었는데, 사장님은 기꺼이 서랍 안쪽 깊숙이 보관되어 있던 소장용 책을 손님께 건넸다. 심지어 돈도 받지 않고, 그 책은 딱 봐도 세월의 손때가 묻어 있는 책이었다. 당시에는 '그다지 아끼는 책이 아닌가 보네.' 정도로 생각했다.



사랑을 팔고 싶은 지은, 증오를 사고 싶은 재희, 열등감을 팔고 싶은 공시생, 그 열등감을 사고 싶은 종현, 슬픔을 사고 싶은 세진, 자신의 행복을 팔러 온 할머니 순이. 그리고 가게를 운영하는 민성, 정우, 그리고 연우의 이야기 등 이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이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옴니버스 형태로 소개되고 있다.


이들이 사고파는 감정은 저마다 다르지만 나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랑과 행복은 절대 팔 것 같지 않지만 누군가에겐 필요하지 않다. 반대로 슬픔과 증오를 누가 살까 싶지만 이를 애타게 찾는 사람들도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서로 다른 감정을 사고파는 가게를 찾아와 무엇을 얻고자 했을까? 그들의 소망은 무엇인지 파악하다 보면 책장을 술술 넘기게 된다.


감정을 사거나 팔게 된다면 어떤 감정을 사고 싶고, 팔고 싶으신가? 감정이라는 것이 하나하나 분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민성은 어렸을 때부터 다른 이의 감정을 추출해서 또 다른 이에게 옮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로 인해 큰 시련을 겪기도 한다.


p.78

"그래서 말인데요. 혹시 이곳에서 다른 감정도 살 수 있나요?"

"어떤 감정이 필요하신데요?"

민성의 째림을 못 본 체하며 정우가 물었다.

"사랑이요, 사랑을 좀 살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마침 며칠 전에 들어온 재고가 있거든요."

곧이어 민성은 창고에서 피클 통 같은 플라스틱 통 하나를 꺼내서 왔다.



'세상에 쓸모없는 감정은 없다'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감정을 파는 소년>은 우리의 감정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감정도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소설이다.


민성은 무뚝뚝하고 냉소적이지만 타인의 감정을 측정하고 꺼내서 다른 사람들에게 옮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반면에 가게 사장인 정우는 밝고 쾌활하면서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을 갖고 있다. 이들은 어쩌다 함께 감정을 사고파는 가게를 열게 됐을까?


이 가게를 찾는 사람들이 사고파는 감정은 우리가 늘 가지고 있는 바로 그 감정들이다. 누군가에겐 용기가 필요하고 누군가에게 열등감을 주는 감정들. 때로는 누군가를 사랑하게 하고 그로 인해 슬픔과 증오를 싹트게 하는 감정들을 어떻게 처리하며 좋을까?


살다 보면 감정이 지나쳐서 혹은 감정을 잘못 발산해서 낭패를 겪기도 한다. 어떨 땐 자신의 감정을 적절한 때에 표출하지 못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놓치기도 한다.


코로나19 이후, 주변의 지인들조차 만나기 힘들어진 요즘 내 감정 못지않게 타인의 감정도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행복이든 슬픔이든, 증오든, 열등감이든, 모든 감정에는 의미가 있고 역할이 있다는 것을 여러 이야기를 통해 들려주고 있다. 


<감정을 파는 소년>. 간만에 읽어 본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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