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터규 아저씨의 무서운 이야기 3 - 폭풍우 속 방문객 몬터규 아저씨의 무서운 이야기 3
크리스 프리스틀리 지음, 데이비드 로버츠 그림, 김경희 옮김 / 제제의숲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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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 설날이나 추석 때 사촌형, 누나들이 함께 집에 모이면 '너희들 그거 알아?' 하면서 사촌누나가 무서운 이야기를 해주곤 했는데, 고개를 잔뜩 숙이고 가슴을 졸이면서도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해했었다.


전 세계 환상, 공포 문학상을 휩쓴 청소년 미스터리 걸작 《몬터규 아저씨의 무서운 이야기》는 어쩌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것 같은 스토리와 비슷한 설정으로 시작된다. 우리나라 전래동화인 <해님 달님>에서도 아이들만 집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호랑이가 찾아오는데 상황 설정이 비슷하다.


<몬터규 아저씨의 무서운 이야기> 3권 '폭풍우 속 방문객'에서는 사흘 동안 폭풍우가 몰아치던 날에 바닷가 절벽에 있는 '올드 인' 여관에 살고 있는 오빠 에단과 여동생 캐시 남매 둘만 집에 남게 되고 낯선 이가 여관 문을 두드리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올드 인은 외지고 위태로운 곳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늘 사람들에게 인기 있고 정이 넘치는 곳이었다. 아버지는 항상 이웃의 고민에 귀를 기울이고, 재치 있는 농담을 주고받거나, 여관 주인장 노릇을 하며 얻은 지혜를 나누어 주었기 때문이다.





뱃사람들은 자신들이 겪은 모험이나 여행 이야기를 남매에게 들려주곤 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선원들 곁에 앉아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푹 빠져있곤 했다. 어머니가 이제 잘 시간이라며 자신들을 몰아낼 때면 조금만 더 듣게 해 달라고 매달렸고, 어머니는 그런 아이들의 애원을 못 들은 척했다.


하지만 두 남매의 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엄마가 남동생(이었을 뻔한) 아기를 낳다가 하늘나라로 떠났기 때문이다. 고귀한 영혼의 소유자였던 아버지는 손에 잡히는 술이라면 뭐든 입에 들이부으며 천천히 절망의 구덩이로 미끄러졌고, 모두의 위로는 허사가 되고 만다.


폭풍이 불어닥친 지 사흘째 되던 날 밤, 에단과 캐시는 심각한 병에 걸려 쓰러지고 아이들이 위급한 상태에 빠지자 아버지는 가서 의사를 데리고 올 테니 집에 머물며 절대 밖으로 나가거나 사람을 들이지 말라고 당부하고...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들어 있는 흥미로운 구조로 되어 있는 3권에서는 새커리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배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하고 섬뜩한 이야기로 '피로슈카', '검은 고양이', '문신', '보트를 타고 나타난 소년', '달팽이'까지 5편이다.





개인적으로는 3권에 처음 등장하는 이야기 '피로슈카'에 관심이 갔다. 


수화물을 가득 실은 돌핀호에는 아편, 카카오 씨앗, 오렌지, 목재, 면, 무쇠 등 다양한 상품들이 실려 있었다. 또한 남의 땅을 침략하러 가는 군대나 잡혀 온 노예를 실을 때도 있었다. 이번에는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선 지중해 동쪽 출신 이민자들을 싣고 미국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어느 날 젊은 선원 리처드 스타일스는 유독 한 승객이 눈에 들어왔다. 붉은 머리칼의 소녀는 잉걸불처럼 빛나는 모습으로 주변을 환하게 밝혔다. 그는 곧 사랑에 빠져 버렸다. 하지만 수줍음이 많아서 소녀를 향해 미소를 지을 뿐 다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잔뜩 들뜬 채 배에 오른 승객들은 노래를 흥얼거리고 갑판에서 춤을 추는 듯 축제 마당의 분위기였지만 배가 대서양에 들어서면서 폭풍우가 몰아치자 갑판 아래 모여들었다. 노래 대신 기도를 하고, 웃음소리 대신 신음과 눈물이 자리를 잡았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새롭게 찾아온 우울한 분위기는 뭔지 모르게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선장은 선원들에게 승객들과 거리를 두라고 지시한다. 하지만 이 기묘한 침울함과 나태함은 배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선원들에게도 이미 전파되어 있었다.


리처드 역시 바다로 나온 이후 처음으로 인생이 암울하고 기계적으로 느껴졌다. 그저 어서 빨리 이 음침한 사람들을 목적지에 내려주고 싶을 뿐이었다. 음울한 해질녘처럼 단조로운 생활이 이어지는 가운데에서도 묘지에 들리는 새소리처럼 리처드에게 산뜻한 기쁨이 하나 있었으니, 그가 반한 빨란 머리 소녀였다.


빨간 머리 소녀의 몸은 여윈 편이었지만, 생기가 흘러넘쳤고, 동그란 얼굴에, 볼은 발그스름하고, 웃을 때마다 보조개가 쏙 들어갔다. 칙칙한 분위기 속에 소녀의 미소는 태양처럼 빛났고, 그 미소를 볼 때마다 리처드의 마음은 부풀어 올랐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와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는데, 그녀의 이름은 피로슈카였다. 한동안 리처드는 선장이나 일등 항해사한테 둘이 만나는 걸 걸릴까 봐 계속 주변을 살폈지만, 날이 갈수록 점점 대담해졌다.


부지런한 선원이었던 리처드는 많은 일을 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빌 때는 무조건 피로슈카를 만났다. 둘은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는 사이에 그는 동료 선원들보다 피로슈카가 더 편하게 느껴졌고, 자신이 품고 있는 줄도 몰랐던 희망과 포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지만 정작 자신은 그녀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가족들이 그를 좋아한다며, 그가 자신들과 함께 미국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이미 결정된 것처럼 말했다. 그 뒤로 리처는 온종일 고민에 빠져 있었다. 바다를 자신의 고향으로 여겼고, 뱃사람으로 사는 삶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과연 이 삶을 포기하고 어떤 시련이 있을지도 모를 정착 생활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피로슈카는 리처드를 바꿔 놓았다. 마치 환한 보름달처럼 다른 모든 것을 퇴색시켜 버렸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피로슈카만 곁에 있다면 너끈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피로슈카와 함께 미국으로 갈 것을 결정하고 승객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그녀를 찾았다.


문득 눈길을 든 그때, 어느새 피로슈카가 리처드 앞에 서 있었다. 그때부터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던 그는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고 배에 있던 사람들이나 상황들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하는데...


한 편의 이야기를 쭉 훑어보고 나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어렸을 때 즐겨 보았던 애드거 앨런 포의 책을 이 책의 작가인 크리스 프리스틀리도 즐겨 읽었다고 하는데, 그는 타고난 이야기꾼처럼 느껴졌다.


한 번 읽기 시작하니 계속해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여느 뱃사람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매 이야기마다 감탄사가 나오게 하는 섬뜩함이 묻어 있다. 미스터리한 소설을 좋아하는 어른들에게도 이 책 강추다.




이 포스팅은 제제의숲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2386337179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https://bit.ly/2YJHL6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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