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것은 모두 멀리 있다 - 장석남의 적막 예찬
장석남 지음 / 마음의숲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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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있고, 팬데믹 상황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요즘. 마스크를 처음 썼을 때,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고 비대면, 온라인 환경에서 어떻게 지낼 수 있을까 했던 일이 생각난다. 지나고 보니 엊그제인 것 같지만 벌써 2년째로 접어든 비상시국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미로 속을 헤매고 있는 기분이다.


<사랑하는 것은 모두 멀리 있다>라는 장석남 시인의 책 제목처럼 평범한 일상에 대한 적막감을 주는 코로나19와 함께 지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다. 일상의 그리움은 사무치게 보고 싶은 누군가와 닮아 있다. 뭔가를 찾고 바랄 때는 없거나 너무 멀리 있다.


시인은 시간의 무서움보단 다정함에 눈을 뜰 때라고 이야기했다. '사랑은 어느 날 문득 생겨난 것이 아니라 아득한 저쪽에서부터 있었고, 있을 것이고, 있는 듯 없는 존재로 나아간다' 시인의 말에 목울대가 울컥한다.


p.19

스무 살이 넘을 무렵, 어떤 사물을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나이가 되자 나는 돌멩이가 좋아졌다. 좋다는 것도 별 이유는 없다. 까닭이 있는 좋음은 없으니까. 돌멩이를 들여다보는 것이 좋았고 또 그 돌멩이를 들여다보는 나도 마음에 들었다.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의 눈에는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뭔가 다른 것을 보는 것 같다. 중학교 미술 시간에 교탁 위에 놓은 꽃 화분을 열심히 그린 기억이 새롭다. 앞에 앉은 아이와 뒤에 혹은 왼쪽, 오른쪽에 앉은 아이의 눈에 비친 화분의 모습은 저마다 조금씩은 달랐을 것이다.


우리가 어떤 일을 바라보는 기준이나 관점은 개인마다 바라보고 생각하는 해석하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시인은 '취미는 적적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적적해지는 것은 내 오랜 취미라고 말했다. 그 취미가 나를 이끌어가고 적적함이 직업이라도 좋겠다고도 이야기했다.


p.37

나는 끊임없이 적적한 장소와 시간을 찾아 헤매는 신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를 견디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알고 있다. 적적은 그래서 지극히 상류층의 취미임에 틀림없다. 나는 자꾸 상류층이 되고 싶은 모양이다.



<사랑하는 것은 모두 멀리 있다>는 시인이 쓴 산문집이다. 뭔가를 보고 느끼는 감정들은 저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옳다 그르다로 말할 수는 없다. 다만 그렇게도 볼 수 있구나 하는 열린 마음과 공감을 표시할 때 그 말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사랑은 알아봐 주고 공감해 주고 그런 가운데 애정을 표하는 것이지 않을까. 하지만 사랑할 대상을 적막함으로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은 어떤 것일지 궁금해하면서 이 책을 읽어 보면 더 좋겠다. 음악이든 영화든 소설이든 에세이든 누군가가 그려 놓은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으면 온전히 그 말이 참뜻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p.112

아무도 나오지 않은 일요일의 텅 빈 건물 복도를 걸어 들어갈 때 텅텅텅텅 울리는 내 발자국 소리에 약간의 놀라움을 느낀다. 내가 움직이는 소리의 반향에 내 가슴까지 반향하는 듯하다.



나이가 들수록 복잡하고 시끄러운 곳에 있기보다는 조용하고 고요한 곳을 더 찾게 된다고 하는데... 시인의 글 속에서 슬픔과 고요함이 느껴진다. '사랑하는 것은 모두 멀리 있다'라는 시인의 감정을 따라 적막함 속으로 들어간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적막함이 일상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의 글 속에 잠시라도 풍덩하고 깊이 빠져 보시기 바란다.



이 포스팅은 마음의숲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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