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기다릴게 - 시간을 넘어, 서툴렀던 그때의 우리에게
가린(허윤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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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해 여름을 기억하며...





어느 날 '타임리프' 즉, 과거로 회귀하는 능력이 생긴 마코토. 카즈야 이모 말에 따르면, 내 또래 여학생들에게 자주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데... 이 능력을 이용해 마코토는 지각도 안 하고, 잦은 실수도 줄어들고, 학교 성적도 좋아지고, 친구인 고스케와 치아키와 매일 셋이서 야구놀이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그러던 중 치아키로부터 "마코토, 나랑 사귀지 않을래?"라며 고백을 받게 되고, 화들짝 놀라 그 고백을 없애기 위해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일을 반복함으로써 고백을 듣지 않게 되는데... 하지만, 그로 인해 일상은 계속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꼬여 가고. 타임리프는 반복하던 마코토는 타임리프를 하지 못하게 된 상황이 되어서야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2007년 국내에서 개봉했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자연과 어린아이를 좋아하는 미야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과는 결이 다르지만 설익은 사과처럼 풋풋하면서도 상큼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대여섯 번 이상 봤을 만큼 꽤나 좋아했던 작품이다.



한편 <미래에서 기다릴게>는 이 작품 속 명장면들을 컷 단위로 끊어서 이미지로 보여주며, 감성작가 가린은 서툴지만 사랑스러웠던 지난여름의 기억들을 에세이로 풀어냈다. 내가 타임리프를 할 수 있다면 주저 없이 중3 때의 그 여름으로 돌아가 보고 싶다. 20대에서 30대에 다시 만났던 그 시절의 친구들은 그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는데, 지금은 또 어떻게 변해 있을지 궁금하다.



p.12

삶이 하나의 계절과 같다면, 나는 평생 여름에 머무를 거라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마코토와 같은 나이였던 고등학생 시절이었다. 지금에 와서는 '그게 정말 나였다고?', '내가 정말 그랬다고?' 하며 놀랄 만큼 그때의 내가 낯설게 느껴진다. 늘 평행선을 걸으며 살아왔는데도 어느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다.



학창 시절 이후 새롭게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친구'라는 이름을 붙이기가 망설여진다는 작가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주인공 마코토와 같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다. 자신이 기억하는 순수했던 시절에서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 시절의 마코토와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시간을 멈추고 싶은 순간

p.30


소란스러운 세상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시달리다

마음의 긴장이 탁 풀릴 때

높낮이가 심한 날들 속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을 때

내 마음을 나도 몰라서 막연하게 더듬다가

하고 싶은 일의 실마리를 찾을 때

내가 나로 빛나며

온전히 나인 채로 있을 때

시간을 멈추고 싶었던 모든 순간에

내 곁엔 늘 누군가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우리는 늘 10대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을 지도 모른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때묻지 않았던 그 시절, 누군가를 마음에 품고 있지만 한 마디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그때의 나는 참 많이 서툴고 어설펐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쓰라린 상처를 다시 뜯어내 생체기를 내는 것처럼 아프지만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를 호호 부는 것처럼 그 시절을 생각하면 기억은 빠르게 어느 한 때로 타임리프 시킨다.


가린 작가는 한 권의 에세이를 통해 후회의 순간들은 되돌릴 수 없기에 더욱 소중하다고 말하고 있다. 잊고 싶다고 생각했던 날들도 끝내 그리움으로 껴안고 살아가는 것처럼, 고된 시간 속에서 자신을 다독이고 연마하게 되기 때문이라며...






그 시절

p.153


어릴 적 그때가 떠오를 때면

열병에 걸린 것만 같다.

사랑하면 안 되는 사람을

혼자 짝사랑하고 있는 기분.

나를 둘러싸고 있던 세계의 온도와

시시각각 변했던 나의 마음

지금은 부끄러운, 모든 것에 미숙했던 행동

그리고 그런 내 주변을 지켜주던 사람들

모든 게 그립다



앞만 보고 바쁘게 달려온 시간들 속에는 가린 작가가 기억하는 과거의 어느 한때처럼 내게도 기억을 더듬어 보게 하는 수많은 여행지들이 떠오른다. 그 속에서 유난히 어느 한때가 떠오르고 그때의 일들을 생각하면 가슴 한 켠이 아려오지만 지금의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다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청춘은 그 시절을 지나고 있는 이들의 것이 아니라 그것을 돌이켜보는 사람의 것'이라는 말이 너무나 마음에 와닿는다. 이제야 그걸 깨닫게 되었지만 이제는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릴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시절에 대한 기억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미래에서 기다릴게>는 좋아했던 애니메이션의 명장면을 하나씩 자세히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고, 가린 작가가 들려주는 일상의 소소했던 행복들과 안타까움, 슬픔, 설렘 등이 나의 어느 한때와도 맞닿아 있는 것 같아 추억을 소환하느라 자주 책을 덮어야 했다. 누구에게나 빛나는 한때가 있듯이, 타임리프 할 수 있다면 어느 한 때로 가보고 싶지 않은가? 이 책이 그곳으로 가는 열차표를 선사할 것이다.




이 포스팅은 21세기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2299244631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https://bit.ly/2YJHL6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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