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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인문학 - 위태로운 존재들을 위한 견고한 철학적 기초
마틴 하글런드 지음, 오세웅 옮김 / 생각의길 / 202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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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중순이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와 함께 지내며 많은 것들을 포기해 왔는데,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등장과 재확산으로 다시 방역 조건이 강화됐다. 예전에는 연말연시 모임이나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이미 실종이다. 예전에는 일부러 사람 많은 곳을 찾아다니고 각종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애를 썼다면 이제는 가족과 함께 혹은 홀로 버티는 중이다.
한 해를 보내는 연말인데다, 코로나 이후 삶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다 보니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다 책 한 권을 발견했다. <내 인생의 인문학>은 우리 자신의 인생철학을 세울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한다고 했지만 내가 읽은 느낌으로 인생철학을 완전히 새로 써야 할 것 같다.
p.54
다시 루이스를 등장시켜보자. 그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면서 자신이 헌신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착을 선명히 표현하고 있다. 그는 아내의 죽음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둘의 관계에서 독특한 느낌을 전해준 시간적 리듬과 구체성 속에서 둘의 인생을 쭉 함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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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아프기도 하고 누군가를 떠나보내거나 내가 죽을 수도 있다. 또한 뭔가를 잃어버려 상실감에 빠지기도 하고, 두렵고 불안이 엄습해 올 때가 있다. 인간은 태어날 때 벌거벗고 나온 연약한 존재이기 때문일까? 이 책은 우리 삶에서 소중한 것들을 역동적으로 일으켜 세우고 지속적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견고한 사고력, 다시 말해 철학적인 성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앞장을 다시 읽게 된다. 생각이 많아져서일 것이다. 아무튼 철학적인 사고력을 최고치로 끌어올려서 읽어야 하므로 읽기가 쉽지 않은 책이다. 하지만 왜 사는지에 대한 물음에 누구나 한 번쯤 깊게 고민했을 것이다.
p.145
말하자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그의 자서전이 아니다. 그의 삶의 이야기를 말하는 게 아니라, 소설이라는 틀 안에서 그의 삶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 가공의 인물인 프루스트의 자서전이다. 그는 13년 이상이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몰두했고 죽기 전까지 책을 완성하지 못했지만, 인쇄 막판 직전까지 원고를 수정하려고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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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 인문학 교수인 마틴 하글런드는 우리의 삶이 영원한 것이 아니라 유한하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 안에서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고, 더 많은 것을 위해 몰두하고 헌신하는 삶을 통해 인간적인 가치가 실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철학자, 사회학자, 경제학자들의 저서에서 찾은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분석하고, 우리의 삶과 공동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철학적 사고를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또 자본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정과 불공정, 평등과 불평등 같은 자본주의에 내재된 모순에 대한 명료한 통찰과 날카로운 비판 통해 더 인간적이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철학적 사색을 제공한다. 중요한 건, 우리 삶의 장기적인 비전을 위해 삶을 충만하게 할 수 있는 철학적 질문을 던져보시길 추천드린다.
p.239
나는 인간만이 영적으로 자유롭다고 단언하는 게 아니다. 정신적으로 자유로운 다른 종을 발견할 수도 있고, 영적 자유를 선사하는 삶의 인위적인 형태를 창조할 수도 있다. 이는 실증가능한 질문이지만, 나는 그 답을 찾으려들지 않는다. 내 목적은 어떤 종이 정신적으로 자유로운지를 결정하는 게 아닌 정신적 자유의 조건을 갖추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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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 자신을 우리 삶으로부터 분리시키는 존재의 불안을 어떻게 껴안아야 하는지, 내 삶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정신적 기반이 필요한지, 그리고 한 번 사는 인생에서 우리가 품어야 할 태도와 가치의 우선순위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연말에 친구들과 함께 모여 술 한잔 기울이며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것처럼, 우리는 혼자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닌 누군가와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책은 새해를 앞둔 요즘 같은 시기에 주말 동안 집콕하면서 찬찬히 읽어봐야 저자의 생각 속으로 조금 더 깊숙하게 들어갈 수 있다.
이 포스팅은 생각의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