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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의 책 - 독립출판의 왕도
김봉철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8월
평점 :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오랜 시간을 가만히 웅크려 지냈다는 김봉철 작가. 그는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로 독립출판계 문을 두드렸고, 독립출판의 왕도(?)를 담았다는 <작은 나의 책>을 최근 출간했다. 이 책은 30대 무직이었던 한 사람이 독립출판물을 만들어내고, 출판사를 통해 책을 출간하는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자신이 쓴 책을 자신이 만드는 일련의 시간에 대한 발자취로 한 사람의 삶에 관한 이야기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작은 나의 책>도 독립출판 형태로 제작된 책이다. 독립출판은 개인 혹은 소수의 인원이 직접 쓰고 편집한 글을 인쇄소에서 출력하여 만들어낸 책이다. 형식이나 내용에 특별한 제약을 받지 않는 이런 독립출판물은 전국 독립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
<작은 나의 책>에는 작가가 독립출판을 하면서 발로 뛰고 몸으로 부딪치며 알아낸 기획, 편집, 제작, 유통, 홍보 등 책과 관련된 실용적인 정보도 꼼꼼하게 담았다. 무엇보다 작가는 아무것도 할 줄 몰랐고,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몰라 30년 넘게 집에서 놀기만 했던 자신이 글을 쓰고 책을 제작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이 책의 서문을 꼭 읽어 보시기 바란다. 이렇게 서문을 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다 보면 책 쓰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니란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될 것이다.
일단은 살아왔다. 어쩌다 보니 숨도 쉬고 있다, 그것도 가끔은 복식호흡을 하며 배로도 숨을 쉰다. 겁을 먹고 주위의 눈치를 살필 때는 잠시 숨을 멈추기도 한다. 심장이 뛰고 가슴이 설레는 마음이 들릴까 잠시 호흡을 멈추던 때도 있습니다.
... 중략
어쩌면 서문 따위는 필요 없을지도 모릅니다. 여기, 저의 작은 책을 보여드립니다.
- 7~8페이지 서문 중에서
작가는 블로그에 썼던 글을 모아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라는 제목으로 책 한 권을 내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독립출판의 장점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형식이나 내용에 구애받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책을 출판하기 전, 그는 집 근처에 있는 독립서점부터 하나하나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서점들을 탐방해 본 결과 여행기, 사진집, 시집, 소설집,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이 다양한 판형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아는 것이 없어 두려웠지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왕 하기로 한 김에 그는 스스로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이 책에는 또 자비출판과 독립출판에 대한 비교가 잘 되어 있다. 자비출판은 최소 50부부터 제작할 수 있고, 100부는 100만 원, 200부는 120만 원, 300부는 150만 원 정도로 책정되어 있다. 이것은 출판사에서 제작, 편집, 홍보, 유통까지 도맡아서 해줄 때의 비용이다. 콘텐츠만 준비되어 있다면 전자책으로 혹은 대형서점에 입고도 시켜준다. 하지만 작가는 자비출판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이들이 출간하는 게 아니라면 추천하지 않았다.
한 서점에 도착했다. 주인이 늦는다고 하여 가방 가득 책을 들고 책방 앞에서 기다렸다. 해가 진 골목은 이미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그를 기다려다. 어디 커피숍에라도 들어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저 가로등 불빛이 비치는 거리를 바라보았다. 책방을 다시 돌아보았을 때 문이 열려 있었다.
- 73페이지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12년 전 5개 정도였던 독립서점이 2020년 현재는 650개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을지로에 있는 인쇄소 거리에서 비용 문의를 해본 결과, 출판사를 통한 자비출판 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독립출판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 인쇄 전에 한 권을 샘플로 뽑아 본 뒤 오타나 수정할 부분을 찾아보는 것이 바로 출판하는 것보다 안전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텀블벅(tumblbug)이라는 사이트에서 클라우드 펀딩으로 충당할 수도 있다. 모금액이 정해진 시간 안에 모이면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후원한 사람들에게는 소정의 선물을 증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누가 후원을 해준다면 비용을 아낄 수 있고, 홍보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이 책에는 작가의 일상에 대한 에세이 외에도 책 제작에 관한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 무엇을 쓸 것인가, 판형과 폰트, 제작비, 본문 편집, 표지 제작, 책 완성, 교정과 교열, 책값과 출판사 등록, 입고 및 판매, 홍보 등 독립출판을 위한 다양한 책 제작 과정들을 꼼꼼하게 읽어 보자.
<작은 나의 책>은 언젠간 책 한 권 써보고 싶었던 사람이나, 마음속에 간직했던 나만의 이야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독립출판이라도 해서 책을 내보길 권하는 책이다. 그동안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일련의 일들이 사실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공모전에 당선되지 않아도, 출판사를 통해 인세를 받고 출간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나만의 이야기가 있다면 어떤 형태로든 독립출판으로 책 한 권 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불현듯 나도, 하는 용기가 생긴다.
이 책은 수오서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2096481187
내가 쓴 책을 내가 만드는 일에 대한 독특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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