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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의 탄생 - 냉장고의 역사를 통해 살펴보는
헬렌 피빗 지음, 서종기 옮김 / 푸른숲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냉장고의 역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필요충분조건을 들여본다!
요즘 집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디지털 제품을 꼽는다면 단연 휴대폰일 것이다. 그다음 우선순위로는 TV, 냉장고일 텐데, 우리 집에서는 냉장고를 더 많이 사용 중이다. TV는 휴대폰으로도 대체가 가능하지만 냉장고는 대체할 만한 제품이 없다.
냉장고는 한 여름에 더울 때는 물론, 한 겨울에도 시원한 물을 찾아 끊임없이 문을 여닫고 있다. 당연한 듯 사용해 왔던 냉장고가 정전이나 다른 이유로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큰 불편함을 느끼곤 하는데, 오늘도 집에 오자마자 물을 마시느라 냉장고부터 찾았다.
<필요의 탄생>은 이처럼 우리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가정용 냉장고의 역사부터 다양한 기능이 접목된 현재까지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설명했다. 런던과학박물관 큐레이터인 헬렌 피빗은 런던과학박물관에 소장 중인 100여 장의 진귀한 사진과 삽화를 통해 콜드체인(저온 유통 체계)의 발전에 얽힌 과학사를 풀어서 소개했다. 그는 기술, 문화, 경제, 사회적인 요소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면들이 냉장고(혹은 냉장 기술)와 많은 관련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고 보면 TV는 없어도 냉장고 없는 집은 찾아보기 힘들다. 왜일까? 가전제품은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말처럼 요즘엔 1인 가구의 비중이 크게 늘어 전체 가구의 40%에 육박하지만 냉장고의 사용은 1인 가구나 다가구나 꼭 필요한 가전제품이다.
1인 가구라고 해서 냉장고가 없이 살 수는 없다. 한 여름이 아니어도 겨울에도 음식을 보관할 장소가 마땅히 없는 현대인들의 집안 구조로 볼 때 냉장고는 그 역할을 대신하면서 신선한 먹거리를 일정 기간 동안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들어, 지난 2012년 영국 왕립학회는 '식품학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명은 냉장 기술'이라고 밝힌 바 있다. 냉장 기술은 현대 사회의 식량 공급, 식량 안보, 식품 안전에 필수라는 점을 선정 결과의 이유로 들었다.
재밌는 사실은 유럽에서 가정용 냉장고를 주방의 필수 요소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50년 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도 80년에 지나지 않는다. 과거부터 사용해온 얼음 저장고나 얼음 구덩이를 비롯해 동력을 이용하는 냉동 화물차, 냉동 카트, 냉동 컨테이너도 넓게 보면 냉장고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가정용 냉장고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지만 냉각 기술의 전반적인 범위로 확장해 다양한 냉장고의 역사를 소개했다.
1장과 2장에서는 하얀 전기냉장고 이전에 존재했던 다양한 식품 보관 방법과 냉장 관련 역사적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천연 얼음의 수확과 운송, 냉기와 저온 상태에 관한 과학적 연구, 인공적으로 냉기를 생산하는 기계장치의 등장과 저온 유통 체계의 발달 등 가정용 냉장고의 기반이 되는 기술의 발전에 대해 이야기했다.
냉각 기술은 부패하기 쉬운 온갖 상품의 보존법과 수송 방식을 새롭게 바꾸며 19세기부터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저온 유통 체계는 상품의 수송량과 이동 거리를 늘려가며 수많은 지역 생산물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했다.
이러한 배경 설명은 3장과 4장에서 일반 가정에서 아이스박스 보다 더 오래 신선하게 음식물을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가 어떻게 가정에서 쓰기에 알맞은 크기와 가격대로 공급될 수 있었는 지로 이어진다. 그는 또 냉장고가 우리 일상에 미친 영향은 대중문화에도 잘 나타난다고 말했고, 5장에서는 냉장고에 다양한 기능이 삽입되는 진화 현상을 소개했다.
20세기 중엽에는 냉각 기능과 세계 각지에서 나는 식자재, 독특한 음식 조리법 등이 하나로 합쳐져 '차가운 요리(Cold Cookery)'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고, 이후 많은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냉장고는 현대인들의 삶에 빼놓을 수 없는 가전제품이 되었다. 6장에서는 냉장고가 우리의 음식 소비 습관, 식생활, 요리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식자재로 다양한 요리를 해먹을 수 있게 된 오늘날 냉장고는 중요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냉장고 사용이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7장에서는 냉장고의 좋은 점과 나쁜 점에 대해 비교 설명했다. 음식을 오래 보관할 수 있지만 식중독을 전파할 우려가 있고, 냉매로 사용되는 프레온 가스는 온난화의 주범으로 떠올랐다.
8장에서는 냉각 기술이 가져온 다양한 변화들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 아이스링크를 만들거나 대량의 신선 혹은 냉동식품을 보관할 수 있도록 설계된 냉동 컨테이너는 필요에 따라 온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화이자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보관하는 영하 70도를 유지하는 냉각 장치도 냉각 기술의 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한 셈이다.
<필요의 탄생>은 지난 100년간 냉장 기술의 발달과 콜드체인(저온 유통 체계)은 인류가 오랜 시간 동안 음식을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 결과로, 1년에 걸친 수확 과정을 매일, 매주 음식을 사고 저장하는 방식으로 대체해 왔는지에 대해 세밀하게 들여다봤다.
이제는 공기처럼 우리 삶의 필수 요소가 된 가정용 냉장고는 100년의 역사와 콜드체인의 최종 기점이라고 저자는 소개했다. 누구도 냉장고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 냉장고는 음식을 신선하게 보존하고 건강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생필품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냉장고의 진화에 얽힌 흥미로운 뒷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살펴보시기 바란다.
이 글은 푸른숲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2239488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