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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하게 실수한 것 같아 -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 싶은 네 사람 이야기
박성주 외 지음 / 담다 / 2020년 12월
평점 :
글쓰기가 만들어낸 삶의 변화가 궁금하다면,
글쓰기를 통해 삶의 전환점을 만들어보고 싶다면,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꿔보고 싶다면,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해야 한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취미생활로 종이접기를 시작했지만 결국 가야 할 곳은 글쓰기에 모아지는 것 같다. 글쓰기는 싫든 좋든 많은 시간 동안 해왔기 때문에 다른 걸 선택해볼 생각이 안 들 뿐만 아니라 다른 걸 한다고 해서 특별히 더 잘할 것 같지도 않기 때문이다.
〈꾸준하게 실수한 것 같아〉는 1년 동안 윤슬 책방에 모여 함께 진행했던 공저 쓰기 프로젝트의 결과물에 대한 기록으로 솔직하게, 우아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자신들의 삶을 글로 옮겨놓았다. 저자로 참여한 사람들은 글쓰기에 최적화된(?) 생활을 해온 사람들은 아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마주한 가장을 비롯해 자신만의 길을 만들기 위해 과감하게 유목민의 삶을 선택한 다둥이 아빠, 책으로 바뀐 삶에 대한 자신감으로 독서코칭 회사를 이끌고 있는 대표, 글쓰기를 즐기고 싶다는 초등학교 쌤이 한자리에 모여 그들만의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예전에 글쓰기 수업에 참여했던 적이 있는데, 자신이 가장 후회하는 3가지 장면을 떠올려 보고 한편의 글로 써보라고 했다. 불현듯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고 이런저런 추억이 담긴 이야기들을 두서없이 적었다. 그리고 한 명씩 쓴 글을 읽다가 쏟아지는 눈물 때문에 목이 메어 결국 다 읽지 못했다.
글이란 그런 것 같다. 솔직한 자기감정을 여과 없이 털어놓을 때가 가장 멋진 글이 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내가 쓴 글에 대해 이런저런 평가를 한다고 해서 그때 느꼈던 감정들이 달라지지 않듯, 서평을 쓰고 있는 이 글도 저자들이 살아온 시간 속에서 느꼈을 감정을 온전히 공유하진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삶과 마주할 때 용기를 내야 글을 쓸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 과거로부터 배웠던 교훈을 밑거름 삼아 일상의 삶에 현미경을 들이대야 한다. 작가는 세밀화를 그리듯 삶의 단면들을 꼼꼼하게 뜯어보고 살펴보는 일에 부지런해야 한다.
수많은 글쓰기를 해보고 지금도 글쓰기를 하고 있지만 부담 없이 슥슥 써 내려가는 일필휘지로 쓴 글은 별로 없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수학여행을 가서 왜 이곳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넋두리를 썼는데... 그게 반 대표 글로 뽑혔다. 여럿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내가 쓴 글을 다른 아이가 읽어내려 갈 때 참 묘한 기분이 들었다.
〈꾸준하게 실수한 것 같아〉는 꾸준하게 글을 쓰고, 쓴 글을 계속 고치고 다듬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의 끈을 끝까지 부여잡은 노력의 결과물이다. 선택과 집중, 반복과 꾸준함. 특별히 더해진 양념은 없다. 담백하지만 약간은 심심한 맛이 느껴진다.
네 명의 저자가 선택한 제목의 단어는 ‘꾸준하게’와 ‘실수’였다. 지금까지 꾸준하게 뭔가를 한 것 같은데 내놓을 만한 성과가 없다는 느낌에 용기 내어 도전했지만 실수만 거듭한 것 같은 생각에서 이런 제목을 정했다고 한다. 사실 이 책의 제목만 봤을 때는 글쓰기 책인지 몰랐다. 부제로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 싶은 네 사람 이야기가 없었다면 또 다른 에세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꾸준하게 실수한 것 같아>에서처럼 글을 쓰고 싶다면 첫 페이지를 넘기는 시도를 해야 한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첫 장을 쓰고 나면 다음 장을 쓸 수 있는 용기가 생기고 그런 용기들이 모여 한 권으로 책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누군가 읽어보라고 하기 전에 내가 먼저 읽고 책쓰기에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일어난다.
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 원하는 대로만 살 수는 없겠지만... 유튜브에서 시작한 종이접기가 2주가 지나면서 책쓰기에 대한 갈증이 더 심해지고 있다. 이런 기분이라면 내년에는 뭐든 쓸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은 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2175152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