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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괜찮은 죽음에 대하여 - 오늘날 의학에서 놓치고 있는 웰다잉 준비법
케이티 버틀러 지음, 고주미 옮김 / 메가스터디북스 / 2021년 1월
평점 :
괜찮은 죽음에 대한, 좋은 죽음을 위한 안내서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친구나 지인으로부터 몇 건의 부고 문자를 받고 나서 오래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올랐다. 당시에도 그랬지만 감염병 확산 우려로 인해 지금도 조문은 어려운 실정이다. 사는 사람은 어떻게든 산다고 하지만 누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서야 '죽음'이란 단어가 멀리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하지만 죽음을 논하는 건 여전히 터부시 되고 있어 드러내놓고 이야기하기엔 여전히 껄끄럽다.
육체적·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삶의 유형이나 문화를 일컫는 '웰빙(well-being)'이란 말과 대비되는 '웰다잉(well-dying)'은 안락사 논쟁에서 시작됐다. 최근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각종 질병이 발생하는데 고통받고 병상에 있는 사람이나 가족들을 위해 안락사를 하는 게 맞다, 틀리다에 대한 논쟁은 여전하다. 과거 5인 이상의 대가족 중심에서 3~4인 이하의 핵가족으로 줄어 들었고, 이제는 1인 가구도 흔한 가족 형태가 되었다. 하지만 가족의 규모가 줄고 나 중심의 생활 패턴으로 바뀌다 보니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고독한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도 늘고 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은 괜찮은 죽음에 대하여>을 쓴 의학 칼럼니스트 케이티 버틀러는 생애 말기 환자들의 삶과 방향성에 대해 조명했다. 그는 생애 말기에 이른 환자들이 기존에는 어떻게든 죽음을 미루는 일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살아있는 기간 동안 삶의 질과 행복, 본인이 원하는 생활방식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환자 자신의 현재 상태가 어떤지 제대로 파악해야 하는 한편, 가족과 소통을 통해 죽음에 대해 준비하고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본인에게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스스로 선택하는 등 죽음도 이제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죽음이 현실로 다가오지 않는 한 잘 알 수도 없고 솔직히 생각하기도 싫은 게 사실이다. 저자는 어떻게 죽음을 준비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실제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괜찮은 죽음에 대해 이야기했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무수히 많듯이 투병과 죽음에 대해서도 다양한 길을 모색해 보자는 것이다.
이 책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많은 선택의 길이 존재하겠지만 좀 더 죽음에 대해 견디기 수월하게, 일상생활을 영위해나갈 수 있도록, 평화롭게 이별을 준비하자는 웰다잉 준비서라고 할 수 있다. 교통사고나 뇌졸중 등 불의의 사고로 인해 갑작스럽게 지인이나 가족이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거나 떠나보내야 한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을 괴롭고 힘들게 보낼 것이다. 오랜 투병생활로 인해 가족들이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고 해도 죽음이라는 이별을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책은 죽음이 임박해서가 아니라 미리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준비하자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체력이 넉넉할 때 준비하는 방법을 비롯해 기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생활방식을 단순화해 삶의 질을 높이고, 조금씩 노쇠해가는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장애와 변화에 적응해 삶을 편하게 만드는 요령, 말기 질환이 가져오는 위기에 좀 더 쉽게 대응할 수 있도록 팁을 알려주고, 좋은 죽음을 위한 준비와 임종 과정을 위한 준비 등 평소에는 생각하긴 힘든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들이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괜찮은 죽음에 대하여>는 현재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에서 말기 암 환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고주미 씨가 번역을 맡아, 국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의료 용어를 사용해 알기 쉽게 설명했다. 특히 각 챕터마다 들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알아두면 좋은 팁'이 추가되어 궁금한 사항들을 챙겨볼 수 있다.
이 팁에는 국내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법부터 호스피스, 가정방문 의료 서비스, 치매나 장애에 대비한 지정대리인 청구 제도 등 현재 국내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을 상세하게 담았다. 또한 부록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작성 방법, 그리고 양식까지 첨부되어 있다.
케이티 버틀러는 이 책을 통해 조금씩 노쇠해가는 스스로를 방치하고 있다가 큰 병이 찾아온 후에야 병원에 자신을 맡기는 우를 범하진 말자고 말하고 있다. 항상 자신의 몸 상태가 어떤지 파악하고,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원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본인이 원하는 의료 행위를 선택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삶의 끝에 있다면 각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끝맺음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아직은 건강하다고 생각하지만 연말연시를 맞아 지인들과 안부를 주고 받다 보면 좋은 소식도 있지만 누가 아프다거나 병원에 입원했다거나 혹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도 듣게 된다. 그럴 때마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남일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전히 죽음이란 단어를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영화 <써니>가 생각난다. 여고시절 칠공주 짱이었던 춘화는 죽기 전에 옛친구들을 만나고 싶어한다. 내가 죽음을 앞두고 있다면 나는 어떤 모습일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금은 없으면 안될 것 같은 애지중지하던 것들도, 떠날 때가 되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 무엇을 남기고 떠날 것인지 생각해 본다.
이 글은 메가스터디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22243746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