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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강의 말 : 삶은 고독과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야마구치 미치코 지음, 정수윤 옮김 / 해냄 / 2021년 9월
평점 :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마약 소지로 체포되었을 때 프랑수아즈 사강(Francoise Sagan, 본명은 프랑수아즈 쿠아레)가 한 말이다. 이 말을 듣고 '어디서 들어본 말 같은데...' 하는 생각과 함께 김영하 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가 떠올랐다. 김영하 작가는 사강의 이 말에서 영감을 얻어 '자기 파괴의 극단이라 할 수 있는 자살을 도와주는 사람의 이야기'를 소재로 소설을 썼다고 한다.
'사랑'과 '고독'은 한 세트처럼 느껴진다. 사랑이 먼저인지, 고독이 먼저인지 알 수는 없지만, 두 단어는 분명 끈끈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음에 틀림없다. 사랑하면 고독해지고 고독하면 사랑할 사람이 찾게 되는 걸까.
정열적인 연애는
7년 이상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질투하는 사람은 그 마음을 숨겨야 합니다.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너그럽지 못한 사람,
걱정이 없는 사람,
진실을 다 안다는 얼굴을 한 사람,
만사가 만족스러운 사람,
우둔한 사람은 싫습니다.
- 사강의 말
일본의 작가 야마구치 미치코는 '뮤즈', '말과 만남', '그림과 관계' 등을 테마로 여러 가지 책을 썼다. 사강, 샤넬, 먼로, 헵번 등 세상에 영향을 미친 여성들에 관한 '삶의 방식' 시리즈로 주목을 받았다. <사강의 말>은 '말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삶은 고독과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라고 말한 프랑수아즈 사강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다. 그녀는 18세에 쓴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소설로, 이미 10대에 세계적인 명성과 막대한 인쇄를 거머쥐는 성공을 거두었다. 유복한 가정의 삼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고독'과 '사랑'을 테마로 평생 썼던 소설을 썼다고 하는데, 문화적인 재능은 물론, 젊음과 독특한 라이프 스타일로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녀의 숏컷 머리 스타일은 오드리 헵번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 [아멜리아]의 오드리 토투도 살짝 닮은 느낌이다. 책 속에 담긴 그녀의 사진은 꽤나 매력적이다. 이 지적인 여인에게 많은 사람들이 끌렸다고 하는데, 꽤나 정열적인 삶을 살았던 것 같다. 그녀는 도박에 빠지고 스피드와 술, 마약에 의존했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사강을 꽤 나약한 존재였다고 분석했다.
도덕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감성과 섬세한 심리묘사로 수많은 독자를 가지고 있는 프랑수아즈 사강은 인생에 대한 사탕발림 같은 환상을 벗어버리는 대신 냉정하고 담담한 시선으로 인간의 고독과 사랑의 본질을 탐구했다.
p.23
저는 인간과 고독, 인간과 사랑의 관계에 관심이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기반을 이루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p.31
당신에게 지성이란 무엇입니까?
지성은 한 가지 문제를 다양한 시점에서 생각하는 능력, 관점을 바꾸어 배울 줄 아는 능력입니다.
p.83
행복한 사랑이란 일에 지치는 힘든 하루를 보내고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날 하루 일과를 마구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눈빛을 마주하는 일입니다.
사랑이란 무엇이든 다 이야기하고 싶고, 어디든 함께하고 싶은 감정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사강이 평생 추구한 것은 인간 본모습으로, 이에 대해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고독과 사랑이라고 평했다. 사랑이 무지개색이라면 고독은 회색이나 검은색, 혹은 무채색에 가깝다. 사랑은 화려한 빛깔을 갖고 있지만 무지개처럼 오래가지 못한다. 고독은 슬픔과 고뇌, 아픔 등의 단어가 떠오르고 오래도록 지속된다.
<사강의 말>은 사강의 작품과 그녀의 말과 행동에서 모티브를 얻어 사랑과 고독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이 책의 사강의 말을 빌려 개인주의로 빠져드는 현대인의 삶에 조용하지만 강한 어조로 어필하고 있다. 사강의 말처럼 사랑과 고독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우리의 인생은 사랑과 고독 없이는 표현이 어렵다.
p.76
사랑한다는 것은 그저 좋아하는 게 아닙니다.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해한다는 것은 눈감아주는 것,
쓸데없는 참견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 책은 사랑과 고독, 그리고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강이라는 작가의 삶에 현미경을 들이대어 클로즈업을 하고 망원경으로 먼발치에서 지켜보며 그녀가 세상의 통념과 가치관에 휩쓸리기보다는 자신의 삶에 충실하기 위해 살았던 여정을 따라가고 있다.
때로는 그녀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그녀의 강렬한 어조에 빠져든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선 나약하고 감정적인, 때로는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감정의 그녀와 만나게 된다.
프랑수아즈 사강 Francoise Sagan
1935년 6월 프랑스 로트 주의 작은 마을 카자르크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성장했다. 사강이란 필명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사강 공작부인에서 따온 것으로, 본명은 프랑수아즈 쿠아레(Fran?oise Quoirez)다. 20편 이상의 소설과 희곡, 시나리오, 에세이 등 다양한 작품을 남긴 프랑수아즈 사강은 2004년 9월 옹플뢰르의 한 병원에서 심장병과 폐질환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 포스팅은 해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