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 시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5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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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각인되는 완벽한 이야기 구성의 기술





아리스토텔레스는 서양철학사에서 스승 플라톤과 함께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논리학, 형이상학, 철학, 정치학, 윤리학 등 거의 모든 분야에 발자취를 남겼고, 지금까지도 많은 분야에서 영향을 주고 있다. <시학>은 당시 그리스인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던 ‘비극’을 집중적으로 탐구하여 시의 본질과 원리를 제시한 책이다. 여기서 말하는 ‘시’는 비극, 희극, 서사시, 서정시 등을 모두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 많은 시인이 본능에 따라 쓰고, 대중이 재미로 즐기던 비극과 서사시를 하나의 철학이자 학문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지성 출판사에서 펴낸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2,4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드라마 구성과 전개, 플롯 구성의 방법, 스토리텔링, 모방, 비극, 에피소드, 카타르시스 등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이야기 구성의 본질과 원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흥행하고 살아남는 이야기나 서사에 담긴 '비극 → 정화 → 즐거움' 코드는 지금도 여전히 인기 있는 구성 방식이며, 감정의 정화를 통한 인격 성숙과 미덕 향상은 문학의 영원한 주제다.



시의 기원과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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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시는 인간의 선천적인 원인 두 가지에서 생겨난 듯하다. 인간에게는 어릴 때부터 이미 모방 본능이 있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부분도 처음에는 모방을 통해서 배우고, 모방하는데 가장 뛰어나며, 모방된 것에서 기쁨을 느낀다는 것이다.





<시학>이라는 제목에 있는 '시'는 그리스어 '포이에티케'로, '만들어낸 것, 창작물'이며, 시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 책 제목인 '페리 로이에티케스'를 직역하면 ' 창작물에 관하여'이다. 따라서 '시학' 또는 '시론'으로 옮길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서정시나 서사시뿐 아니라, 비극이나 희극도 '시'의 갈래에 넣고 있다. <시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롯'을 '뮈토스(이야기)'라고 말하거나 '이야기나 사건들의 구성'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하지만 플롯이 사건의 구성이나 짜임새를 강조한다면, 이야기나 줄거리는 여러 사건이 이어져 있는 것을 가리킨다.


플라톤은 감정을 깎아내렸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행위로 표현되는 감정에 인간의 성격과 사상이 나타나므로 미덕 실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아리스토텔레스는 공포와 연민을 불러일으켜 카타르시스(정화)를 경험하고, 그러면서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비극의 고유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비극을 통해 그러한 감정을 경험하면 실제 삶에서도 감정을 조절하여 선한 방향으로 물꼬를 트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제했다.



플롯의 목표: 공포와 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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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연민은 시각적 요소에서 생길 수도 있지만, 사건의 구성인 플롯 자체에서 발생한다. 플롯 자체에서 생기는 방법이 더 낫고, 훌륭한 시인들은 이 방법을 사용한다. 사람들이 사건의 구성을 보지 않고 듣기만 해도 그 과정에서 전율과 연민을 느끼도록 플롯을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롯'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플롯은 여러 행위와 사건을 깁고 엮어 통일된 전체로 구성한 것이다. 특히 비극은 플롯을 바탕으로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거쳐 성숙한 인격을 갖추고 미덕의 삶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극 전개 방식이나 패턴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공감력 때문이지 않을까. 수많은 SNS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처럼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공감 능력이 플롯이라는 이야기 전개 방식을 통해 사람들의 감정에 자극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당시의 그리스인의 삶에 깊이 뿌리내린 비극과 서사시가 단순한 유흥거리가 아니라, 자신의 철학 체계인 윤리학 및 정치학과 맞닿아 있음을 발견한 이 비극 요소가 삶에서 철학의 목표를 이루어나가는 인간의 행위라고 봤다. 따라서 <시학>은 인간이 살아가며 본능적으로 행하던 것들 속에서 진리와 선의 실체를 발견하고, 철학이 추구하는 목표인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서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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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율을 사용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서사시도 비극과 마찬가지로 플롯을 극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즉, 서사시의 플롯은 처음과 중간과 끝이 있어야 하고, 전체적으로 통일되고 완결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생명체처럼 전체가 유기적으로 통일되어 서사시 고유의 즐거움을 만들어낼 수 있다.





고대 그리스, 특히 아테네는 인간 문호가 포괄적으로 탄생한 지역이다. 특히 서양 문화사의 중심에는 그리스 철학이 자리 잡고 있고, 그 안에 아리스토텔레스가 존재한다. 당시에는 자연과 철학을 구분하지 않았고,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한데 어우러졌다.


초기에는 신화적인 신관과 자연관이 압도하다가, 소크라테스라는 인물이 등장하면서 이성과 추론을 중심으로 하는 학문 방법론이 정립되었다. 소설이나 드라마를 보고 감정의 변화를 느끼거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소크라테스 시학>은 공감하는 글쓰기를 위한 플롯 구성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궁금할 때 보면 좋은 책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책을 집필할 때의 역사적 배경과 기본 개념, 구성 등에 대해 역자의 소개를 읽어 보면 이 책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이 책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공감하게 하는 이야기 구성의 원칙들이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다. 다만 본문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아래쪽에 있는 부연 설명되어 있는 각주를 꼼꼼하게 읽어봐야 한다.




이 포스팅은 현대지성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https://bit.ly/2YJHL6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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