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기 - 에리히 캐스트너 시집
에리히 캐스트너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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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중순, 코로나 블루 증상이 심해질 조짐이다. 코로나19가 재확산 되고 있는 요즘, 올해 하반기 일정이 모두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보통 8월 초중순에 휴가를 내서 며칠 쉬다 업무에 복귀하면 9월에 진행할 새 프로젝트 준비에 바빠야 하는데...


언제 끝날지 모르는 포스트 코로나 세상은 끝없이 펼쳐진 뿌연 안갯속을 걷고 있는 것처럼 답답하고 난감한 느낌을 줄 뿐이다. 잠시 일을 접고 휴식기를 가지면서 책 한 권을 읽고 있다. 에리히 캐스터너 박사가 쓴 시집이다. '시로 쓴 가정상비약'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마주보기>는 수많은 단편의 한 토막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p.5

이 책은 일상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겪는 마음의 통증을 치료하고자 한다. 이 책은 유머, 분노, 무관심, 아이러니, 명상, 과장 등과 같은 유사 치료제를 이용해 일상의 크고 작은 어려움을 이겨 내도록 돕는다. 따라서 이 채은 마음의 약이며, 그 역할에 맞게 '가정상비약'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이 책은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번역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에 저작권 계약 없이 처음 출간되어 1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고 한다. 이후 정식 계약판으로 2004년에 다시 출간된 적이 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처음 읽어 보는 에리히 캐스트너의 시집이다.


이전 번역판의 오류를 바로잡고 누락된 시와 구절을 새로 옮겨 원본에 충실한 번역을 하고자 노력했다고 하니, 전보단 더 좋은 구절들이 적혀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한 페이지씩 넘기다 보니 푹 빠져 읽게 됐다. 어느 시대에 살건 어느 곳에서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건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마음을 치료한다는 처방전에는 '나이 드는 것이 슬퍼질 때, 낯선 곳에 웅크리고 있을 때, 행운이 늦게 올 때, 아플 때, 꿈을 꿀 때, 주변 사람들에게 화가 날 때' 등 사용지첨서가 들어 있다. 특이한 시집에, 특이한 사용지침서를 붙였단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첫 페이지부터 순서대로 읽어도 좋고, 옮긴이의 말에 따라 사용지첨서에 적힌 문구를 골라서 읽어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처음에는 순서대로 읽어 봤다. 그리고 나서는 사용지첨서에 적힌 문구를 따라 읽어 봤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요즘을 생각해 보니, '문제가 생겼을 때'라는 문구가 좀 더 끌렸다. 이 문구에 해당되는 시 구절을 몇 가지 소개한다.


p.33

숙명


숙명:

임신과 장례식 사이에 있는 건

고난


p.87

인내심을 가질 것!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위하는 삶에서 드러나는 사실은

- 결국 사람들은 이 사실을 분명히 깨닫게 된다.

사람은 열려 있는 문에도

머리를 부딪힐 수 있다는 것이다!


p.183

규칙적인 동시대인


하, 그가 미래를 얼마나 잘 꿰뚫고 있었는지!

그는 죽고 나면

자식과 부인에게 얼마의 돈이 지불될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시는 읽는 사람의 마음 상태에 따라, 그 시를 읽는 때나 장소에 따라 각각 다를 것이다. 내가 읽었을 때는 휴가를 내고 잠시 일에서 손을 뗀 상태라 좀 더 편안하게 시를 따라갈 수 있었다. 이 시집에는 사람 냄새가 가득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그리움, 외로움, 실망, 안타까움 등 사람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시나 소설을 좋아하는데, <마주보기>는 그런 점에서 좋은 시집이란 생각이 든다. 이 시집에 대해 아무리 장황한 설명을 늘어놔 봐야 한번 읽고 느껴보는 것만큼 좋은 건 없어 보인다. 직접 읽어 보시길 추천드린다.



이 포스팅은 이화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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