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런 벽지
샬럿 퍼킨스 길먼 지음 / 내로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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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일기를 쓰나요?

Do you keep journals?


학교를 다닐 때처럼 일기를 쓰진 않는다. 쌤이 검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엔 매일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다 보니 그날 그날, 혹은 글을 쓸 때마다 드는 생각이나 감정들을 일부분은 담아 쓰고 있다. 소설처럼 감정선을 많이 건드리는 작품들을 읽을 때면 더 많은 생각의 나래들이 펼쳐진다. 때로는 쓸데없는 공상만 할 때도 많다.


최근에 내로라에서 펴낸 고전 소설을 세 권째 읽었다. <원숭이의 손>, <나이팅게일과 장미>, 그리고 이번에 <누런 벽지>까지. 모두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다. 많은 고전 작품들 중에서 유독 괴기스러운 단편만 선택하는 건 왜 그런 걸까? 기회가 되면 발행인과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다.


<누런 벽지>의 원문은 <The Yellow Wallpaper>로 되어 있다. 단순히 '노란 벽지'라고 번역했다면 좀 별로였을 것 같은데, '누런 벽지'라는 제목을 붙임으로써 흥미를 끈다. 노랗다는 아니고 누렇다는 표현은 오래되고 빛바랜 느낌을 준다. 또한 을씨년스런 기분도 들게 한다. 어렸을 때 보았던 벽지들을 떠올려 보니 무슨 그림처럼 보이기도 했던 것 같다.




스스로에게 솔직한 편인가요?

Are you honest with yourself?


<누런 벽지>는 한 부인의 일기를 통해 그녀의 근심과 걱정이 가져온 신경 쇠약 증세가 벽지에 숨어 있을 것처럼 생각되는 누군가로 발현된다. 마을에서 3마일이나 떨어져 있는 외딴 저택에 한 부부가 3개월 동안 계약을 하고 집을 빌린다. 이 집은 수년 동안 비어 있었는데 흉흉한 소문도 돌고 있다.


집을 따라 울타리와 담벼락이 있고, 잠금장치가 달린 커다란 대문도 있다. 그늘진 정원에는 네모반듯한 길이 트여 있고, 옆으로는 의자와 포토 넝쿨 정자가 길게 늘어서 있다. 의사인 남편은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는 아내의 정신적 환기를 위해 시골 마을에 있는 이 외딴 대저택에서 여름을 나기로 한다.


그는 의사로서 아내에게 절대적인 휴식을 처방하고, 통풍이 잘되고 채광이 좋은 꼭대기층 방에 머물도록 한다. 아내는 낡고 허름하고 뭔가 튀어나올 것 같은 누런 벽지가 칠해져 있는 이 방이 싫지만 남편에게 제대로 말을 못 한다.


물론 남편한테 싫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남편의 설득에 자신의 마음을 숨긴다. 그녀는 남편 몰래 일기를 쓰면서 주변을 관찰하다 이 집에 뭔가 이상한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의사인 남편은 들어주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건강에만 신경 쓰라고 한다.




일을 하고 싶은 여성에 대한 편견


얼핏 보면 남편은 참 좋은 사람이다. 아내를 꽤나 위한다. 하지만 그 속엔 위선과 여성을 낮춰보는 심리가 깔려 있다. 어떤 일도 하지 말고 남편인 자기 말만 들으라고 하는 것은 아내는 시키는 데로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이 씌여진 19세기의 사회 분위기는 가부장적인 사회였다.


<누런 벽지>를 쓴 샬롯 퍼킨스 길먼은 수년간 우울증과 그 이상에 이르는 심각한 신경 쇠약을 앓았다고 한다. 그녀를 담당했던 의사는 '최대한 가정적인 삶'을 살고, '두뇌 활동은 하루 최대 두 시간으로 제한'하고, '살아 있는 한 절대로 펜이나 붓, 연필 따위는 잡지도 말 것'이라고 처방을 내린다. 하지만 그녀는 일을 다시 하면서 안정을 되찾고 회복했다.


이 책은 그녀의 경험이 녹아들어 있다. 의사인 남편은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자신의 아내는 그저 일시적인 신경 쇠약일 뿐이며, 경미한 히스테리성 증상을 보이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남편은 아내가 완전히 건강해질 때까지 모든 '일'을 절대로 하지 못하게 금지시켰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면 좋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무료함에 답답해질 것이다. 뭐가 됐든 움직이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게 되면 창살 없는 감옥에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의사인 남편은 아내가 완전히 건강해질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하도록 처방을 내린다. 이것이 정말 아내를 위한 일을 한 것일까? 좋게 생각하면 심신이 안정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라는 것이다. 하지만 젊은 아내가 나이들고 기력이 떨어지거나 아픈 노인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정말 가만히 있길 바란 것일까?




순종적인 아내의 미덕


남편 존은 하루 종일, 매시간 아내가 할 일을 처방해 준다. 하지만 그는 아내만 이곳에 내버려 둔 채 하루 종일 집을 비운다. 자신이 돌보는 환자의 상태가 심각한 날에는 밤에 집에도 오지 않는다. 아내는 남편의 말을 믿고 자신의 신경 쇠약을 극복해 보려고 여러 가지 노력을 한다. 하지만 벽지 때문에 자꾸만 신경이 거슬린다.


남편은 아내의 완벽한 휴식을 위해 모든 지적 활동을 금지시키고, 오롯이 휴식만을 취하게 했다. 하지만, 아내의 증세는 점점 더 깊어져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명한 정신과 전문의인 남편은 아내의 상태가 호전되었다고 장담한다.


아내의 신경을 거스르게 만드는 것은 바로 한쪽 벽을 뒤덮은 누런 벽지다. 그 무엇도 신경 쓰지 않아야 하는 휴식의 감옥에서, 벽지에 대한 생각은 깊어져만 가는데...


전반적으로는 칙칙한 색인데, 군데군데 폭력적일 만큼 선명한 오렌지색이 섞여 있고, 나머지 부분은 매캐한 유황을 떠오르게 해.


그러다 하루 종일 누워있기를 권유받은 아내는 벽지만 더 관찰하게 되고 벽지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급기에 그곳을 떠나고 싶다고 남편에게 애원하지만, 남편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여인은 벽지 뒤에 기어 다니는 여인이 있다고 확신하게 되고, 여인의 행동을 주시하다가, 결국 그 여인이 되어 버린다.




이 포스팅은 내로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2349922099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https://bit.ly/2YJHL6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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