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채
대풍괄과 지음, 강은혜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그들을 '사랑으로 괴롭게 하라'고?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가?!





최근에 읽었던 고전소설 <나이팅게일과 장미>에서 오스카 와일드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해 물었다. 사랑은 수많은 형태로 나타나는데, 상대를 위해 목숨을 던지는 희생을 감수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사랑이 상대방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무의미한 죽음으로 끝나고 만다.


<도화채>는 인간계와 선계를 넘나드는 오랜 세월 동안에도 변치 않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소설은 2010년부터 중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선협소설'이라는 장르소설에, 'BL(Boys Love)'이라는 요소가 더해져 '선협BL'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탄생했다. '선협소설'은 동양형 판타지인 무협소설을 기반으로, 주인공이 수행을 쌓아 신선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 요즘 웹소설에 한 장르로 자리잡은 BL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선협BL을 대표하는 진강문학성 1세대 인기 작가로, '중국 10대 웹소설 작가'로 불리는 대풍괄과가 선협물의 기틀을 잡았다고 평가받고 있는 <도화채>는 각자의 운명은 누구이고, 누구의 사랑이 결실을 맺을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간계를 넘어 선계로 이어지는 그들의 사랑이 다시 인간계로 내려오면서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p.13

선사가 나를 영소전으로 데려가 옥황상제를 알현하게 했다. 옥황상제가 말했다. "신선에게는 선근이 있다. 첫째는 수련으로 얻어낸 것이요, 둘째는 날 때부터 정해진 것이요, 셋째는 거저주워 된 것이다.




어느날, 선계의 한량 신선이 된 '송요(송요원군)'은 금지된 사랑을 나눈 벌로 속세의 인간으로 환생한 신선 천추(천추성군)와 남명(남명제군)을 찾아 나선다. 옥황상제가 그들에게 '사랑으로 괴롭게 하라'는 명을 내렸기 때문이다. 하계 즉 인간계로 내려온 송요는 병약한 춘추를 납치해 있는 괴롭힌다. 하지만 송요를 미워해야 할 천추는 묘하게 쌀쌀맞다가도 다정다감하게 군다. 한편 송요의 임무를 도우러 내려온 선계 제일의 미인이자 절친한 벗 형문은 송요가 천추를 챙길 때마다 투덜거린다.


수천 년 동안 누구와도 사랑을 이루지 못하리라는 운명을 점지받은 송요와 그의 친구 형문, 그리고 선계에서 인간계로 이어지는 남명과 천추의 인연은 '도화채(桃花菜)' 즉, '복숭아꽃의 빚'이라는 책 제목에서처럼 수많은 세월 동안 쌓아 온 '사랑의 빚, 도화채'를 어떻게 갚을 것인지가 주된 줄거리다. 송요가 모르는 과거와 운명은 삼생을 넘어 깊은 사랑의 빚 '도화채'를 만들고 그 빚은 송요를 어떤 운명으로 이끄는데...


<도화채>는 중국의 신선 체계를 독창적으로 해석해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와 탄탄한 스토리로 진강문학성 연재 당시에 4억 클릭을 기록하고 종이책만 15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고 한다. 일반적인 통념은 남녀간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BL은 여성 보다 남성에 끌리는 남자 주인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인물이 바로 송요다.



p. 99

나는 신성릉이 동군왕부에 잠입하는 수만 가지 경우를 상상했다. 명격의 말로는 한밤중에 천추를 빼앗아간다고 했으니 달이 어둡고 바람이 세차게 부는 칠흑 같은 밤에 등장하겠거니 예상했다.





<도화채>는 선협 즉 무협의 장르를 기본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무협 소설을 좋아한다면 재밌게 읽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조금 난감할 수도 있다. 또한 남녀간의 사랑을 기대하고 책을 읽다가 사실은 남자를 더 좋아한다는 설정에 강한 반발(?)심이 들 수도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사랑의 대상을 남자대 여자, 남자대 남자 같은 대상으로만 바라보기 보단 '사랑'이라는 원대한 틀에서 바라보는게 좋을 것 같다. 또한 최근 웹소설 시장이 커지면서 <경여년>처럼 중국 웹소설이 인기를 얻고 있고, BL 장르도 꾸준히 인기를 얻으면서 <도화채>의 출간으로 이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도화채>로 가보자. 송요는 속세에 살던 인간이지만 태상노군이 떨어뜨린 금단이 들어간 국수를 우연히 먹고 신선이 된다. 하지만 타고난 천성이 있는지라 선계에서 한량의 신선놀음을 즐기던 광허원군 송요(하지만 천궁의 다른 신선들은 그의 봉호가 어렵다는 이유로 송요원군이라고 부른다)에게 어느날 옥황상제가 명을 내린다.


금지된 '남남연인'의 벌을 받고 속세로 내쫓긴 신선 천추성군과 남명제군이 속세에서 다시 인연을 이어가지 못하도록 방해하라는 것이다. 선계에서 절친인 형문도 송요를 도와주러 속세로 내려오는데... 오히려 형문을 유혹하는 요괴 여우가 등장하는 등 다소 복잡하고 난해 보이는 중국판 판타지 세계는 의외로 결말에 가면 심플해진다. 결과를 알고 나면 다소 허탈한 느낌이랄까.



p. 217

"자세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습니까?" 나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가득한 명격과 형문을 슬쩍 보곤 눈치 빠르게 덧붙였다. "하늘의 뜻이라면 안 물어본 걸로 하겠습니다."





아무튼 전생에 외로운 난새의 운명이라 영원히 마누라가 없고 백 번을 환생해도 그를 좋아할 사람은 없을거라는 점쟁이의 말을 들었던 송요. 보잘 것 없던 그가 신선이 되었다가 속세로 내려와 긴 인연의 끈을 이어온 천추와 남명을 연인 관계가 아닌 우정의 관계로 만들 수 있을 것인지, 절세미인 형문과는 또 어떻게 될지 등 러브 스토리에 관심이 많은 독자이고, 무협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도화채> 이야기는 결말에 가면 그 동안 궁금했던 것들이 실타래 풀리듯 쫙 펼쳐진다. 그러니 책 초반부나 중반부에서 다소 더디고 지루한 느낌으로 전개되더라도 조금 더 진진하게 밀고 나간다면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말로 다가설 것이다. 물론 무협 장르를 좋아하고 로맨스도 좋아한다면 <도화채>를 재미나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둘다 개인 취향이 아니라면 좀 아쉬울 수도 있다.




이 포스팅은 한스미디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2311719722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https://bit.ly/2YJHL6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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