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시에 꽂혀서는 텍스트T 2
정연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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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고 아픈 시간을 홀로 견뎌야 했던

우리의 열일곱을 위한 가장 시적인 위로!





십대를 상징하는 말로 '성장통', '이유 없는 반항', '사춘기' 등을 이야기한다. <어쩌다 시에 꽂혀서는> 십대의 성장통을 겪고 있는 열일곱 겸이에 대한 이야기다. 겸이는 암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다 어느 날 자신의 삶에서는 잊고 지냈던 H(그의 아빠)를 따라 H가 살던 고향에서 살아간다.


이사 올 때 챙겨 온 엄마가 쓰던 의자와 알로카시아는 엄마의 부재를 떠오르게 하면서 엄마 살아생전에 무심했던 자신을 탓한다. 엄마가 죽고 나서 나타난 H는 겸이의 보호자를 자처하지만 그와 마주하고 대화 나누기를 거부한다. 세상 흔해 빠진 '아빠'라는 호칭이 겸이한텐 어색하다. 그와 어떤 말도 할 필요를 못 느끼는데, 그게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편의상 'H'라고 부르기로 한다.



알고 보니 나는 타고난 연기자다. 얼굴 덕분인지도 모른다. 가만 있어도 웃는 얼굴. 그건 창백해 보일 정도로 하얀 피부, 빼빼 마른 몸, 가는 손목, 납작한 엉덩이 등과는 차원이 다른 콤플렉스였다. 그게 이 시점에서 요긴하게 쓰일 줄이야.

16~17페이지





누구에게나 십대는 성장통을 겪는 시기다. 십대를 상징하는 열일곱은 외롭고 아픈 시간을 홀로 숨죽여 울어야 하는 때인지도 모른다. 만약 그 시기에 시를 읽는다면 어떨까? 이 책의 저자는 주인공 겸이를 앞세워 소설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한편씩 시를 건넨다. 겸이는 웃는 얼굴에 상처를 감추고 살아가는 아이다. 시를 만나면서 절대 낫지 않을 것 같았던 마음의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 간다.


시는 절대 읽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강요하거나 독촉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런가? 중고등학교 다닐 적에는 시험 준비를 하면서 교과서에 있던 시를 전부 외웠다. 그중 몇몇 시는 여전히 암송할 수 있다. 이 책은 시집인가 싶었는데 십대와 시를 연결하는 이야기를 통해 혹독한 성장통을 겪는 십 대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있다. 작가는 어쩌다 보니 시를 읽게 됐다는 겸이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지도...





제목만 봤을 땐 시집인 줄 알았는데 읽다 보니 청소년기의 성장통을 그린 소설이었다. 책 속에서 다시 만난 시들 중에는 학창 시절에 밤새워가며 외웠던 시들도 있었다. 다시 보고 되어 기쁜 마음에 읽다 보니 가슴 한 켠이 싸해지기도 하고 뜨거운 입김이 나오기도 한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시 한 편에 잊고 지냈던 지나간 일들이 필름처럼 돌아간다.


겸이는 이사한 집에서 엄마가 종종 사들였던 시집 상자를 발견하고 조심스레 시집 한 권을 집어 들었다. 기형도 시집. 표지를 넘기고 시인의 프로필을 읽는다. 흔들의자에 앉아 지금, 세상에 없는 사람이 쓴 시 속을 천천히 걷는다. 시나브로 시가 가슴속을 파고든다. 어떤 시구절은 둥, 하고 심장을 울린다. 그러다 만난 시, '엄마 걱정'.



엄마 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 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38페이지





<어쩌다 시에 꽂혀서는>은 혹독한 성장통을 겪는 열일곱 살 겸이의 성장 소설이자 가장 외롭고 힘든 순간에 찾아온 시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에는 주인공 겸이가 읽고 위로받은 시이자, 정연철 작가가 오랜 세월 곁에 두고 읽어 온, 유치환, 기형도, 이상, 김기림, 백석, 김소월, 함민복, 안도현 등 보석 같은 시인들의 시가 들어 있다.


저자는 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시는 삶에 지쳐 있을 때 그만하면 됐다고, 툴툴 털고 일어나라고, 훈수 두지 않는다. 비좁은 가슴의 틈을 파고들어 고즈넉한 파문을 일으킨다. 매번 다른 떨림과 울림으로 위안을 준다.


저자는 시를 통해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상대를 이해하고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는 십 대들의 모습을 한 편의 이야기로 묶어냈다. 시에 담긴 슬픔과 그리움, 안타까움 등 다양한 색채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 되는 십 대들에게 위안을 주고 있다. 물론 그만한 나이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빠나 엄마가 읽어도 좋은 책이다.





이 책은 위즈덤하우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224273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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