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삭스 지리 기술 제도 - 7번의 세계화로 본 인류의 미래 Philos 시리즈 7
제프리 삭스 지음, 이종인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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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팬데믹 상황은 2년째 계속되고 있고,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폭우, 폭염, 산불 등은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의 현재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할 만큼 심각한 변화의 길목에서 인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빈곤의 종말> 이후, 제프리 삭스는 신간 <제프리 삭스 지리 기술 제도>에서 현대 사회가 지리, 기술, 제도들이 하나의 체계로 연결된 7번의 세계화를 통해 인류의 생활 조건을 극적으로 향상시키는 강력한 능력을 발휘한 반면에 그동안 의심하지 않았던 위협들도 함께 가져왔다고 진단했다. 세계화란 국제 사회에서 상호 의존성이 증가함에 따라 세계가 하나의 체계로 나아가고 있는 현상을 말한다.


p.28

세계화는 광대한 지리적 영역에 분포하는 다양한 사회 사이의 상호연계를 의미한다. 이러한 상호연계의 양상은 기술, 경제, 제도, 문화, 지정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발견된다. 또한 온 세상의 사회는 무역, 금융, 사업, 이민, 문화, 제국, 전쟁 등을 통하여 서로 상호작용한다.



제프리 삭스는 인류가 지금으로부터 7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발원해 다른 대륙으로 흩어진 이래, 인간 사회의 교역, 정복, 건국, 생산력 증대, 전염병 창궐 등과 같은 모든 인류의 활동이 '지리, 기술, 제도'라는 3가지 요소를 토대로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보기술과 교통수단의 발달은 세계의 상호의존성과 상호이해를 높여 왔고, 코로나19와 기후변화는 인류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실하게 인식시켜 주는 계기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제프리 삭스 지리 기술 제도>는 하나의 나라나 특정 지역의 역사나 기술의 발전에 대한 소개가 아닌 세계 문명과 경제의 흐름을 통해 2021년, 현재 인류가 맞이한 위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역사를 바꾼 일곱 번의 세계화를 다음과 같이 설정했다.


첫째, 구석기 시대로 인류가 아직도 수렵채집자로 살아가던 선사시대

둘째, 기마 시대로 야생말을 길들이고 원시문자가 개발되어 장거리 교육과 통신이 가능해짐

셋째, 고전 시대로 이 시기에 대규모 제국이 처음 생김

다섯째, 해양 시대로 제국들이 최초로 본국의 생태적 지역을 넘어서서 5대양으로 뻗어 나감

여섯째, 산업 시대로 대영제국이 선도하는 소수의 사회들이 산업경제를 부흥시킨 시대

일곱째, 디지털 시대로 온 세상이 디지털에 의해 즉시 연결되는 시대, 즉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시대



이 책에는 일곱 번의 세계화라는 설정을 통해 세계화의 속도가 어떻게 빨라졌고 세계화로 인해 지리, 기술, 제도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설명했다. 특히 산업혁명은 '지리, 기술, 제도'가 상호작용한 결과로 생겨난 것이라며, 그런 복잡한 상호작용이 있었기 때문에 산업혁명이 그처럼 놀라운 사건이 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p.51

이 세 영역은 상호의존적이다. 이 세 요인을 모두 감안하지 않으면 경제사와 경제적 변화를 올바로 이해할 수 없다.


이 책의 설명에 따르면 '지리'는 기후, 생물 다양성, 질병 부담, 구체적 지형, 1차 에너지원, 광물 매장량이라는 6가지 중요한 요소를 갖고 있다. '기술'은 농업, 광업, 산업, 정보, 교육, 과학, 군사, 공공행정이라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고, '제도'에는 문화, 법률, 경제 조직, 정치라는 요소가 들어 있다. 또한 인류의 기원으로 꼽는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세계화에 기여하게 됐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p.77

호모 사피엔스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인류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은 빠른 속도로 멸종했다. (중략) 호모사피엔스가 이들에 비해 어떤 면에서 우위에 있었는지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언어 능력, 불을 다루는 능력, 협동하는 능력이 그들보다 뛰어난 특징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것이 불확실하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세계사와 경제사를 한꺼번에 살펴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신석기 시대, 정착해서 땅을 일구기 시작한 인류는 농업의 발달로 새로운 문명을 발전시켜 나간다. 특히 유라시아 지역은 광대한 동서 축을 기반으로 창의적 기술과 그 확산을 돕는 방대한 지역에서 형성될 수 있었기 때문에 인류 문명의 발생지가 될 수 있었다고 봤다.


또한 유라시아의 주요 문명들이 발전할 수 있었던 기반으로 말의 순치, 문자체계의 발달, 야금술의 발달이라는 기술적인 진보가 보태졌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여기에 정치와 제국주의 세계화를 거치며 동서양이 패권이 주고받으며 발전해 온 양상을 비교한 대목도 관심 있게 읽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최근 인류의 존폐를 위협하는 기후온난화 문제나 코로나19 같은 팬데믹 외에도 디지털 문명의 발전은 또 다른 불평등 문제를 심화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면서 또다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며, 가장 큰 위험요소로 신흥경제강국으로 성장한 중국과 초강대국 미국과의 잠재적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p.295

세계 경제는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으면서도 지속 가능한 발전의 세 가지 기준에 비추어보면 실패했다. 첫째, 고숙련 노동자와 저숙련 노동자 간의 격차를 넓히는 디지털 기술의 영향 때문에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둘째, 세계 도처에서 환경오염 문제가 걷잡을 수없이 심각해지고 있다. (중략) 마지막으로 국가 간 갈등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저정학적인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면서 미국, 중국, 그 외의 여러 지역에서 불안의 수위가 상승하고 있다.



<제르리 삭스 지리 기술 제도>에서 저자는 7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다른 지역으로 흩어진 이래 인류는 언제나 세계화란 이름의 변화를 지향해 왔다며, 이제 인류는 평화로우면서도 현명한 방식으로 세계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과 같이 핵으로 무장된 시대에서 만약 세계대전이라도 발생한다면 인류의 생존은 기회를 잃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후변화, 코로나19, 자국 중심의 무역 갈등처럼 어느 한 나라만의 움직임으로 개선할 수 없게 현재의 상황에서 제프리 삭스는 인류가 무엇을 선택해야 할 것인지 진지하게 묻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 해당하는 '21세기 세계화를 위한 조언'은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었던 내용들을 함축적으로 담았다.


p.325

인류는 오랜 역사와 모험을 통해 지리, 기술, 제도의 상호작용을 겪어왔다. 위대한 진화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우리가 "석기 시대의 정서, 중세의 제도, 신과 같은 기술"을 갖고 21세기에 들어섰다고 말했는데, 정말로 그러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문명이 탄생하기 전부터 기술과 제도를 전파해온 인류의 연대기가 담겨 있고, 지리적인 여건들이 어떻게 문명의 발전을 이루어 왔는지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제프리 삭스는 세계화의 흐름 속에 발전해 온 인류 문명 앞에 놓인 코로나19, 지구온난화, 디지털 불평등 같은 변수들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묻고 있다.



이 포스팅은 21세기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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